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노마드 세대, 정규직을 거부하는 사람들

디지털 노마드 세대, 정규직을 거부하는 사람들


디지털 노마드 세대, 정규직을 거부하는 사람들

 

JANDI-blog-content-smart-work-author-profile-image-육진아

 

 

“지금 이 취업난의 이유를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취업 기사를 담당하던 2년 동안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이다. “대기업 공채 제도 중심의 고용 시장이 아닐까요?”라는 대답이 무색하리만치 세상이 변했다. 4대 보험이 적용되느냐며 묻던 이들 사이로, 정규직 제안을 거부하는 이들이 관찰되기 시작했다. 이들은 누구이며, 도대체 왜 이런 선택을 하는 걸까?

 

 

디지털 노마드는 미래의 삶의 방식

여기 디지털 노마드에 대해 자세히 말해 줄 전문가가 있다. 그는 인터뷰 당시 네덜란드에 있었고, 올 한해 촬영을 위해 계속 이동 중이다. 인터뷰는 스카이프를 통해 진행됐다.

 

도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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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노마드 컨퍼런스에서 제작 중인 디지털 노마드 다큐멘터리의 쇼케이스를 하고 있는 도유진 씨

 

중국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2012년, 샌프란시스코 온라인 교육 플랫폼 스타트업에서 인턴을 거쳐 마케팅 어시스턴트로 근무했다. 2013년엔 서울로 돌아와 국내 IT·스타트업 미디어에서 미디어 매니저로 근무했고, 그 뒤 떠난 호주 여행을 기점으로 호주-방콕-마닐라 등을 여행하며 프로젝트별로 잡오퍼를 받아 일하는 본격적인 ‘디지털 노마드’의 인생을 살게 됐다. 2015년, 아시아 – 유럽 – 북미 – 남미를 여행하며 디지털 노마드 다큐멘터리 <One Way Ticket>을 제작 중.

 

*디지털 노마드 관련 콘텐츠는 블로그에서, 다큐멘터리 콘텐츠는 여기에서 볼 수 있다.

 

 

Q. 어떤 매력에 끌려 디지털 노마드가 되었으며, 다큐멘터리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나?

샌프란시스코에서 커리어를 시작한 후, 여러 장소에서 일을 했다. 일이 아닌 여행자의 생활을 택했던 시간도 있었는데, 여행 와중에 현지 회사 등에서 일거리를 받게 됐고 ‘6개월 동안 일을 하면서 여행이 가능하다’는 걸 알게 됐다. 처음에는 원할 때,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기간 동안 자유롭게 살고, 이동하고, 여행하면서도 먹고 살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뿐만 아니라 서울에 있을 때보다 건강이나 경제적인 부분, 생활의 질이 좋아졌다.

 

내가 이 새로운 삶의 방식을 깨달았을 때, 이미 ‘디지털 노마드’들의 세상은 시작되어 진화하는 중이었다. 2013년 갤럽 조사 결과에 따르면, 39%의 미국 회사가 직원들에게 원격근무를 허용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고용주 입장에서는 물리적인 사무 공간과 관리에 들어가는 비용을 절약할 수 있으며,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을 때 업무 생산성이 높다는 것이 여러 연구 결과와 실사례로 증명된 것이다.

 

뒤이은 2015년 스탠퍼드대 연구는 ‘원격근무자들의 생산성이 13% 가량 높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미국에서는 원격 근무의 효용에 대한 연구는 이미 끝나고 – 그 이후의 행정적, 법적 섹터의 일이 진행 중이다. 비자, 세금, 보험 같은 것들 말이다.

 

다큐멘터리 프로젝트를 떠올리게 된 것이 이 시점이다. 디지털 노마드의 삶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나의 능력 좋은 친구들이 인생을 바쳐 열심히 일하고 있는 우리나라에는 ‘디지털 노마드’의 개념이 없고, 이 자유로운 삶의 방식에 관해 뒤쳐져 있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그래서 ‘디지털 노마드적인 삶을 탐험해볼 만하지 않아?’하고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컸다. 블로그에 글을 써오긴 했지만 체감할 수 있는 영상물은 전무한 상황에서, 디지털 노마드 다큐멘터리 <One Way Ticket>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Q. 직접적인 질문이다 – 왜 디지털 노마드 세대는 정규직이 되기를 거부하는가?

거부가 아니다. 고용 시장이 변화해 정규직이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그러니까 정규직이 실제로 없는 것이다! 미국 Intuit 사가 발표한 미래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에는 40% 이상의 미국 노동인구가 프리랜서 형태로 근무하게 될 것이다.

 

여러 경제학자들의 예측도 일치한다. 현재 존재하는 노동의 80%는 자동화가 되고 나머지 20%는 크리에이티브의 몫으로 남게 된다. 과연 이 크리에이티브가 풀타임잡의 형태일까? 아니다. Task by Task, 기업이 프로젝트별 필요한 직무, 전문가와 단기계약을 하는 방식이 될 거다.

