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머스] 무신사가 고객의 소리로 ‘사용자 경험’을 향상시키는 방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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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상에서 물건을 구매하는 과정은 의외로 정형화되어 있다. 구매할 물건을 생각하고 웹사이트에 접속한 다음, 필요한 제품을 살펴보고 제품을 고르고 결제한다. 이후에 다시 방문해서 구매할지는 나중의 몫이다. 이러한 과정은 어떤 특별한 규칙을 형성하며, 이것이 곧 사용자경험에 대한 이론이 된다. 예를 들어 평균적인 사람은 작업 메모리에 7(±2)개의 항목만 저장한다는 밀러의 법칙이나 첫 번째 항목과 마지막 항목을 가장 잘 기억하는 성향을 일컫는 서열 위치 효과, 여러 개의 유사한 물체가 있을 때 나머지와 다른 물체가 기억될 가능성이 높다는 본 레스토프 효과 등이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성향을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 이하 UX)이라고 지칭하는데, 전자상거래 업계에서 그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그도 그럴 게, 온라인 사용자의 75%가 웹사이트의 미학을 웹사이트의 신뢰성으로 받아들이며, 소비자의 절대다수가 열악한 사용자 경험 이후 경쟁 업체에서 쇼핑하거나 다시 구매하기를 꺼린다. 페이백이나 할인 같은 구매 유도나 홍보같은 전통적인 수단으로도 전자상거래 기업의 역량을 끌어올릴 수는 있지만, 최적화된 UX야말로 소비자를 사로잡는 효과적인 방안임이 증명되면서 시장 경쟁은 물론 UX 조사·분석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무신사 플랫폼디자인팀 홍익표 UX 리서처. 출처=IT동아

2020년 거래액 1조 2천억 원을 달성한 우리나라 대표 온라인 패션 플랫폼 무신사(MUSINSA) 역시 고객 경험을 위한 부서를 두고 UX를 최적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무신사를 방문해 무신사의 성장 비결과 사용자 경험과의 관계를 들어보았다.

 

고객과 비즈니스 간의 간극을 줄이는 작업, UX분석가란?

사용자 경험(이하 UX)은 이름 그대로 사용자가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과정을 뜻하며, UX 분석가(UX Researcher, 이하 UX 리서처)는 이 모든 것을 수집하고 관리하는 직군이다. 무신사 플랫폼디자인팀의 홍익표 리서처에게 무신사의 UX 리서치에 대한 소개를 부탁했다. 홍익표 리서처는 “UX 리서처는 이름 그대로 사용자 경험을 리서치(Research, 조사)하는 사람이다. 서비스를 만드는 공급자인 무신사와 서비스를 사용하는 고객의 중간에서 실제 행동을 조사하고 분석하여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를 찾아내고 비즈니스의 간극을 줄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소개를 시작했다.

UX리서처는 사용자 경험을 수집해 서비스로 반영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출처=IT동아

주요 업무에 대해서는 크게 세 가지를 손꼽았다. “UX 리서처의 업무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정성적 방법론과 내부 정량 데이터를 활용해 고객의 행동을 파악한다. 둘째, 수집한 데이터를 분석해 문제를 해결하고 개선할 수 있는 자료를 도출한다. 셋째, 이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서비스 유관 부서에 전파한다. 이를 통해 회사가 고객 중심의 업무 문화가 되도록 장려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정리했다. 조금 더 쉽게 풀어서 말하자면, 무신사 고객이 웹사이트를 접속하는 순간부터 웹서핑, 구매, 결제, 재이용 등에서 벌어지는 모든 과정에 대한 정보를 정리해 더 나은 사용성을 갖출 수 있게 조율하는 역할이라 볼 수 있다.

 

UX리서처, 일반 소비자와의 접점은 어디에 있나

소비자가 직접 UX 리서처의 업무와 접하는 부분도 있다. 홍 리서처는 “무신사의 모든 리서치 업무는 무신사 앱 안에 있는 무신사 리서치 페이지와 무신사 리서치 카카오톡 채널을 통해 진행한다. 고객과는 사용성 테스트, 설문조사, 심층 인터뷰 등 다양한 방법으로 만나고 있는데, 현재는 코로나 19로 인해 온라인 중심의 리서치만 진행하고 있다”고 답했다. 여기서 홍 리서처가 말하는 ‘무신사 리서치’는 무엇일까. 기자가 직접 무신사 리서치를 열람해봤다.

무신사 리서치 페이지. 출처=무신사

무신사 페이지는 무신사 리서치의 목적부터 고객이 참여할 방법을 담고 있다. 참여 방법은 무신사 애플리케이션 하단 우측에 있는 ‘내 정보’ 페이지에서 고객센터 아래에 있는 ‘무신사 리서치’로 접근할 수 있다. 참여 등록 후 리서치 주제와 맞으면 개인적으로 연락이 오며, 사용성 테스트나 설문조사, 심층 인터뷰 등이 진행된다.

리서치 주제와 관련해서는 “리서치 주제는 기존 서비스의 문제점을 찾아내 개선하는 피드백 측면의 리서치, 신규 기능 및 서비스 도입 시 고객 행동을 관찰하면서 경험을 주기 위한 선행적 리서치로 나뉜다. 무신사는 양쪽 모두 균형 있게 진행해 서비스 사용성을 높이고 있다”라고 첨언했다.

