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vs 베짱이 – 성공하는 사람은 짧고 굵게 일한다
개미 vs 베짱이 – 성공하는 사람은 짧고 굵게 일한다
아침 8시부터 저녁 10시까지 의자에 엉덩이 붙이고 앉아 공부하던 고등학교 시절을 떠올려보면 많은 선생님이 공부는 엉덩이가 하는 거라고 말씀하셨다. 그 당시엔 어린 마음에 “공부를 왜 엉덩이가 해 뭔소리여”라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대학교에 다니며 그 분들이 나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건지 조금이나마 공감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성과는 시간에 비례한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이 분명하다.
대학시절 시험기간이 되면 학생들은 여러 부류로 나뉘게 되는데 대표적으로 두 가지로 나뉘게 된다. 비유하자면 개미족과 베짱이족,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동화 속 그 스토리 전개처럼 개미족에 속하는 학우들은 매 시간 매 분 최선을 다했다. 이들은 고등학생 때처럼 아침부터 다음 날 아침까지 도서관 자리에서 엉덩이를 뗄 줄 몰랐다.
반면 베짱이족 학우들은 도서관에 홀연히 나타나 커피 한 잔, 담소 잠깐을 나누곤 홀연히 사라지곤 했다. 개미와 베짱이 동화와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동화 속 베짱이들은 정말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고 노래나 부르며 놀고 먹었지만, 내 기억 속 베짱이족 학우들은 자기 자신 혹은 부모님이 내주신 등록금에 대한 책임감 혹은 죄책감으로 인해 공부하는 ‘액션’ 정도는 취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이제 본격적으로 개미족과 베짱이족에 대해 따지고 들어가보자. 개미족 학우들이 엉덩이를 책상 의자에 붙이고 있는 시간이 하루 7시간 이상이라면 그 중 순수하게 공부하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그 중 반만이라도 집중하여 공부했더라면 다행일텐데 수업 시간이 50분을 넘지 않는 것에서 느낄 수 있듯 사람이 한 가지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길지 않다. 우리의 학우들을 관대하게 평가해 7시간 중 절반인 3시간 반을 집중하는 시간이라고 가정해주자.
그 외의 시간은? 21세기를 사는 본인을 포함한 모든 사람이 알고 있듯 공부가 아닌, 여러 가지 일들로 바쁠 것이다. 스마트폰을 통해 끈임 없이 늘어나는 메신저 앱의 숫자를 없앤다거나, 별 친하지도 않은 사람들이 누른 ‘좋아요’를 통해 뜬 게시물에 한 눈을 파는 등의 개인적인 일들. 인정하기 싫겠지만, 책상에 앉아 있는 시간 중 공부하는 시간보다 개인적인 일에 사용했던 시간이 많았던 이들이 많을 것이다.
그렇다면 베짱이족은 어떨까? 베짱이족은 바쁘다. 사람도 만나야 하고, 취미생활도 즐겨야 하고, 운동하면서 몸매 관리도 해야하고, 즐겁게 하하호호 음주가무도 즐기느라 공부할 시간이 없다. 그러다 잠깐 공부할 타이밍이 되면 미친듯한 집중력을 발휘하며 공부를 한다. 개미족과 베짱이족의 공부한 시간의 차이는 커 봐야 1-2 시간, 더 큰 차이점은 베짱이는 적어도 자기가 하고 싶은 건 다 하며 인생을 즐겼다는 정도?
‘직장인 대상 글에 왠 개미족과 베짱이족 얘기를 늘어놓느냐’ 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지금 이 순간 우리 직장인의 일상을 생각해 보면 베짱이족과 개미족의 이야기는 남 이야기가 아닐 수 있다. 8시간의 업무 시간 중 (더해서 야근시간까지) 우리가 순수히 업무에 매달리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5월 4일자 한국경제 플러스에 흥미로운 기사가 올라왔었다. 제목은 “성공하는 사람은 짧고 굵게 일한다.” 기사의 앞부분은 이렇게 시작한다.
