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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 피할 수 없다면 잘 하고 싶다!

잔디가 소개하는 스마트워크 트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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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내가 속한 조직의 특징 중 하나는 잦은 회의일 것이다. 특히 디자이너는 디자이너들끼리 모이는 정기 미팅 외에도 개발자 뿐만 아니라 다른 부서와 커뮤니케이션 할 일이 정말 많다. 디자인을 설득해야 하는 회의도 있고, 정책적으로 세세한 논의가 필요할 때도 팝업 미팅이 빈번하게 생긴다.

일 년 동안 수 차례의 회의에 들어가면서, 어떻게 하면 주어진 시간의 효능을 최대치로 끌어올릴 수 있는지 나름의 팁들을 얻게 되었다. 전보다는 훨씬 회의가 어떤 ‘방해 요소’처럼 느껴지지 않고 회의실 문을 닫고 나올 때 느껴지는 성취감이 커졌다.

 


 

효율적인 회의를 만드는 팁


1. 회의도 일이다

당연하지만, 회의도 일이다. 당장 무언갈 생산하지 않는다고 해서 수다 떨며 노는 게 아닌지 않은가. 최선의(또는 차악의) 결정을 내리고 빨리 실무에 들어가 실행하고 테스트하기 위한 머테리얼을 만드는 시간이다. 회의를 잘하기 위해선 회의도 일이라는 마음 가짐이 선행되어야 한다. 실무할 때와 마찬가지로 적당한 긴장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2. 결정권자와 진행자

저번 분기 구글 스프린트(<스프린트> 책 링크) 방법론을 사용해 두 차례 프로젝트를 진행했었다. 그리고 스프린트 방법론에서 일상의 회의에 적용할 만한 좋은 규칙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었다. 스프린트는 ‘단 시간에 가장 효율적이고 빠른 결정을 내리기’를 지향하는데, 그러기 위해 늘 강조하는 것이 ‘진행자’와 ‘결정권자’의 역할이었다.

효율적인 회의를 위해서도 이 두 가지 역할이 반드시 필요하다. 가능하다면 진행자는 A님, 결정권자는 B님이라고 명확히 공론하고(회의록에 명시하거나 구두로 선언) 회의를 시작하는 게 좋다. 우리 회사는 스타트업으로 과장, 대리 같은 명확한 직급이 따로 없는 데다가, 다들 연차가 비슷한 팀원들로 구성돼있어 회의 참석자 간에 발언권과 권한이 평등한 경우가 많다. 특히 이럴 때 결정권자가 없다면 회의가 명확한 결론 없이 마무리될 가능성이 크다.

진행자는 결정권자 못지않게, 또는 더 중요하다. 진행자는 회의 시간을 체크하며, 다음 아젠다로 넘어가는 퍼실리테이터 역할이다. 또, 때에 따라 결정권자가 진행자를 겸할 수도 있겠다. 누군가 A를 제안했을 때, ‘저는 B가 좋은데요’ 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저는 C가 좋은데요’ 같은 식으로 흘러가다 결국 아무것도 못 정하고, 남은 아젠다는 꺼내지도 못한 채 끝나는 회의를 많이 겪어 봤다.

진행자와 결정권자는 회의의 목적을 명확히 하고 한 아젠다가 너무 길어질 때 조정한다. 또, 회의의 맥락에서 벗어난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왔을 땐 그것이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라도 해당 회의에서 계속 논의하는 게 좋은 건지 판단하고 아니라면 제지까지할 수 있어야겠다. 또, 회의 전에 무엇을 논의할지 아젠다를 미리 명문화해 오는 게 무조건 좋다.

 

3. 두괄식으로 말하자

회의에서 내 의견을 설득할 때, 간혹 ‘내가 왜 이런 의견에 도달하게 됐는지’까지의 맥락을 구구절절 설명하는 경우가 있다. 의견에 자신이 없어서 일 수도 있고, 혹시 다른 사람들이 반대한다면 그 이유가 ‘나의 깊은 뜻을 이해를 못해서가 아닐까’ 하는 우려에 나도 모르게 말이 길어진다. 하지만 문장의 길이와 설득력은 비례하지 않다는 걸 우린 모두 알고 있다.

