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삶의 건강한 조화? 미국 뉴욕 시에서 배운다
일과 삶의 건강한 조화? 미국 뉴욕 시에서 배운다
현대 미국인들의 건강 문제, 회사에도 영향을 미친다?
미국의 성인 비만 인구는 무려 2/3에 달한다. 총 68.8%의 미국 성인들이 과체중 또는 비만으로 건강한 라이프 스타일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중 고도 비만으로 분류되는 인구는 전체의 1/20로서, 한 부서에 한 명꼴로 있다는 뜻이다. 미국 건강 협회는 특히 4명 중 3명의 성인 남성이 이러한 체중 문제를 겪고 있다고 발표하며 이는 당뇨를 비롯한 각종 성인 질병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는 발표를 했다.
패션의 중심지이자 유행의 선두주자라고 불리는 뉴욕 역시 예외는 아니다. 뉴욕의 비만율은 총 50개의 주 중 40등으로 미국 내에서 “날씬한” 주에 속한다. 그러나 현재 뉴욕 주의 비만율은 25.4%로서 4명 중의 한 명이 체중 관리에 실패하고 있으며 이는 1990년도 9.3%밖에 되지 않는 것을 생각한다면 거의 3배에 가까운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이는 가히 범 국가적인 문제로 각종 질병에 무방비로 노출된 성인들의 의료 보험과 건강 관련 보조금은 상상 초월이다.
현대 미국의 성인들은 매일같이 직장에서 앉아서 미팅하며 컴퓨터 앞에서 엑셀 시트를 보며 타이핑 하는 것이 하루의 일과일 것이다. 그리고 중간중간 먹는 간식과 커피는 하루 동안 몸이 쓰는 에너지 이상의 당분과 영양소를 제공하고 이는 고스란히 ‘뱃살’로 저장된다. 이러한 건강하지 못한 라이프 스타일은 고스란히 직장인들에게는 소화불량, 당뇨, 합병증 심하면 암으로까지 돌아온다. 그리고 이런 건강하지 못한 라이프 스타일은 회사에서도 큰 손실로 돌아오고 있다.
한국과는 사뭇 다른 회사 제도, 라이프 스타일에 변화에 발 맞추어 변화하고 있다
의료민영화 체제인 미국에서는 대부분 정규직을 잡을 경우 회사 측에서 매달 수 백만 원에 달하는 보험료를 지급해준다. 여기서 비만이나 과체중인 직원들이 계속해서 보험을 이용하며, 병원에 가기 위해 월차를 내면 어떻게 될까? 답은 불보듯 뻔하다. 회사가 지급하는 보험 회사는 보장 가능한 수준을 넘어선 잦은 병원 방문으로 매년 보험료를 대폭 인상하고 이는 고스란히 회사 경영에 부담으로 돌아온다. 특히 미국 회사 문화에서는 철저히 건강 문제로 인한 퇴근(Sick Leave)이나 휴가(Vacation)의 법적으로 보호되며 한국 직장문화에서 말하는 눈치나 기타 제재를 가할 경우 대형 소송에 휘말릴 수 있으니 회사는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전 뉴욕 시장 마이클 블룸버그(Mike Bloomberg)의 공공 건강 프로그램의 트랜스 지방, 슈퍼 사이즈 탄산음료와 같은 정부 차원의 제재도 서슴지 않았으며 미셸 오바마(Michelle Obama) 역시 대대적으로 소아 비만을 개선하기 위한 요가, 타이 치와 같은 운동을 백악관 앞마당에서 시행하는 등의 정책을 펼쳤다. 무엇보다 건강하지 않은 라이프 스타일은 개개인의 행복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다이어트 열풍과 유기농 음식재료와 같은 ‘헬씨 라이프 스타일(Healthy Life Style)’의 유행은 어떻게 보면 현대인들에게 유행할 수 밖에 없는 가장 기본적인 건강과 생존을 바탕으로 한 키워드일지도 모르겠다. 특히 유행에 민감하며 최신 문화 콘텐츠의 시발점인 뉴욕 시티에서는 최근 이러한 건강 코드에 부합하는 군살 없는 탄탄한 몸매, 각종 피트니스 클래스, 유기농의 균형 잡힌 식사를 하는 것이 최신 ‘유행’으로 자리 잡았다.
각종 뉴요커들의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트위터만 보더라도 퇴근 후의 요가 클래스나 필라테스를 즐기는 모습을 올리는 것이 ‘쿨’한 것이 되었다. 도시적인 커리어 우먼들의 일과는 멋진 직장을 끝마치고 라운지에서 칵테일을 한잔 홀짝거리는 모습은 이제 한물갔다는 것이다!