 

기업 입장에서는 어떤 특정 업무를 위해 정규직을 고용해 그 인건비 부담을 안고 갈 이유가 없다. 비정규직 개념의 단기계약이 우리나라에서는 사형선고처럼 터부시되는데, 이건 고용주 중심으로 돌아가는 복지 및 안전망 시스템이 빈약한 우리나라 노동 환경 고유의 특징이지, 세계적인 경향은 정반대인 것이다.

 

내가 만난 외국 친구들에게 안정성을 기반한 정규직 일자리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으면, 그들은 ‘항상성’으로 해석하고 부정적인 대답을 한다. 항상성이란 10년, 20년 뒤에도 나의 상태에 변화가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자기 성장의 기회가 없다고 생각하며 이것을 오히려 비극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자, 고용 시장이 재편되고 기본 단순 노동 급속도로 사라지면 , 그럼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할까? 또 사람들은 어떤 기준으로 일자리를 선택할까? 전자의 질문에 대해선 네덜란드가 이미 ‘기본소득’과 같은 대안들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디지털 노마드는 후자의 질문에 대한 답이 될 것이다. 적어도 회사의 위치 때문에 한 도시에 살아야 필요는 없어질 것이다.

 

 

Q. 그렇다면 어떤 사람들이 디지털 노마드가 될 수 있나. 특별한 능력이 필요한 것인가?

강조하는데, 디지털 노마드의 삶의 방식은 특출난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 희소성에 따라 고용주와의 협상 능력이 높은 개발자 등 특정 직군의 오퍼가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능력 차이는 존재하지 않는다. 능력은 아니지만 차이가 있다면, 한국 사회 고유의 폐쇄성에 기인한 것이다.

 

미국, 유럽은 물론이고 남미, 동남아시아 친구들을 만나도 영어를 기본으로 한 언어 능력이 뛰어나다. 이들은 자국어를 사용하면 매우 한정된 소통만을 경험하게 되리란 걸 알고, 영어를 생활화한다. 에스토니아나 네덜란드 같은 곳의 노점상 아주머니도 영어에 능통하다. 태어난 나라에서 자라, 같은 나라 사람과 결혼해, 또다시 그 나라에서 가정을 꾸려야만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국경을 넘나들며 인생을 영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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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을 도와주는 친구들과 함께

 

우리나라의 상황은 마치, 서른 한가지 아이스크림을 파는 가게에서 처음 사 먹은 것이 바닐라 맛이기 때문에 죽을 때까지 바닐라 맛만을 먹겠다는 것과 같다. 그래서 나는 내 친구들에게 말하고 싶었다. ‘우리 세대는 마침내, 살아남는 방식에 대해 여러 가지 선택지를 가지게 됐다’고. 디지털 노마드로 탐험을 시작하는 것이 공채를 준비하고 인턴을 준비하는 것보다 합리적이고 경제적인 선택일 수 있다고 말이다.

 

 

Q. 디지털 노마드로 진입하는 사람들을 위한 정보는 어디서 얻나?

아래 리스트를 제공한다. 지금 직장을 다니고 있다면, 먼저 원격근무 회사를 서치하고, 문을 두드려 보길 바란다. 리스크를 감수할 필요가 없고, 가능성을 충분히 타진해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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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st for Digital Nomads

 

프리랜서, 재택근무자들을 위한 플랫폼

-업워크 https://www.upwork.com

 

원격근무가 가능한 일자리 큐레이션

– 위워크리모틀리 https://weworkremotely.com/

– 리모티브 http://remotive.io/

 

여행하며 일하는 커뮤니티 프로그램

– 해커 파라다이스 http://www.hackerparadise.org/

– 코보트 http://www.coboat.org/

 

디지털 유목민들의 생활 정보 웹

– 노마드 리스트 https://nomadlist.com/

 

디지털 노마드들을 위한 검색엔진

– 텔레포트 http://teleport.org/

 

디지털 노마드 컨퍼런스

– DNX http://www.dnxglobal.com/

 

 

디지털 노마드가 일을 선택하는 방법

여기 20대 초반에 <청춘 내일로>라는 책을 출간하며 여행작가로 입문한 디지털 노마드가 있다. 어느 날, 베트남 취재를 마치고 돌아온 그의 손에는 비즈니스 계획서가 들려있었다. 베트남의 커피와 차, 수공예 아트상품을 수입해 판매하는 온라인 비즈니스 스타트업에 관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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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출장에서는 호텔이 곧 사무실이 된다

 

박솔희

대학에서 언론정보학을 전공하고, 여행 작가로 활동하며 번역을 공부했다. 지금은 한국커피위즐의 최고경영자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Q 대학 졸업 후, 여행 작가라는 프리랜서 잡을 선택 했고, 그다음은 스타트업 창업이다. 정규직이 아닌 선택들을 한 이유가 있나.

나라고 뭐 안정적인 일자리가 싫었겠는가. 졸업 전에는 몇 군데 대기업에 지원했는데 떨어진 적도 있고. (그런데 요즘 한국 취업시장 어려운 거 생각하면 고작 열 몇 군데 넣어본 거 가지고 취준 했다고 하기도 민망하긴 하다.) 스스로 나름 참신한 인재라고 생각했는데 인턴 경력이 없어서, 여자라서, 여러 가지 이유로 곧바로 취직이 되지 않았다.