회의에서 두괄식 화법은 커뮤니케이션 핑퐁의 속도를 빠르게 한다. 회의처럼 한정된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려면 발회도 효율적인 형식에 맞추는 게 좋다. 두괄식으로 말하자. [주장 +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 이유]처럼 따라오는 근거에 순번을 붙여 말하는 것도 추천한다. 듣는 사람이 머릿속에 내 주장을 문서화하기 쉽기 때문이다.

 

4. 물리적인 도구 이용하기

하지만 ‘현장’에선 자연스레 흘러가는 커뮤니케이션을 딱딱 무 자르듯 진행하기가 쉽지 않다. 중간에 말이 길어진다고 다른 사람의 발화를 끊는다거나 하는게 서로의 감정이 실릴 수도 있는 일이다. 이럴 때 시스템적으로 외부에 장치를 마련해두면 좋다. 우리는 커다란 타이머를 사서 한 아젠다 당 짧으면 10분 길면 40분까지 시간을 맞춰두고 의논을 시작한다. 처음엔 맥북으로 타이머 앱을 사용했었는데 아무래도 물리적인 시계가 경험이 제일 좋았다.

우리 팀이 쓰는 타임 타이머. 실제로 보면 짱 크다.

 

5. 회의 결과물 챙기기 : 액션 아이템(Action Item)과 어사이니(Assignee)

단순 브리핑이 목적이 아니라면 실무와 마찬가지로 회의도 결과물이 있다. 모든 이야기가 원만하게 진행되어 도달한 결론이 있다면 그거야 말로 최고의 결과물일 것이다. 그러나 앞서 말한 것과 같은 만반의 준비를 하더라도 결론이 없는 회의도 당연히 생긴다. 하지만 당장 또렷한 결론이 없더라도 그 시간에 일어난 대화를 기반으로 액션 아이템은 나올 수 있다. 흘러가는 대화 속에 어떤 게 해볼 만한 액션 아이템인지를 재빠르게 포착하자. 진행자의 역할이 빛나는 순간이다.

액션 아이템(또는 to-do list)이 정해졌다면 반드시! ‘누가’ 수행할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 ‘다음 회의 회의실 예약하기’ 같이 사소한 것이라도 마찬가지다. 어사이니는 자원해도 좋고 결정권자가 지정해도 좋다. ‘그런 거 하기로 했었지~’ 하고 영원히 묻히지 않게 하는 게 요지이다. 그리고 다음 회의에서 직전 회의에서 하기로 한 액션 아이템의 진행 상황을 체크한다. 어사이니는 맡은 액션 아이템인지 진행 중인지, 끝냈는지, 프로젝트에 변경이 있어 취소됐는지 등을 얘기한다.

 

6. 쓸데 없는 회의 잡지 않기

어쩌면 가장 중요하다. 난 회의는 협업의 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건 그 협업이 ‘회의라는 형태에 잘 어울릴 때’의 이야기다. 때에 따라 어떤 논의는 다수가 모여 한 마디씩 하는 게 더 비효율일 수 있다. 회의 해야하는 주제와 그러지 않아도 충분한 주제를 날카롭게 구분하는 감이 있어야 한다. 우리 모두의 시간은 똑같이 소중하니까!

스타트업은 만들어야 할 것에 비해 늘 여러모로 리소스가 부족하다. 한 명 한 명이 소중한 마당에, 영양가 없는 회의로 시간을 잡아먹는다면 그보다 억울하고 피곤한 일이 없다. 오죽하면 회의가 일을 방해하는 주요 원인이라는 인터넷 기사도 봤다. 나도 이런 저런 회의에 들어가면서 답답한 상황도 많이 겪었다.

하지만 회의를 빼고 협업을 논하긴 어렵고 ‘회의, 피할 수 없다면 잘 하자!’는게 내 주의다. 사실 회의에서 티키타카가 잘 맞는 순간엔 짜릿한 기분마저 든다. 고도의 커뮤니케이션 기술의 집합체 속에 단련되는 기분과 오고가는 핑퐁에서 나오는 시너지를 즐기는 것도 일의 기쁨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