2015년 섹스 앤드 더 시티(Sex and the City)가 재 방영된다면, 주인공 캐리 브래드쇼는 아마 미드타운에 위치한 보그(Vogue) 본사에 기사를 가져다준 뒤 최고급 요가복을 갖추어 입고, 어퍼이스트의 유명 구루(Guru)가 운영하는 요가 스튜디오에서 운동한 뒤 유기농 디톡스 주스와 샐러드로 일과를 마칠 것이다. 이제 직장인들의 건강한 삶을 영위하는 것은 “자신을 행복하게 만드는 자기 관리”와 연결되며, 날씬한 것보단 탄탄한 몸매가 주목 받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요가가 있는 삶, 뉴욕 직장인의 삶을 조명하다
이런 건강 라이프 스타일을 영위하는 것은 뉴요커들에겐 쉬울까? 국내 직장인들에겐 “꿈”과 같은 말처럼 들릴 수도 있겠다. 매일 같은 야근과 회식으로 잠도 부족한데 언제 운동이고 유기농을 챙겨 먹느냐는 한숨 섞인 불평이 섞여 나올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뉴요커들의 직장 생활도 사실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정시 퇴근에 높은 연봉과 단체 문화가 없는 미국 직장인들의 삶을 무작정 동경 할 수도 있겠지만, 현실은 조금 다르다. 패션 회사, 광고 회사, 잡지사에서부터 월 스트리트에서 일하는 파이낸셜 전문가들까지 ‘야근’ 없는 회사에 근무한다면 뉴요커들도 무척이나 부러워한다.
국내보다 상대적으로 야근하지 않은 회사들 수가 많지만, 그만큼 야근을 하는 회사도 많다. 개인적인 경험에 비추어 봐도, 패션 디자이너로 근무했던 많은 회사는 패션 위크 시기가 다가올 땐 기본적으로 저녁 11시까지 야근하는 것은 일반적이오, 심하면 새벽 3시까지 일할 때도 있다. 야근 수당을 잘 챙겨주지 않느냐고? 프리랜서와 같은 시간제 근무자들은 사원증으로 출퇴근 시간을 체크 하는 만큼 일하는 시간대로 받을 수 있지만, 연봉제를 선택하는 많은 정규직은 계약 서류에 작성된 연봉만 받는 만큼 별도의 수당은 없다.
회식 문화 역시 자주 있진 않으나, 회사 내부에서 피자를 주문해 같이 먹는 피자 파티나 연말 파티 등이 있다. 게다가 정이라고는 없는 미국 회사 문화에서는 실수 한번에 서로 손가락을 겨누며 잘잘못을 따지는 살벌한 콘크리트 정글의 모습은 마냥 부러워하기보다 공감을 할 수 있는 요소가 더 많을 것이다.
이러한 살벌하면서도 개인주의 적인 성향이 다분한 뉴욕의 기업 문화는 자연스레 뉴욕주민들이 이 회사 저 회사 옮기는 빈도수가 국내보다 훨씬 높으며, 보통 2-3년 마다 옮기며 자신의 몸값을 불리는 데에 총력을 다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경력이 올라갈수록 최대한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에 적합하며 직원들에게 혜택을 주는 회사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회사 차원에서는 업무의 전반을 잘 이해하며 오래 있어줄수록 이득인 만큼 “예방을 위한 예산”을 넉넉하게 잡는다.
이는 건강하지 못해 생기는 피로감, 소화불량, 각종 질병을 예방할 수 있는 것뿐만 아니라 혹 여라도 건강 문제로 갑작스레 퇴직하지 않을 수 있도록 예방 차원의 회사 내 피트니스 센터 건립 등에 신경을 쓰고 있다. 국내 굴지의 기업 삼성전자 역시 뉴저지에 있는 북미 지사에서 사원들을 위한 무료 피트니스 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점심시간 등을 이용한 운동을 할 수 있도록 자유로운 분위기를 추구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블랙 야크와 같은 스포츠웨어 상표들이 적극 등산 모임, 주말 조깅과 같은 건강 프로그램을 지향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회사 내에 이러한 지원이 없다면? 뉴욕 직장인으로서 매달 월급의 33%나 되는 세금을 내는 만큼, 뉴욕 시에서는 질 높은 건강한 라이프 스타일을 유지 할 수 있는 무료 행사들이 열린다. 그것도 직장인들이 많이 몰려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열기 때문에 번거롭지 않게 퇴근 시간에 맞추어 요가복만 있다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그 중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바로 뉴욕 직장인들의 점심을 해결하는 곳으로도 유명한 “브라이언트 공원(Bryant Park) 요가”다. 도심에 있는 공원으로 뉴욕 공립 도서관과 붙어 있고, 각종 레스토랑뿐만 아니라 대형 잔디가 깔려 있어 휴식처가 되는 이곳은 올해로 12번째 요가 시즌을 시작했다. 주변에는 크고 작은 패션 회사뿐만 아니라 마이크로 소프트, 뉴욕 타임스와 같은 대형 회사들이 밀집한 곳이니 말 그대로 직장인들의 공원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
이곳에서는 라이프 스타일 요가복을 제작하는 브랜드 Athleta와 파트너 쉽을 제약하고 19주 동안 5월 중순에서부터 9월까지 무료 요가 클래스를 제공한다. 일주일에 두 번 화요일 오전 10시~11시와 목요일 오후 6시~7시 사이 열리는 이 수업은 <요가 저널>의 전문 강사와 Athleta에서 제공되는 무료 요가 매트 등으로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다. 특히 12번 출석을 했을 경우에는 Athleta의 25$ 기프트 카드 제공, 24번 출석 시 유명 요가 스튜디오의 체험권 등 무료 수업과 각종 혜택으로 자칫 ‘귀차니즘’으로 집에 가서 눕고 싶은 마음을 다잡아준다.