 

임금도 복지도 좋은 회사는 이미 ‘중고 신입’들이 꿰차고 있어서 아무리 이런저런 경력이 있다 해도 생짜 신입에게는 진입장벽이 높았다. 정보 부족일 수도 있지만, 정말 우리나라에 ‘decent job’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정규직 일자리에도 장점이 많지만, 다른 가능성이 충분히 있었기 때문에 졸업 후 하고 싶은 번역 공부도 했고 여행 작가 생활도 불안정한 프리랜서로나마 지속했다. 여행작가라는 타이틀로 몇 년을 살아왔기 때문에 갑자기 스타트업을 할 거라고는 생각 못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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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커피위즐 오프닝 파티에서 제품 시연을 하고 있는 박솔희 씨

 

애초에 창업에 꿈이 있어서 계획을 했다면 그동안 해온 일을 살려 콘텐츠 사업을 했을 것이다. 그런데 계획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다만 찾아오는 기회를 포착하고 잡아내는 순발력 덕분이었다. 여행 가이드북 취재차 떠난 베트남에서 아이템을 발견하고 일을 벌이게 된 거다. 스티브 잡스가 말한 ‘Connecting the dots’ 처럼.

 

 

Q 새롭게 시작한 스타트업 또한 베트남을 오가며 진행되는 꽤나 이동이 많은 비즈니스다. 소개를 부탁한다.

베트남의 고급 커피, 차, 수공예 아트상품을 수입해 판매하는 쇼핑몰이다. 인터넷쇼핑몰과 매장(쇼룸)이 있으며, 메인 상품은 사향고양이똥 커피로 유명한 루왁 커피의 베트남 버전인 위즐(족제비) 커피이고, 동물 보호를 중요한 가치로 삼는다.

 

풍미가 뛰어난 커피 제품에 반해 처음 사업을 구상했기 때문에 회사명도 한국커피위즐로 지었다. 앞으로는 베트남의 고급 공정무역 제품을 다양하게 수입하여 한국 소비자에게 소개하는 편집숍의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발전해나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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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커피위즐 오프닝 파티에서 비즈니스 소개를 하고 있는 박솔희 씨

 

우리 회사 바로 앞에는 ‘열정감자’로 유명한 청년장사꾼에서 운영하는 매장이 여럿 있는데 그들의 지향은 ‘가족/사랑/건강’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라고 들었다. 우리 회사는 ‘가족/사랑/건강/취미’를 포기하지 않는 회사를 지향한다.

 

아직 초기이다 보니 휴일도 없이 야근 중이지만 직원들은 기본 주 5일에 10-6시 업무 후 퇴근하며, 아직 학생도 있어서 업무 시간은 융통성 있게 조절해준다. 나 또한 본업이자 취미인 여행과 글쓰기를 포기하지 않을 작정이다. 사회생활 첫 시작이 여행작가였던 만큼 초심을 잃지 않으려 늘 다짐한다.

 

직원들이 각자의 관심사와 꿈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업무 배치도 최대한 고려해주고, 다양한 방식으로 지원해주는 회사를 만들고자 한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열심히 매출을 내야 하겠지만!

 

 

내가 직접 창조하는 ‘괜찮은 일자리’ – 디지털 노마드

나는 최근 유능하고 젊은 디자이너 3명을 알게 됐다. 내 작업에 직접 관여하지는 않지만 이들의 크리에이티브 에너지에 끌려 가능한 많은 대화의 기회를 만들었다. 그러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정규직 제안을 받았지만 거절한 경험이 있다는 것, 늘 여행을 계획 중이거나 여행 중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전자의 주된 이유는 그 정규직이 제공하는 ‘노동의 질’이었다. 한마디로 이들에게 정규직은 그리 하고 싶은 일이 아니었고, 심할 경우 자괴감을 유발하기도 했다. 이들은 경제적으로 부유하지 않지만 이렇듯 노동의 질에 대한 우선순위 혹은 자신만의 기준을 가지고 있었다.

 

“돈을 많이 벌어 부자가 돼야 할 이유도 없고, 명예를 높게 쌓아서 인정받을 이유도 없다고 생각해요. 나 자신이 추구하는 인생을 사는 것이 중요하죠. 돈은 정말 필요한 만큼만 있으면 되고, 원하는 때에 원하는 곳에서 노동의 질에 대해 스트레스받지 않고 일을 하는 것이 좋아요.”

 

나는 이번 칼럼을 작성하며 디지털 노마드 세대 다섯 명의 이야기를 포함시켜 지금 일어나고 있는 변화를 당신에게 전달하려 했다. 새롭게 출현한 디지털 노마드 세대는 노동에 관한 자신의 자율과 존엄을 지키려 한다는 점에서 놀랍고 유의미했다. 디폴트 세팅에서 벗어난 이들의 삶이 흥미롭다면, 디지털 노마드로의 탐험을 시작해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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