“뿌린 대로 거둔다”는 말이 있지요. 업무에 관해서 이를 기계적으로 해석하면 “오래 일 할수록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결론을 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뿌리느냐’도 중요합니다. 오래 일하는 것 보다 짧고 굵게 일하는 게 성공의 비결이라는 연구 결과가 이를 보여줍니다. 미국 인터넷 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플로리다주립대 K.앤더스에릭손 교수가 심리학 분야 최고 저널 중 하나인 ‘사이콜로지컬 리뷰(Psychological Review)’에 게재한 논문을 소개했습니다. 논문 결론을 간단히 말하면 “짧은 시간 동안 강렬하게 일하는 게 오래 일하는 것보다 효율적”이라는 겁니다. (중략) 적게 일하고 높은 수입을 올리는 방법을 소개한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4시간’의 저자 티모시페리스도 책에서 비슷한 조언을 합니다. 그는 20대80의 법칙으로 알려진 ‘파레토 원칙’을 강조합니다. 20%의 시간에서 80%의 결과가 나온다는 겁니다.
마케팅에서 자주 인용되는 파레토의 법칙의 주인 파레토는 이탈리아 경제학자이다. 대대수가 알고 있듯이 그가 주장한 법칙은 한 나라 부의 80%는 20%의 인구가 소유한다는 것이다. 그의 주장은 여러 분야에 적용되어 기업 매출의 80%는 20%의 제품에서 나온다는 말로 파생되었고, 마케팅에서는 매출의 80%는 상위 20%의 고객에서 나온다는 기준에 근거해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세우고 있다.
파레토의 법칙이 경제, 경영학을 뛰어 넘어 사용되었듯 우리 사회 전반에 진리로 통하고 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업무를 10시간 동안 한다고 가정하면 그 중 80%는 2시간 내에서 이뤄지는 것이다. (라고 파레토의 법칙을 끌어와 설명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끝내야만 하는 업무의 대부분은 2시간 내에 끝내면서 나머지 20%는 나머지 8시간에 걸쳐 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우리는 왜 80%를 2시간동안 끝낼 수 있으면서 20%는 8시간에 걸쳐 하고 있는 걸까?
사실 대한민국 문화가 그렇다. 사회 시스템 통념 상 길게 일하고 늦게까지 일하면 좋다고 생각한다. 엉덩이 붙이고 오래 앉아 있으면 열심히 일하는 것 같고, 수고를 많이 하는 것 같은 그런 느낌. 즉, 노동의 결과물보다 투입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다시 곱씹어야 할 점은 우리가 그 긴 투입 시간 대비 100% 최선을 다했는가? 이다. 주어진 시간을 온전히 사용하지 못한다면 이 험난한 글로벌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을까?
미국 인턴시절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구글 캠퍼스 투어를 한 적이 있다. 구글 사의 업무 환경은 좋기로 정평이 나 있으나, 내가 구글 캠퍼스를 돌아보며 가장 놀랐던 점은 직원이 업무시간에 책상에 붙어 있든 말든, 혹은 어딜 가서 뭘 하는지 상사들이 신경 쓰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구글에서는 업무 시간보다 퍼포먼스가 중요한 곳이었다. 그러다 보니 대다수의 직원이 짧은 시간 집중해 업무를 처리하고 남은 시간을 활용해 구글 캠퍼스 곳곳에 위치한 편의시설을 이용하였다. 만약 우리나라 회사에서 이런 행동을 했다면, 시말서 혹은 사직서를 내야할지도 모르겠지만 그 곳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베짱이족이 인정 받는 구글 같은 회사가 세상을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은 짧고 굵게 일하는 것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 때 누구 못지 않게 베짱이족의 일원으로 지낸 과거를 합리화하고자 글을 쓴 건 아니다. 지나온 시간을 돌이켜 보건대 주위에 성공한 사람은 항상 짧고 굵게 일하며, 만족스러운 회사생활과 여유롭고 행복한 생활을 영위하고 있었다. ‘행복한 사생활’이라는 조건이 충족되어야 회사 생활을 할 동기가 생기는 건 분명하다. 고리타분한 말일 수 있으나, 우리는 회사라는수레바퀴의 나사 한 조각 같은 존재가 아닌 우리 인생의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 회사생활은 그저 나라는 사람을 구성하는 한 개 정도의 테마라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오늘도 야근한다는 친구가 있다면 말해주고 싶다. “베짱이같이 놀면서 일하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