[인터뷰] 조성문 대표가 바라보는 업무용 메신저 잔디 전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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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문 대표가 바라보는 업무용 메신저 잔디의 전망은?

 

얼마 전, ‘조성문의 실리콘밸리 이야기’로 잘 알려진 조성문 님이 잔디의 서울 오피스에 방문했습니다. 이번 방문을 통해 잔디 멤버들과 잔디의 기능부터 나아가야 할 방향까지 폭 넓은 대화를 함께 했는데요. 이번 글은 그 대화 중 일부를 발췌한 내용으로 현장감을 살리고자 대담 형태로 편집하였음을 밝힙니다.

 

잔디: 안녕하세요, 조성문 님. 오늘 귀중한 시간 내주셔서 이렇게 저희 사무실까지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조성문: 안녕하세요? 잔디에 대해서는 이전부터 얘기를 들어서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뵐 수 있어서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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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디 오피스를 방문한 조성문 대표

 

잔디:  미국의 경우, 슬랙(Slack)을 필두로 새로운 개념의 협업 툴이 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이제 이메일은 구시대의 유물이 될 것이다’부터 ‘업무의 시작과 끝은 슬랙으로 끝날 것이다’ 라는 반응까지 해당 시장의 반응이 뜨겁습니다. 반면,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에는 슬랙처럼 이렇다 할 협업 툴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아시아 시장에서 잔디가 슬랙처럼 성공을 거두기 위해선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요?

 

조성문 : 미국은 모든 커뮤니케이션을 이메일로 처리하는 문화가 있었습니다. 제가 다녔던 회사도 그렇고 다른 회사들도 마찬가지이지만 업무에 있어 메신저 사용은 상상하기 힘듭니다. 메신저나 문자는 친구를 만날 때 ‘어디서 보자’ 같이 간단한 메시지를 주고 받을 때만 활용하죠. 혹은 회사에서 점심 먹으러 나왔을 때 동료들에게 ‘우리 어디에 있다’고 알릴 때만 사용합니다. 즉, 일과 관련된 메시지를 메신저나 문자로 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왓츠앱(Whatsapp)은 일과 연결되기 힘듭니다. 텔레그램(Telegram)은 사용해보니 업무용으로 사용할 수는 있습니다. 데스크탑 버전도 잘 만들어 놨고, 파일 관련 기능도 잘 잡혀 있어 가능하긴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문화가 자리 잡혀 있습니다. 결국 한 줄밖에 안 되는 메시지도 이메일로 합니다. 원래부터 그런 문화로 정착이 되어 있었으니까요. 7년 전, 비즈니스 스쿨로 진학하면서 처음 미국에 갔는데 당시 학교 내 모든 업무 커뮤니케이션은 이메일로 이뤄지고 있었습니다.

 

“이메일 이외의 방법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하지 않았던

사람들에게 협업 툴은 신세계였어요”

 

사실 이메일 커뮤니케이션은 편리한 점들이 많습니다. 그룹 채팅을 만들려면 사람만 이메일에 추가하면 되니까요. 링크도 전달할 수 있으니 사용 측면에서 봤을 때 확장성도 높습니다. 한 가지 불편한 건 메시지가 너무 많이 온다는 점인데요. 그래도 사람들은 꾸준히 이메일을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슬랙의 등장은 이메일 이외의 방법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하지 않았던 사람들에게 신세계였습니다.

 

이전까지 메신저를 업무에 활용하길 꺼려했던 가장 큰 이유는 미국의 문화와 맞지 않는다는 점이었어요. 반면, 아시아의 문화는 그렇지 않습니다. 일을 즉각적으로 해결하는 문화죠. 미국은 다음날까지만 일을 해결하면 되고, 고객 응대 또한 통상 24~48시간 내에 이뤄지면 그만 이에요. 고객들도 이런 프로세스가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정부도, 회사도 프로세스가 느리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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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을 통해 다양한 업무 툴을 시연하고 있는 조성문 대표

 

슬랙은 신세계였어요. 이전에 쓰던 문자 메시지도 아니었으며 알람 기능도 컨트롤할 수 있고, 모든 기능을 유저가 자기 기호에 맞게 쓸 수 있도록 설정할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이었습니다. 슬랙과 유사한 힙챗(Hipchat)은 사용자의 입맛을 만족 시키지 못해 인기가 없었지만, 슬랙은 사용 환경이 뛰어나 큰 인기를 얻게 되었어요. 한국에서 슬랙에 대해 쓴 블로그 글들을 보면 아시아에선 슬랙에 대한 열기가 왜 이렇게 뜨거운지, 뭐가 그렇게 좋은지 궁금해 하시더라고요. 한국은 이미 공무원들이나 회사원들도 카카오톡으로 일하고 있었고, 중국에서는 위챗(Wechat)으로 일하고 있었거든요.