게다가 마치 유행처럼 직장 동료들이 인스타그램에 #BryantparkYoga 라는 해시태그를 걸면서 왠지 나도 일찍 퇴근하고 요가를 즐기는 멋진 라이프 스타일을 영유한다는 소식을 알리기 위한 조금 불순한(?) 마음을 가지고 참여한다. 이러한 (내 세금을 쓴) 공짜 이벤트들과 그에 줄줄이 딸려 오는 건강, 각종 무료 혜택들, 마치 굉장히 멋진 퇴근 후 라이프를 즐기는 듯 인증사진을 올릴 수 있는 이벤트는 충분히 직장인들의 삶에 요가라는 키워드를 얹히는 데에 충분하다.
지속 가능한 건강 프로그램을 제시하라, 뉴욕 직장인들의 12년 째 요가 사랑
실제로 12년간 프로그램이 지속한 이유는 이러한 것들 때문만은 아니다. 뉴욕 직장인들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영 공원에서 건강의 중요성과 프로그램 개발에 힘을 썼기 때문에 초기 예산 낭비라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현재 사랑받는 야외 요가로 자리 잡았다. 야외 요가 특성상 매 수업 수 백 명이 넘는 참가자들에게 최고의 요가 수업을 제공하기 위해 특성화된 요가 동작과 전문 강사의 막힘 수업 준비 또한 눈여겨 볼 법하며 Flavor pill 이라는 온라인 스마트폰 예매 시스템을 통해 퇴근 후 피곤한 직장인들에게 불쾌한 경험을 하지 않도록 운영하는 것이 특징이다.
퇴근이 늦어진 직장인들도 중간에 어려움 없이 참여할 수 있도록 매트를 비치해 놓으며, 직장 동료들을 예매 없이 데리고 오더라도 현장에서 체크인해주겠다는 주최 측의 ‘직장인 배려’ 또한 참여자들을 늘리는 데에 이바지하고 있다. 직장인들은 요가라는 운동을 통해 건강을 유지하며 온종일 책상 앞에서 앉아 업무를 처리하며 쌓인 피로감, 스트레스를 명상을 통해 푼다. 이는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직장인들에게 잠이나 술로 풀어내는 것이 아닌, 하루 중 한번 보기 힘든 하늘을 보며 스트레칭을 하는 것으로 신체 건강과 동시에 정신적인 휴식을 준다. 이러한 성공은 금세 센트럴 파크, 브루클린 프로스펙트 공원 등으로 퍼져 나갔으며 요가, 필라테스, 살사, 줌바, 부트 캠프, 펜싱과 같은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 수업들이 무료로 제공되고 있다.
특히 많은 수업은 출근 전 할 수 있는 새벽 7~8시 반이나 퇴근 후 즐길 수 있는 저녁 6~7시 수업이 대부분이다. 조금만 찾아본다면 자신의 직장 근처는 물론 집 근처의 공원에서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직장인들이 내는 세금으로) 무료로 운영되고 있다. 혼자라서 가기 민망해할 필요도 없다. 실제로 많은 수업에 참가하는 뉴욕 직장인들은 문화 특성상 옆 사람과 간단한 담소는 물론, 내가 무엇을 하는지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즉, 운이 좋다면 다른 직장에서 일하는 인맥을 만들 수도 있고, 그렇지 못하더라도 창피할 일은 없다는 것이다. 회사 동료들끼리 단체로 수업에 참여하는 모습 역시 종종 볼 수 있는데, 온종일 열심히 일한 이들이 치맥 대신 요가 수업을 선택 하는 것은 말 그대로 ‘건강한’ 기업 문화를 만들어 내며 서로를 격려하며 함께 운동하는 긍정적인 시너지를 만들어 낸다.
미국에서는 “Healthy Employees are Happy Employees(건강한 피고용인이 행복한 피고용인)”이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직장인이 행복해 질 수 있는 키워드를 찾아야 만이 업무를 하는 데도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 온 다는 것을 기업과 사람들은 잘 알고 있다. 스트레스로 점철되어 무거운 몸을 이끌고 일어나 출근하는 직장인이 아닌, 행복한 직장인이 되려면 자신의 삶에 대한 만족도와 행복감을 높이는 라이프 스타일이 가장 기본이 된다. 우리는 스스로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건강을 조절 함으로써 만성 피로감과 각종 질병에서 벗어나는 것이 행복한 직장인으로서의 첫걸음일 것이며, 이러한 ‘행복한 직장인’의 가치를 알아주는 기업 문화와 뉴욕시처럼 정부 차원의 지속 가능한 프로그램이 적극적으로 생성 되는 것이야말로 ‘서울 직장인’들이 뉴요커들처럼 요가가 있는 삶을 선택하는(할 수 있는) 첫걸음 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