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쉬면서 일한다’는 오해를 벗어 던질 재택근무 노하우

🕑 리딩타임: 10

‘집에서 쉬면서 일한다’는 오해를 벗어 던질 재택근무 노하우

 

JANDI-blog-author-profile-image-babble00

 

 

최근 일과 삶의 균형, 가족과 커리어를 모두 지키기 위한 사회적 대안으로 재택근무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재택근무는 말 그대로 사무실이 아닌 ‘집’에서 ‘일’하는 것으로 어느 단어에 방점을 찍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매우 달라질 수 있다.

 

5-tips-for-work-at-home-image-01

 

재택근무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는 많은 직장인들은 ‘집’에서 일한다면, 할 수 있는 ‘업무 외적인 것’들이 많아 질 것이라 기대한다. 가족과 함께 있을 수 있고, 출퇴근 시간을 아껴 자기계발에 투자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 심지어 지난해 벼룩시장구인구직이 직장인 82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는 재택근무를 하면 탄력적 근무를 통한 노동력 확보로 투잡 (two-job)이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응답자도 23.5% 나 됐다.

 

지난해 Harvard Business Review의 보도에 따르면, 세계 1위의 컨퍼런스콜 회사인 인터콜은 원격근무를 하는 530명의 미국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64% 의 응답자가 컨퍼런스 콜로 휴대전화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사에서는 그 이유 중 하나로 원격회의 도중 다른 것들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회의 중 음식을 먹거나 (55%), 화장실에 가거나 (47%), 개인적인 SNS를 하거나 (43%), 게임 (25%)을 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또한 40% 정도는 수화기를 그냥 내려놓고 있거나, 27%의 응답자는 적어도 한번 정도는 원격 회의 중에 잠든 적이 있다고 답했다. 컨퍼런스콜을 받는 장소도 상상 이상이다. 숲 속에서 하이킹 중이거나, 맥도널드 놀이방, 디즈니월드, 라스베가스 풀장, 옷가게 피팅룸에서 회의에 참석한 적이 있다는 것. 이러한 인터콜의 설문조사 결과는 원격근무 (재택근무)가 마치 휴가 중에 잠깐씩 일하는 것으로 여기는 근무자가 적지 않음을 시사한다.

 

5-tips-for-work-at-home-image-02

 

재택근무를 굳이 선택하지 않는 근무자 중에는 ‘집’ 혹은 사무실 밖에서 근무할 때의 다양한 유혹들을 뿌리칠 수 없기 때문에 그냥 사무실에 나와서 근무하겠다는 이들도 있다. 최근 메르스로 전 직원 재택근무를 실시했던 스마트스터디의 재택근무 보고서에 따르면, 직원의 절반이상은 업무 효율이 향상되었다고 답했지만, 업무가 조금 비효율적이었다고 응답한 직원도 8% 있었다. 재택근무의 어려운 점으로 ‘가끔 휴일이라 망각할 때가 있음’, ‘가족들이 집에 있으면 말을 시키거나 방에 들어온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2013년 재택근무 방침을 철회한 미국 야후와 베스트바이도 직원들의 근무환경 만족도 보다는 재택근무로 인해 발생될 수 있는 업무의 비효율성 (의사소통 제한 및 근무 시간 중 개인적 시간 활용) 을 더 많이 고려했을 가능성이 있다.

 

한 사무실 공간에서 얼굴보고 근무할 때보다 의사소통 효율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점, 직원 개개인이 개인적인 공간에 업무에 필요한 모든 장비를 다 갖출 수 없어 하드웨어 측면에서 효율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은 재택근무가 안고 갈 수 밖에 없는 단점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기업들이 선별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메신저, 컨퍼런스콜 등의 옵션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반면 직원 개개인이 관리해야 하는 재택근무의 효율성 향상을 위한 방법은 의외로 심플하다. 집에서 근무한다는 재택근무의 의미에서 ‘집’ 보다 ‘근무’에 초점을 맞추는 것. 장소가 어디든 주어진 ‘근무시간 동안’ ‘일을 해야 한다’ 기본을 잊어서는 안된다.