 

사실 잔디의 기능 중 70%는 위챗이나 카카오톡에서 다 할 수 있어요. 메신저를 사용하는 유저들의 메인 목적은 채팅일 테니까요. 심지어 슬랙을 쓸 때도 80%는 채팅 용도로 사용하죠. 나머지 20%의 기능은 카카오톡이 대체 가능합니다. 그런 걸 봤을 때 미국과 아시아 시장의 문화는 매우 다르기에 잔디에게는 기회가 클 수도 혹은 어려울 수도 있다고 판단됩니다.

 

(잔디를 통해) 효율적인 업무가 가능하다고 접근하면 유저들의 공감대를 이끌어내지 못할 수 있어요. 보안 기능이 뛰어나다는 점을 내세운다면 어떨까요? 만일 유저들이 보안에 신경을 썼다면 업무 메신저로 위챗이나 카카오톡을 쓰지 않았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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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 메신저 시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조성문 대표 & 잔디 멤버들

 

잔디: 각 시장의 문화를 바탕으로 말씀을 주셨는데요. 그렇다면 다른 측면에서 말씀을 해주실 수 있을까요?

 

조성문: 돈 버는 이야기에 대해 말해 볼까요? 사람들에게 잔디를 어떻게 어필할 것인가에 대한 물음인데요. 저는 그렇게 어렵지 않다고 생각해요. 잔디가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했기 때문에 카카오 혹은 위챗 등을 업무에 활용하고 있는 거라 생각됩니다.

 

아마 일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카카오톡이나 위챗은 친구들이랑 이야기할 때 쓰는 건데..’ 하면서 꺼림칙한 기분을 느끼고 있을 겁니다. 눈치 보는 거 싫잖아요? 팀장 입장에서는 일할 때 멤버들의 모니터가 다 보이는데요. 카카오톡을 하고 있으면 노는 건지 일하는 건지 도통 알 수 없잖아요? 그래서 업무 시, 카카오톡이나 위챗을 사용한다는 게 서로에게 마냥 편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점을 자연스레 알려야겠죠? 잔디로 바꿈으로써 일과 개인 삶을 분리 시킬 수 있다는 점을 어필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이 포인트를 알리기 위한 노력이 그리 중요한가?’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물론 잔디의 경쟁자들이 아시아 시장에 침투하려 하기에 이러한 고민보다 마케팅, 영업 등의 채널을 동원한 유저 확보가 시급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잔디가 위대한 제품으로 나아가는 것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합니다. 사용자들이 잔디를 사용해보고 어처구니 없는 상황에 불편함을 느껴 떨어져 나가지 않도록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카카오톡과 위챗으로는 쉽게 하던 일이 잔디에서는 느릴 경우, 기존에 사용하던 툴로 다시 돌아갈 테니까요. 숨을 길게 가져가면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잔디로 넘어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잔디: 회사를 운영하며 봐야 하는 지표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주간 지표를 봐야 할지, 일간 지표를 봐야 할지 정하는 것 자체가 쉽지는 않은데요. 현재의 잔디가 확인해야 할 지표로 전환율 혹은 리텐션이나 사인업을 봐야 할지 고민입니다. 스타트업 여건 상, 자원이 한정적이기에 어느 부분에 초점을 맞추면 좋을지 궁금합니다.

 

조성문: 제품의 얼리 스테이지일수록 사인업에 집중하는 건 좋지 않다고 봅니다. 초기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따라서, 사인업보다는 리텐션을 높이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마케팅을 통해 사인업을 높여 놔도 제품에 대한 만족도가 떨어지면 기존 서비스로 돌아가게 됩니다. 반면, 고객을 사로잡는 ‘위대한 제품’이 되면 전환 비용은 낮아집니다. 새로운 툴을 쓰고 싶다고 해서 넘어가는 게 그렇게 까지 어렵지 않아요.

“저는 잔디가 위대한 제품을 만드는 것에 더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합니다.

사용자들이 잔디를 한 번 써보고 달아나지 않게 어처구니 없는 일/상황으로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기존에 쓰던 이메일에 있는 자료,  메시지 했던 대화를  검색하는 게 실제로는 많지 않아요. 결국 ‘포워드 룩킹’하는 시스템이니까요. 현재 전환 비용이 높지 않다면 사인업에 집중하는 건 잘못된 전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따라서 리텐션에 관련된 지표가 더욱 중요합니다. 리텐션과 연관된 지표에는 유저 별, 회사 별 메시지 주고 받는 숫자, 트래킹, 초대, 리퍼 등이 있는데요. 혹시 잔디에는 리퍼에 대한 보상이 있나요?