UX 리서치를 통해 무신사 앱의 메인 ‘컬럼’구조를 소비자 편의에 맞춰 개선한 바 있다. 제공=무신사

UX 리서처의 업무는 어떻게 반영되고 있는 걸까? 실제 적용된 사례에 대한 소개를 부탁했다. 홍 리서처는 “무신사에서는 제품 검색 결과를 1컬럼, 2컬럼, 3컬럼, 랜드스케이프 총 4가지 뷰타입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중 고객이 어떤 뷰 타입을 선호하는지와 사용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무신사가 설정한 순서와 실제 고객이 원하는 순서가 다르다는 점을 발견해 고객이 선호하는 순서대로 바꿨다. 또 앱을 껐다 켜도 선호하는 뷰 타입으로 유지되도록 변경했다”라며, “이처럼 작은 부분이라도 고객이 편리할 수 있다면 연구하고 개선하는 게 UX 리서처의 업무”라고 말했다.

 

무신사의 협업과 일하는 방식, 협업 툴 ‘잔디’ 활용해

무신사는 컨플루언스, 지라를 활용해 프로젝트를 관리하며, 협업 툴 잔디를 활용해 사내 협업 및 소통을 진행한다. 출처=아틀라시안·토스랩

UX리서처의 주요 업무 중 하나는 리서치 결과를 유관 부서에 알리고 개선을 요청하는 일이다. 그래서 많은 기업이 UX 리서처를 대체로 서비스를 만들고 구축하는 조직에 속해있거나 밀접하게 협업할 수 있도록 배치한다. 홍익표 리서처 역시 플랫폼디자인팀에 속해있으면서 다른 팀의 기획자나 디자이너, 개발자들과 협업하는 일이 많다고 한다. 사내 협력은 어떤 식으로 진행할까. 홍 리서처는 “프로젝트 관리는 컨플루언스, 지라(JIRA)를 활용하며, 사내 협업이나 소통과 관련된 커뮤니케이션은 잔디(JANDI)를 활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협업 툴 잔디로 소통하고 있는 홍익표 UX 리서처. 출처=IT동아

홍 리서처가 잔디를 활용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잔디는 ‘토스랩’이 개발한 협업 소프트웨어로, 특정 주제를 토픽별 주제로 나눠서 대화한다. 다양한 부서와 여러 인원이 교차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더라도, 협력 관계에 있는 인원만 주제에 맞게 대화를 구성하면 돼 혼선이 거의 없다. 이러한 잔디의 특징은 관련 부서와의 빠른 협업 및 전파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홍 리서처는 “리서치가 긴 주기로 진행된다고 생각할 순 있지만, 무신사는 빠르면 하루 이틀 안에 리서치를 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상태다. 하루 만에 빠르게 사용성 테스트를 진행하고 결과를 알 수 있을 뿐 아니라, 유관부서 담당자를 리서치 현장에 참여시켜 다음 진행 방향을 그 자리에서 바로 논의하는 등의 신속한 업무 체계를 갖추고 있다”고 답했다. 컨플루언스와 지라로 프로젝트를 공유한 다음, 잔디를 활용해 빠르게 진행할 테스트만을 주제로 소통하는 등의 체계를 뜻한다. 아울러 잔디 자체가 협업 소프트웨어인 만큼, 다른 부서나 외부 기업과도 협업할 수 있게 되어있는 점도 선택의 이유로 볼 수 있다.

 

UX 리서치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한 마디

무신사에게 전달된 감사 편지. 제공=무신사

아직 우리나라에서 ‘UX 리서처’라는 직군은 생소하다. 하지만 홍 리서처는 “서비스 최전선에서 고객의 소리를 듣는 직업이기에 보람도 크다”고 말했다. 최근 무신사에 도착한 손편지가 그 예다. 지난 4월 19일, 한 고객이 무신사가 제작한 패션 콘텐츠를 보며 진로에 도움을 받았고, 좋아하는 관심사를 가장 편하고 쉽고 다양하게 접할 수 있게 해줘서 고맙다는 내용의 손편지를 보냈다. 홍 리서처는 “리서처로서의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며, “앞으로 양질의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UX 리서처를 꿈꾸는 이들에게도 조언을 부탁했다. 홍 리서처는 “저 역시 스터디나 커뮤니티를 운영해 활동하고 있고, 클럽하우스에서 리서처들과 지속적으로 교류하며 전문성을 쌓아가고 있다”라면서, “UX리서처의 역량은 고객 중심적 사고를 바탕으로 프로덕트를 만드는 공급자와 그걸 이용하는 고객 사이에서의 간극을 줄이고 해결하는 데 달려있다. 나아가 리서치 방법에 대한 이론을 아는 것은 물론 실무 경험도 필요하므로 본인의 한계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탐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홍익표 UX 리서처 역시 지금도 배우는 자세로 고객 경험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그에게 있어 고객의 소리란 ‘정량적인 데이터만으로는 알 수 없는 고객의 생각과 행동을 이해할 수 있는 목소리’며, 무신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알려주는 이정표다. UX 리서처가 있기에 앞으로도 무신사의 고객 경험은 꾸준히 발전하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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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IT동아 남시현 기자가 작성해 IT동아에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