 

필자는 영국계 회사에 입사해 처음 2년간 아시아 지사인 싱가포르 사무실에서 근무하다, 2011년부터 서울과 영국을 오가며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지난 4년 동안 다양한 시행착오를 거치며 깨달은 ‘재택근무의 업무 효율성을 놓치지 않는 방법’에 대해 필자 및 동료들의 의견을 다섯 가지로 요약해 보았다.

 

 

1. ‘나 열심히(!) 일하는 중’임을 일부러라도 알려라.

5-tips-for-work-at-home-image-03

 

재택근무 시스템은 사무실에 얼마나 오래 앉아 있느냐가 아닌 ‘업무 성과에 집중하는 근무환경’ 이란 의미의 ‘로우(ROWE: Results-Only Work Environment)’ 에 따라 도입되는 경우가 많다. 이익을 창출하는 기업이라는 집단에서 필요한 중요한 논리다. 하지만 기계가 아닌 인간이 이끌어가는 기업인지라 여전히 성과를 내기 위한 과정은 업무평가에서 배제할 수 없는 요인이다. 같은 사무실 공간에서 하루 8시간 이상 함께 있다 보면 적어도 그 사람이 업무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얼마나 많은 예상치 못한 어려움에 직면했었고,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했었는지 대략적으로라도 짐작이 가능하다.

 

하지만 재택근무 중이라면 다른 동료 혹은 상사에게 보여주고 싶은 슬기로운 문제 해결과정까지도 싹둑 도려내고 결과만 제출해야 할 때가 대부분이다. 이 부분이 업무에 대한 의욕 저하로 연결될 것이 우려된다면 틈틈이 나의 업무내용과 문제해결 단계를 일부러라도 내부적으로 공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무실에서 근무하면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부분이지만, 재택근무자에겐 추가로 요구되는 스킬 이기도 하다.

 

한국 사회에서는 재택근무를 한다고 하면 승진, 인사평가의 불이익에 대한 우려가 아직은 함께 따라온다. 지난 5월 서울신문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 재택근무를 신청한 통계청의 한 심사관은 “내부 인식 및 평가가 아직은 좋지 않은 것 같다”며, “재택근무자는 시간외 수당도 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는 기본적으로 재택근무를 하면 사무실에서 보다 쉽게, 편하게 일할 것이라는 편견이 기본적으로 깔려 있기 때문.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것은 사무실이건 집이건 같은데 복장이 좀 편해졌을지언정, 업무 과정이 집이라고 편하거나 쉬웠을 리는 없다. 집에서도 사무실에서처럼 똑같이 일하고 있음을 지속적으로 어필해야 함이 설득력을 갖는 이유다.

 

메신저 또는 사내 커뮤니케이션 툴을 정해진 근무시간에는 항시 켜 놓는 것은 기본이다. 덧붙여 내가 컴퓨터만 켜 놓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업무과정을 공유하면서 간접적으로 알릴 수 있다. 사무실에서는 잠시 커피 마시러, 담배 피러 나가는 시간이 어느 정도 허용되지만, 재택근무 중 잠깐 화장실 간 사이 누군가가 전화를 했는데 받지 못했다면, 이는 불필요한 오해를 낳을 수도 있음을 간과해선 안 된다. 재택근무를 택한 대신 감수해야 하는 불편함 일수도 있겠다.

 

 

2. 사무실 책상을 내 방에 그대로

5-tips-for-work-at-home-image-04

 

재택근무의 업무 효율은 근무하는 공간에 큰 영향을 받는다. 보통 사무실의 책상에는 8시간 머무는 동안 필요할 수 있는 물건들이 손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곳에 위치해 있다. 직접적으로 업무에 필요한 종이, 펜 등 문구류뿐만 아니라, 컵, 거울, 핸드크림, 물티슈, 군것질 거리 등도 근무 중 한번쯤은 손이 가는 물건들. 이 물건들을 위해 굳이 근무 중에 부엌의 냉장고, 침실의 화장대로 향하지 않아도 되도록 근무하는 책상에도 구비해 놓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한편, 사무실과 달리 눈치보지 않고 먹고 싶은 것을 먹으며 업무를 볼 수 있다는 것이 재택근무의 큰 장점 중 하나지만, 이는 시간 활용과 집중력 측면에서도 업무 효율을 저하시킬 뿐 아니라, 안 그래도 출퇴근 시 걷는 활동량도 줄었는데 소화장애와 급속한 체중 증가의 직접적인 원인이 될 수 있다. 사무실로 냉장고를 가져갈 수 없듯이, 집이라도 근무하는 책상에 앉아서는 사무실에서 먹던 것 정도에 만족하는 절제가 필요하다. 반대로, 재택근무 중에 점심식사까지 책상 앞에 앉아 일과 병행하는 경우도 의외로 흔한 풍경인데, 이 역시 업무 효율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사무실에서는 바빠서 30분만에 식사를 마치고 들어오거나 간단한 군것질로 식사를 건너 뛸지언정, 내 자리, 컴퓨터 앞에 앉아 ‘밥’을 먹진 않지 않는가. 집이지만 근무공간이 사무실과 같다는 것을 상기한다면 재택근무의 업무 효율을 저해하는 여러 가지 요인들을 최소화 할 수 있다.

