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 말고, 라인 말고 : 디자인 스튜디오 팀장의 업무용 메신저 사용기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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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저 이 저널은 디자인 스튜디오 일을 진행하면서 개인적으로 느낀, 편협하고 편파적인 글임을 미리 알립니다.

 

카톡 알람을 꺼버리다.

소규모(?) 디자인회사에서 유일한 회사 운영에 대한 업무를 담당하면서, 항상 대내/외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효율적인 소통방식을 고민하는 편이다. 문제는 매년 늘어나는 클라이언트의 숫자와 그로 인한 프로젝트의 증가로 인한 문제가 발생하는데, 특히 1년에 소화하는 프로젝트 숫자가 60 -> 100개 이상으로 늘어났을 때 나는 한동안 카카오톡의 알림을 꺼버리고 말았다.

Creative를 추구하는 디자인 스튜디오의 특성상 디자인이라는 공통 주제는 있지만, 분야별로 다른 프로젝트와 담당자들의 요청, 팀원의 메시지 그리고 개인적인 메시지까지…. 카톡을 읽지 않아 ‘전화를 해야지 연락이 되는 사람’이라는 욕을 먹더라도 내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모든 일을 나에게 쏟아지는 메시지를 무시해야 했었다.

하지만 이건 나의 개인적인 문제일 뿐, 클라이언트 그리고 내부 팀원은 “도대체 왜?”라고 불만을 늘어놓기 일쑤였고 나에게 방해가 된다는 핑계로 갈라파고스섬으로 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업무용 메신저가 존재한다고 알게 된 건 정말 우연한 광고로 인해 알게 되었다. “업무용 메신저? 그런 게 존재한다고?” 사실 많은 의문이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메신저의 조건은 단 하나

 

 

 –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는 것 –

 

다른 조건 없이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는 것이 진리라고 생각했다. (아직도 이 생각은 달라지지 않았다) ‘WhatsApp, Line, WeChat’ 등 아무리 좋은 메신저도 사용하는 사람이 많아야 강력해지는 것을 굳이 국가별 메신저 점유율, 메신저별 특성 등을 설명하지 않아도 알듯이 말이다. 사람들이 굳이 사용하지 않은 메신저가 소규모 사업장에서 적용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고, 일을 진행하면서 커뮤니케이션(빠른 결정과 효율적인 소통)이 빠른 조직이기 때문에 반신반의하며 업무용 메신저 스터디를 하며 시범적으로 도입했다.

 

개인과 업무 구분없이 쌓이는 메시지, 그것들을 놓치지 못하는 강박

 

Slack vs 잔디

시범적으로 사용될 업무용 메신저 결정은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업무용 메신저는 ‘Slack & 잔디’ 두 가지가 후보에 올랐고, 최종 결정된 것은 ‘잔디’였다. 이유는

 

‘한글 지원’ & ‘손쉬운 사용성’

 

아무 생각 없이 결정한 것처럼 보이지만 직원들에게 새로운 것을 교육하고 적용하는 입장에서는 기능이나 UX/UI가 좀 세련되지 않더라도 ‘Easy & Simple’은 결정의 좋은 요소가 된다.

잔디가 추구하는 방향 ‘업무와 사생활의 분리’라는 측면에서 업무용 메신저의 본질을 추구하는 것 같아서 결정하였다.

 

2개의 메신저 과연?

잔디를 처음 도입했을 때 가장 우려했던 점은 업무에 있어서 직원들이 생각보다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것에 보수적이라는 점이었다. 어떤 작업을 하면서 있어서 극적인 변화가 없는 한 기존의 자신이 잘 사용하던 툴을 버리고 새로운 툴을 적용하는 것은 도리어 효율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자신에게 익숙하지 않은 툴 사용이 두려운 직원들을 어떻게 설득했을까?

 

 – 개인과 업무의 분리 –

 

커뮤니케이션이 빠른 대신에 개인과 일의 경계가 모호한 (흔히 가족 같은 분위기의 회사라고 한다) 소규모 기업에서는 회사가 성장함에 따라서 일과 개인의 커뮤니케이션은 분리가 필수이다. 규모가 커진다는 것은 그만큼 체계적으로 고객 및 프로젝트의 데이터를 분리&관리를 해야 하고 단기 프로젝트와 장기 프로젝트가 혼합되면서 데이터의 기록 및 검색이 필요해지기 때문이다.

 

카카오톡은 업무와 개인을 완벽하게 분리가 불가능하다.

 

카카오톡은 정말 좋은 메신저이다. 하지만 개인 간 대화 중심 툴(Tool)이기 때문에 업무용으로 사용하기에는 분명 한계가 존재하며, 업무용으로 사용하면 할수록 개인과 업무의 경계가 희미해지게 된다.

 

핵심은 ‘프로젝트’ 중심의 커뮤니케이션에 있다.

 

프로젝트 중심의 커뮤니케이션은 자연스럽게 구성원들이 대화 및 주제를 프로젝트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누게 되고, 그로 인해 개인 대화와 업무 대화를 자연스럽게 분리하게 되었다. 또한, 모든 대화 및 자료가 검색 가능한 강력한 기능과, 어느 디바이스에서도 가능한 파일 공유 기능은 잦은 수정과 파일 공유가 많은 ‘소규모 디자인’회사에도 전에 없던 업무적 효율성을 가져왔다.

 

프로젝트 위주 커뮤니케이션 변화

디자인작업을 하다 보면 개념을 달리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변화가 생기기도 한다. 프로젝트 위주의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개인 대화 = 카톡, 업무 대화= 잔디라는 암묵적인 룰이 생기고 점차 습관이 되다 보니, 전에 나누었던 정보를 알기 위해 대화방에서 날짜와 기억을 더듬으며 검색하는 일이 줄어 들었으며 업무가 종료된 프로젝트는 삭제하고 항상 우선순위의 프로젝트 관리 및 소통을 하게 되어 의미 없이 보내는 시간을 많이 줄일 수 있었다.

 

디자인 스튜디오 사월의 잔디 토픽 사용 현황

스튜디오 사월의 3가지 섹션으로 나누어서 잔디를 활용한다. 

  • 정기적으로 정보를 공유하는 ‘전체 공지 섹션’
  • 진행 프로젝트 위주의 ‘프로젝트 섹션’
  • 빠른 컨펌 및 대화를 위한 ‘개인 채팅 섹션’

 

도입 초반에는 잔디가 가지고 있는 많은 기능을 활용하는 것보다. 업무용 메신저와 친해지는 시간 그리고 업무용과 개인용 메신저를 분리하는 시간을 약 3개월 정도 가지도록 하였다. 물론 우리가 익숙하게 사용하던 메신저와 다른 부분이 있어서 (예로 들면 대화의 내용이 대화형식의 텍스트가 아닌 한쪽에 몰려서 보인다든지) 인터페이스 및 습관을 기르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과연 스튜디오 사월의 팀원들은 업무용 메신저와 친해졌을까? 다음 편에서는 6개월 동안 업무용 메신저를 사용한 스튜디오 사월의 변화를 소개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