 

잔디: 잔디가 회사 소프트웨어인지라 돈을 내는 주체가 회사가 될 거란 생각에 리퍼 프로그램 도입 여부를 고민 중에 있습니다.

 

조성문 : 그렇군요. 섭스크립션의 경우, 궁극적으로 회사 법인 명으로 지불하겠지만 회사 전체로 봤을 때 사내 범용 그룹웨어와 메신저가 있어 다른 툴의 사용을 금지한 회사들이 많습니다. 일례로 삼성이 S메신저를 쓰고 있는 것처럼 아시아에는 이러한 정책을 따르고 있는 회사들이 많을 거라 예상되는데요. 메신저를 도입하고 싶어도 회사 정책에 어긋난다는 이슈에 직면합니다. 최소 6개월의 프로세스가 지나야 회사에서 과금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는데 이는 어려운 접근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회사 정책 상 규제가 있더라도, 팀의 리더가 ‘기존에 사용하는 메일이 답답하니 우리는 잔디를 쓰자’고 해서 자신의 팀에서 사용할 수는 있습니다. 이런 경우, 팀 리더가 개인 카드로 결재를 해도 팀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전혀 부담스러운 가격은 아닙니다. 비용 신청을 통해 회사에서 환급 받을 수 있으니까요. 결국 스스로 사인업해서 스스로 돈내는 루트인거죠. 따라서 잔디는 약간 B2C 모델에 가까운 전략이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잔디: SK 텔레콤은 그런 방식으로 자사의 네이트온 비즈와 더불어 다른 업무용 메신저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사용 초기엔 소규모 팀 단위로 사용을 하다가 현재 60 여 명의 인원이 유료로 신규 도입한 업무 메신저를 쓰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물론, SK 텔레콤이 클라우드 서비스에 열려 있다는 특징이 있지만 이런 사례를 봤을 때 잔디도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요?

 

조성문 : 충분히 가능합니다. 슬랙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미국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원칙적으로 회사에서 사용할 수 있는 툴이 정해져 있습니다. 제가 근무했던 오라클(Oracle)의 경우, 구글(Google), 드롭박스(Dropbox)의 사용이 금지되었지만 다들 사용했습니다. 반면,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소규모 기업은 다릅니다. 지킬 것보다 만들게 많은 이들 회사에게 슬랙은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소규모 기업에서의 인기를 바탕으로 슬랙은 점차 큰 회사로 저변을 넓혀갔습니다. 슬랙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잔디도 이와 비슷한 루트를 가게 될 겁니다.

“잔디의 밸류를 캐치하는 회사들이 나중에 큰 회사가 될 겁니다.

‘카카오톡, 위챗보다 잔디를 쓰는 게 맞다’에 공감하는 회사가 향후 10년이 지났을 때,

좋은 회사이자  큰 회사가 될 거고  벤처 캐피탈로부터 빌리언달러를 펀딩받는 회사가 될 거에요.”

 

스타트업 커뮤니티 같은 자원이 적은 곳을 공략한다면 지금이 적기라 생각합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쿠팡은 작은 회사였는데요. 쿠팡이 초반부터 잔디를 쓰고 있었다면 지금 큰 회사가 된 쿠팡 내부에서 얼마나 많은 커뮤니케이션이 잔디로 이루어지고 있을까요? 앞으로 쿠팡 같은 회사들이 아시아에 많이 생길 겁니다. 한국에서 제2의 쿠팡, 제2의 우아한형제들이 될 만한 스타트업과 전략적인 관계를 구축하셨으면 합니다.

 

지금 시기에 잔디의 벨류를 모르는 사람들을 설득하는 데 노력하는 건 낭비입니다. 스타트업에 종사하는 사람, 젊은 사람들은 잔디를 한번 보면 알아차릴 거에요. 이 밸류를 캐치하는 회사들이 나중에 큰 회사가 될 겁니다. ‘카카오톡, 위챗보다 잔디를 쓰는 게 맞다’에 공감하는 회사가 향후 10년이 지났을 때, 좋은 회사이자  큰 회사가 될 거고 벤처캐피탈로부터 빌리언달러를 펀딩받는 회사가 될 거에요. 따라서 잔디는 지금 유망한 회사를 잡아야 합니다.