 

 

3. 재택으로 집안일/육아와 업무 병행은 불가능함을 받아들여라

재택근무를 택하는 많은 여성 근로자들은 가장 큰 이유로 육아를 꼽는다. 지난해 특허청이 실시한 재택근무 사유 설문조사에서도 육아가 39.2%로 가장 많았으며, 육아를 복수응답으로 선택한 사람은 65%에 이르렀다. 그러나 육아를 위해 재택근무를 원하는 많은 워킹맘, 워킹대디들이 오해하지 말아야 할 점은 근무시간에는 육아 및 집안일에 참여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 근무 중 가족들과 독립된 공간에서 업무를 보는 것은 재택근무의 기본이다. 컨퍼런스콜 중에 아이나 애완동물의 소리가 상대방에게 들린다면 이는 회의를 방해하는 엄청난 실례다.

 

혼자 놀거나 공부가 가능한, 그래서 부모의 재택근무를 이해할 수 있는 나이대의 자녀일 경우에는 두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도 있다. 하지만 육아 때문에 재택근무를 선호하는 많은 근로자들은 어린 자녀를 돌보며 일할 수 있으니 워킹맘으로서의 고민을 덜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일과 육아 둘 다 놓칠 수 있다. 엄마 또는 아빠가 일하는 중임을 알리 없는 아이는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본인을 소홀히 대하는 부모에게 서운해 하며, 옆에 있긴 하지만 아이가 뭘 하는지 계속 신경이 쓰이는데다 놀아달라는 아이에게 일하는 중이라고 하소연을 할 수도 없으니, 업무 효율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아이가 태어나고 5개월 정도 한국에서 재택근무를 했던 필자 역시 여느 한국의 워킹맘들과 마찬가지로 어린이집에 대기 신청을 걸어놓고, 정부의 아이돌봄 서비스를 신청했으며, 마음이 맞는 베이비 시터를 고용하기 위해 한참 고민했었다. 재택근무는 원격으로 근무하는 만큼 통화가 잦을 수 밖에 없어, 베이비 시터에게 아이를 맡기고, 아이와 독립된 공간에 있어야 업무가 가능하다. 가끔 아이가 엄마와 놀겠다고 방문을 두드릴 때는 잠시 집을 나와 근처 조용한 카페나 도서관에서 일하기도 한다. 정해진 근무시간 중, 회사와 사전에 협의 없이 육아를 위해 시간을 쓰는 것은 원칙적으로, 사무실에서 버젓이 업무와 상관없는 것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과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5-tips-for-work-at-home-image-05

 

물론 육아 측면에서 재택근무가 갖는 장점은 적지 않다. 업무와 육아를 병행할 수는 없지만, 다른 사람 손에 내 아이를 맡기더라도 같은 공간에 함께 머물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불안감은 떨칠 수 있다. 그 밖에 점심, 저녁 식사를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다는 점, 절약된 출퇴근 시간을 아이와 함께 보낼 수 있다는 점, 엄마가 직접 돌봐주지 않아도 아이에겐 같은 공간에 있다는 안정감을 줄 수 있다는 점은 많은 근로자들이 생각하는 재택근무의 장점이 맞다.

