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회사들이 사무실 ‘인테리어’에 집착하는 이유
성공한 회사들이 사무실 ‘인테리어’에 집착하는 이유
사옥은 단순한 사무 공간이 아니다. 기업의 철학과 조직 문화, 철학을 듬뿍 담아, 그것을 외부로 표현하는 복합적인 공간이다. 많은 성공한 기업들은 사무실 인테리어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고 있다. 기업은 ‘이익’을 최고의 가치로 생각하는 집단. 수지타산이 맞는 명백한 이유가 있기에 그토록 인테리어에 집착하는 것이다.
보는 대로 사고하고 행동한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자신이 생각하는 대로 살고 싶어 한다. 하지만 현실은 이상과 다른 법. 보통 사람이라면 자신이 머무는 공간에 따라 사고하고 행동하게 돼 있다. 좋은 호텔에서 묵으면 마음까지 평온해지고 없던 여유가 생기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그렇다면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직장에서 보내는 직장인들에게 회사 내부는 창의적인 사고를 하는 데 있어 제일 중요한 공간일 것이다.
평범한 흰색 벽, 모두가 똑같은 뻔한 책상, 개성 없는 인테리어 투성이. 대부분의 우리나라 기업들의 회사 내부 모습이다. 오너의 머릿속에 회사가 단순히 직원들이 머무는 1차원적인 공간이라는 생각밖에 없다면, 직원들도 딱 그 수준에 맞는 창의적 사고밖에 할 수 없다. 인간이 외부 대상을 인지할 때 가장 먼저 받아들이는 기관은 시각. 눈에 보이는 벽, 책상, 인테리어가 형편없다면, 당연히 머릿속 대뇌회로도 눈이 보고 있는 환경에 맞춰 돌아갈 수밖에 없다.
구글, 페이스북, 애플 같은 미국의 초일류 IT 기업들은 이런 사실을 알고 일찍부터 인테리어에 공을 들였다. 구글은 회사를 ‘캠퍼스’라 부르다. 직원들이 행복해야 업무 효율성이 올라간다는 구글의 경영 철학이 적극 반영, 구글 캠퍼스는 놀이터 같은 거대 놀이 공간의 모습을 띠고 있다. 기상천외한 아이디어를 바란다면 그만큼 공간도 창의적인 영감을 불어넣어 줘야 하기 때문. 집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회사가 불편하다면, 그곳은 창살 없는 감옥과 마찬가지이다. 미국의 IT 업계를 중심으로 인테리어를 중시하는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는 건 아주 긍정적인 현상이다.
연결과 소통을 위한 최적화 공간
업종을 불문하고 ‘소통’이 중요하지 않은 회사는 없다. 직원 간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고 폐쇄적인 의사 결정이 이뤄진다면 그 조직은 분명 망하게 돼 있다. 하지만 정작 많은 기업들이 소통을 부르짖지만, 소통을 위한 환경 조성은 미흡한 게 사실이다. 직원들 간의 자리는 칸막이로 구분돼 있고, 회의실은 예약을 해야 겨우 이용할 수 있고, 잠깐의 브레이크 타임을 위한 카페 공간도 존재하지 않는다면 그건 소통을 하지 말라는 소리와 다름없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해외 유수의 IT 기업들은 사옥 인테리어에 많은 정성을 쏟고 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소통이 그 어느 업종보다 중요하기 때문. 그들은 연결과 소통을 강조하며, 강조하는 만큼 창의적이고 개방적인 환경으로 업무 공간을 진화시킨다. 애플 같은 경우 새로 짓는 신사옥이 우주선 모양의 원형 공간이다. 기존의 수직적인 공간의 프레임을 깬 이유는 원활한 소통을 위해서다. 동선 자체를 직원들이 자주 마주치게 원형으로 설계했다. 우연히 만나 오고 가는 대화 속에서 조금이라도 좋은 아이디어를 끄집어내기 위함이라고 한다.
국내에서도 다음카카오나, 네이버, 제니퍼소프트 같은 IT 기업들은 이미 이런 환경을 구축해놨다. 사옥 곳곳에 소파를 배치해놓고, 경직되지 않은 아기자기한 색감의 인테리어를 통해 직원들의 마음을 말랑말랑하게 만들어 놓는다. 글쓴이는 인터뷰 취재 때문에 많은 회사들을 다녀봤다.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회사의 사옥은 들어가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고 뭔가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샘솟는 기분이다. 하지만 제조업 중심의 국내 대기업에 들어가면 뭔가 감시당하는 기분과 어딘가 목을 꽉 조여 오는 기분을 숨길 수가 없다. 원활한 소통과 거기서 파생되는 창의적 아이디어를 원한다면 그에 맞는 ‘판을 깔아줘야’ 한다. 그것이 소통의 출발이다.
‘인테리어’를 넘어 새로운 가치 창출
사옥 인테리어는 직원들의 창의성과 소통 능력을 향상 시키고, 기업의 비전과 철학을 표현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사옥 인테리어의 동의어는 마케팅이다. 잘 만든 사옥 공간 하나는, 수십억의 돈을 들여 매체 광고를 하는 것보다 훨씬 명확하고 직관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
대중들은 길을 오가며 회사의 사옥을 보고, 인터넷이나 여러 수단을 통해 잘 꾸며진 회사의 사옥 인테리어를 접한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브랜드 이미지를 형성하고, 잘 꾸며진 공간에 대한 동경을 갖게 된다. 요즘 사람들이 기업에 대해 바라는 건 제공하는 재화 그 이상이다. 재화를 넘어 그 기업만의 확실한 문화를 가지고 있고, 그것을 어필할 수 있어야 사랑받는 기업이 된다. 그렇기에 특별한 형태의 사옥을 짓고 내부를 독창적으로 꾸미는 것은 기업 철학을 표현하거나 브랜딩 효과를 내는 최선의 방법이다.
이런 흐름이 아직까지는 IT 업종처럼 기업 경영의 핵심이 ‘인재’인 분야에서만 두드러지는 면이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다른 업종들도 ‘인재를 중시하는 이미지’를 어필하기 위해 사옥 인테리어에 더 많은 신경을 쓸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기업을 이끌어가는 핵심 요소는 인재이기 때문이다. 유능한 인재를 회사에 앉히기 위해선 구미가 당기는 ‘당근’이 있어야만 한다. 얼마를 받고 일하느냐 만큼, 어디에서 일하느냐도 구직자들의 중요한 선택 요소이다.
저기서 지내고 싶다, 저기서 일을 하고 싶다, 저기서 일하면 무언가 대단한 걸 할 수 있을 것 같다, 라는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인테리어. 그것이 오늘날 모든 기업들이 지향해야 할 사옥의 형태와 구조이다. 독창적이고 창조적인 인테리어만이 고급 인력 확보와, 기업의 이미지 제고, 더불어 생산성 향상을 담보하는 세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