 

잔디 : 최근 피키캐스트에서 잔디를 전사적으로 사용하기로 결정된 후, 옐로모바일 내 계열사 및 다른 회사의 접근이 쉬워졌는데요. 말씀하신 것처럼 전도유망한 스타트업을 확보하는 게 중요할 것 같습니다. 한 가지 힘든 부분은 한국의 스타트업 사이에서 슬랙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조성문: 제가 괜히 하나 더 얹은 것 같네요. (최근 조성문 님은 본인의 블로그에 ‘내가 사랑하는 제품 슬랙’이라는 글을 올렸다. –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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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가 끝난 후, 잔디 멤버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조성문 대표

 

잔디: 나중에 잔디에 대해서도 써주신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웃음) 잔디와 슬랙의 차이점이라 한다면 외부 서비스 연동에 대한 관점의 차이라 할 수 있습니다. 슬랙이 100가지가 넘는 외부 서비스를 연동한 그룹 메시징 서비스라면 잔디는 기본적으로 필요한 외부 서비스(예: 드롭박스, 구글드라이브)를 연동하되 마케팅, 세일즈, 경영기획 등의 비즈니스 파트에 필요한 핵심 기능을 인하우스로 구현할 계획입니다.

 

조성문 : 하지만 슬랙도 엔지니어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유저들도 사용할 수 있지 않나요? 또한, 말씀하신 것처럼 특정 그룹이 원하는 외부 서비스를 연동한다 할지라도 슬랙 대비 잔디의 차별화 전략이 될 수 있을까요?

 

잔디: 비즈니스 파트의 고객들을 직접 만나본 결과, 툴 하나로 업무의 70-80%를 커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요. 이에 따라 비즈니스 유저들이 자주 사용하는 핵심 기능은 잔디의 인하우스 기능으로 개발하려 합니다.

 

조성문: 특정 기능을 내재화한다는 건 유저 입장에서 편할 수도 있고 자칫 서비스가 지저분하게 변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잔디: 말씀하신 것과 같은 이슈가 발생할 수 있기에 잔디는 유저의 니즈가 높은 특정 핵심 기능에만 집중하려 합니다.

 

조성문: 저는 생각이 조금 다릅니다. 업무 관리 기능을 예로 들어볼까요? 인하우스로 이 기능을 개발할 경우, 지라(Jira) 정도의 기능은 어려우실 거고 핵심적인 몇 개의 기능만 개발하실 수 있을텐데요. 이럴 경우, 지라 대비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기능에 대해 유저들이 피드백을 주기 시작하면 개발 리소스가 업무 관리 기능을 강화하는데 집중될 겁니다. 초반에는 별 문제가 아니었으나 나중에는 겉잡을 수 없이 커질 수도 있습니다. 이는 잔디의 핵심 기능에 대한 고민이 줄어들 수 밖에 없는 상황을 가져올 겁니다.

 

캘린더 기능을 생각해볼까요? 요즘은 좋은 캘린더가 많습니다. 애플 유저는 애플 캘린더, 그 외의 대다수는 구글 캘린더를 사용합니다. 그런데 이들 서비스와 연동하지 않고 잔디에 인하우스 캘린더 기능을 삽입한다면 일이 엄청 커집니다. 다른 시간대 지원, 익스체인지 연결 등은 기본이고 생각지도 못했던 문제가 동시다발적으로 생길 겁니다.

 

업무용 캘린더를 쓰는 이유는 미팅을 잡을 때 다른 사람도 열람할 수 있고, 공적 혹은 사적으로 스케줄을 세팅하기 위해 사용합니다. 이런 방식으로 캘린더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면 그 회사는 이미 캘린더를 쓰고자 하는 문화가 없는 회사일 수 있다고 추측할 수 있습니다.

 

“제품에 대한 제 철학은 오직 하나입니다. 

‘위대한 제품은 하나를 잘해야 위대한 제품이 된다’.

하지만 아시아에는 여러 가지 기능을 덕지덕지 붙여

몸집만 키운 소프트웨어들이 많습니다.”

 

얼마 전 구글의 미키김과 저녁을 먹으며 들은 얘기인데요. 공사 같은 곳에서 강연을 하며, 참가자들에게 이야기를 들어보니 캘린더를 업무용으로 쓰는 것조차 하지 않는다고 해요. 그럼 어떻게 미팅 일정을 조율하고, 스케줄링 하냐고 물어보니 보통 팀장 급 인원이 “야, 소집. 회의야” 이러면 당장 한다고 하더군요.