 

육아 때문에 재택근무를 선택하는 근로자를 위해 탄력적으로 업무 시간을 조율하는 기업들도 늘어나고 있다. 즉 9시 출근, 6시 퇴근이 아닌, 원격 회의나 다른 동료들과 함께 하는 업무가 아니라면 집에서 8시간 근무 원칙 하에 업무시간을 조율하는 것. 예를 들어, 아이가 어린이집에 머무는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근무하고, 나머지 두 시간은 아이가 잠든 밤시간을 업무에 활용하는 식이다. 필자가 근무하는 회사 역시 재택근무자들에게 사전 협의 하에 이러한 업무 시간 조율을 허락하고 있어 직원 만족도는 매우 높은 편이다. 물론, 이는 협의한 근무시간 동안 성실하게 업무에 임한다는 전제가 깔려있어야 회사와 직원 모두에게 만족스러울 수 있다.

 

 

4. 가끔은 사무실을 벗어난 자유를 만끽하자

5-tips-for-work-at-home-image-06

 

앞서 언급한 두번째 팁과는 상반된 내용일 수 있으나, 머리가 무겁고 뭔가 실마리를 찾지 못할 땐, 사무실이 아닌 곳에 있다는 것이 문제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많은 드라마에선 고민의 시간이 필요한 직장인들은 보통 회사 건물 옥상을 찾는다. 시원한 바깥 공기를 쐬거나 탁 트인 곳을 보는 것은 전형적인 기분전환 방법이기 때문일 터.

 

서울에서 재택으로 유로모니터에서 근무하며 한국마켓을 담당하고 있는 Lisa는 사무실과 커뮤니케이션이 필요 없는 방대한 양의 보고서 작성 업무를 할 때는 종종 국회도서관에서 일을 한다. 그는 “책상이 넓고 쾌적해서 일할 땐 집중이 잘 되고, 지하식당에서 밥 먹고 국회를 산책하면 머릿속으로 작성할 내용을 정리하는데 도움이 된다”며 “사무실도 집도 아닌 제 3의 업무 공간을 활용할 수 있어서 만족스럽다”고 말한다.

 

본인의 업무시간을 조율할 수 있고 업무량 소화가 가능하다면, 또 원격회의 도중 비키니를 입고 해변가 썬 베드에 누워있는 것이 아니라면, 여행지에서 일을 하는 것도 분명 재택근무자의 매우 큰 장점일 수 있다. 다만, 눈에 안 보인다고 여행지에서 휴가를 즐기면서 마치 집에서 일하는 것처럼 꾸미지는 말자. 회사와 직원과의 신뢰는 재택근무를 가능하게 하는 기본이기 때문이다.

 

 

5. 동료, 상사와의 유대관계에 더 노력하라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는 말이 있다. 직장 동료, 상사들과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늘 얼굴보고 얘기하고 같이 밥 먹고, 퇴근 후 술 한잔 할 때면, 일하면서 쌓였던 서운함이나 불만은 쉽게 풀리기도 한다. 하지만, 재택근무자들은 업무적으로 동료, 상사와 언쟁이 있었을 경우, 이를 자연스럽게 해소할 방법은 없다.

 

한번 틀어진 직장 내 인간관계는 생각보다 심각한 결과를 낳을 수 도 있다. 같은 사무실 공간에 있다면 오늘 하루 상대방의 행동이나 제스처를 통해 나와 좀 전에 있었던 언쟁이 그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가늠할 수 있다. 관계가 더 심각하게 틀어지기 전에 회복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기도 비교적 쉽다. 그러나 본인은 별 것 아니라고 여겼던 언쟁이 상대방에겐 매우 불쾌했을 수 있고, 내가 모르는 사이 언쟁의 일화는 다른 동료들과 상사까지 그의 입장에서 공유되고 있을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동료 및 상사라면 상대방의 말하는 스타일이나 성격을 알고 있기 때문에 언쟁의 가능성을 줄일 수 있고, 업무 후 자연스레 다른 화제로 대화를 시도하기도 수월하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업무 효율을 위해 나와 주로 일을 하는 동료, 상사와 개인적인 친분을 유지하려면 별도의 노력이 필요하다. 자주 만날 수는 없지만 SNS를 통해 평소 안부와 일상을 공유하거나 기념일 등에 카드나 선물을 보내는 것도 상대방으로 하여금 단지 직장 인간관계가 아닌 ‘우리는 친구임’을 강조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최신 재택근무 콘텐츠가 궁금하시다면?

 

consult, jandi consult, jandi, messenger, 잔디, 잔디 컨설팅, 협업툴, 협업툴 컨설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