 

혹은 월요일 아침에 “다들 어디 갔어. 왜 안 와? 전화해서 미팅 오라 그래.” 라고 연락해서 허겁지겁 달려오면 회의를 두 시간이고 세 시간이고 한다고 합니다. 상당히 비효율적인데요. 이런 사례가 한국에 꽤 많다고 들었습니다. 비단 한국 뿐만 아니라 아시아에도 만연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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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가 끝난 후, 잔디 멤버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조성문 대표

 

사례로 말씀 드린 회사들이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캘린더를 만들어 준다는 건 잔디의 방향에 맞는 걸까요? 이들 회사들은 만들어줘도 캘린더를 사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이들 회사에게는 왜 팀장이 캘린더를 통해  미팅을 잡지 않고 팀원들을 초대하는 게 비효율적인가부터 알려주는 작업이 필요하겠죠? 제품에 대한 제 철학은 오직 하나입니다. ‘위대한 제품은 하나를 잘해야 위대한 제품이 된다’ 아시아에는 여러 가지 기능이 덕지덕지 붙여 몸집만 키운 소프트웨어들이 많습니다. 개인적으로 제 철학과는 맞지 않아 좋아하지 않습니다.

 

저 또한 새로운 서비스에 호기심이 많습니다. 그래서 일을 하면서도 중간 중간 여러 서비스를 바꿔가며 사용해 봅니다. 그리곤 그 중 한 분야에서 가장 뛰어난 툴을 골라 사용합니다. 캘린더는 썬라이즈 캘린더(Sunrise Calendar)로, 코딩은 서브라임(Sublime)을 사용합니다. 잔디가 파고 들어가야할 세그먼트가 좀 더 Saavy한 사람들이 모인 스타트업이라든지, 일반 집단보다 오픈된 시장일텐데요. 과연 그들의 니즈가 잔디 안에 캘린더, 태스크 매니지먼트, 버그리포트관리 툴이 들어가 있는 걸 원할까요?

 

잔디: 말씀하신 내용을 토대로 생각해보면 결국 잔디가 가야 할 방향도 슬랙과 비슷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협업 툴에 대해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의 니즈가 미국과 다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이 말은 잔디의 방향이 슬랙과 다를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조성문: 맞습니다. 잔디가 어떤 기능을 추가함으로써 슬랙이 아시아 마켓에 들어오지 못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잔디: 비즈니스 파트의 고객들을 만나고 있다고 말씀 드렸었는데요. 비즈니스 파트쪽 고객 중 콜센터도 있었습니다. 저희가 만나본 콜센터 팀장님의 경우, 업무 툴로 슬랙을 추천해 팀원들과 테스트를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슬랙을 사용한 팀원들이 한국어 사용이 자유롭지 않은 슬랙에 대해 부담감을 느껴 결국 잔디를 선택했다는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이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잔디의 언어 지원이 말씀하신 요소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조성문: 언어 지원 하나 만으로도 큰 차이라 생각합니다.

 

잔디: 언어 지원 이슈로 슬랙을 안 쓰는 분들이 계시는가 하면 이모티콘의 부재로 슬랙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피드백도 더러 있었습니다. 잔디의 경우, 아시아 시장에 부합한 제품 개발을 목적으로 얼마 전 첫 이모티콘 세트를 도입했는데요. 이처럼 아시아 시장에 특화된 기능을 추가하는 게 숙제인 것 같습니다.

 

조성문: 저도 현재 제품을 만들며 여러 가지 테스트도 해보고, 시장도 테스트 하면서 잔디와 똑같은 과정을 겪고 있습니다. A가 맞을지, 혹은 B가 맞을지 알 수 없는 결정들을 내리며 제품을 만들고 있지만 결국 정답은 유저들이 알고 있을 겁니다. 이를 알아내기 위해 A/B 테스트를 하잖아요? 테스트 단계에서는 간단한 초기 기능 구현으로 시장의 반응을 살펴볼 수 있으니 좋은 전략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까 말씀 드린 것처럼, 제가 선호하는 제품은 한 가지를 잘하는 제품입니다. 잔디의 경우, 메시지와 파일을 주고 받는 기능 등 제품의 완성도가 일정 수준까지 올라온 것으로 판단됩니다. 이제는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도약이 필요할 시점인 것 같습니다.

 

잔디: 얘기를 나누다보니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군요. 바쁘신데 귀한 시간 내주셔서 정말 감사 드립니다.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조성문: 감사합니다. B2B 모델로 스타트업이 나왔다는 사실 하나 만으로도 저는 응원하고 싶은데요. 잔디가 잘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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