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워크 향상을 위한 처방, 우린 대화가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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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워크 향상을 위한 처방, 우린 대화가 필요해

 

문경선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해 본 사람이라면 워크샵으로 불리는 야유회, 체육대회와 술자리로 이어지는 단합대회, 주말 등산의 경험이 한 번쯤은 있다. 업무 외적인 외부 활동을 통해 평소 사무실 내에서 볼 수 없었던 동료, 상사의 새로운 모습을 확인하면서 편견을 깨고 친밀감을 높여 궁극적으로는 업무 향상에 도움을 주기 위한 것으로 보통 한국에서는 ‘업무의 연장’이라 여겨진다.

 

 

“송년회? 전 선약이 있어서 참석은 어렵겠습니다”

이처럼 팀워크 활동은 주로 사무실 밖 공간에서 이뤄지는데 이는 한국이나 외국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미국의 미디어 기업이자 스타트업 회사를 위한 이벤트 관리 등을 하고 있는 Tech.Co는 지난 해 제시한 팀워크 향상을 위한 다섯 가지 팁 중에서, 그 첫 번째로 사무실이 아닌 공간에서 동료들과 대화의 시간을 가지라고 조언했다.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는 사무실이 아닌, 카페 레스토랑, 공원 등에서 얘기를 할 때면 서로에 대한 방어장벽이 낮아져 보다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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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 source: Pixabay)

 

다만, 외국 회사들의 경우 팀워크를 위한 활동은 한국과 비슷한 모습이지만 여기서 ‘업무의 연장선’이라는 인식이 없다는 점은 매우 큰 차이일 수 있다. 업무의 연장이 아니기 때문에 참석에 대한 강제성도 없으며, 대부분의 행사는 근무시간을 방해하지 않는 퇴근 후, 주말 시간에 이뤄진다.

 

필자가 영국계 회사의 아시아 오피스인 싱가포르에서 근무할 때도, 회사 행사가 예정되면 참석할 것인지 개개인의 의견을 미리 물었었다. 이는 업무시간 외에 진행되는 행사에 개인적인 사유 등으로 참석이 불가능 할 수도 있음을 기본적으로 고려하기 때문이다. 사정이 있으면 참석불가를 통보하는 것에도 직원들은 거리낌이 없는 편이다.

 

되도록 모든 구성원이 참석해야 한다면, 분기별로 한 번 정도 있는 회식의 경우는 당연히 점심시간에 이뤄진다. 필자가 근무한 회사는 정해진 점심시간이 두 시간이지만 개인에 따라 두 시간 중, 한 시간만 점심식사 및 휴식에 할애하면 되는 시스템이었다. 부서 회식이 있는 날엔 두 시간 동안 함께 식사를 하며 업무 및 개인적인 대화를 나눈다. 한국에서 회사생활을 할 때면, 보통 팀원들이 다 같이 점심식사를 하는 것이 일상이지만, 필자가 근무한 회사만 하더라도 평소에는 마음이 맞는 동료와 식사를 하거나, 사무실 내 탕비실(pantry)에서 혼자 또는 삼삼오오 도시락을 먹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팀원들끼리 점심식사를 같이 하는 분기별 행사도 중요한 팀워크 활동의 하나였다.

 

 

팀워크의 기본은 직원들의 ‘심신’ 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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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는 어딜 가나 흔한 푸르른 잔디 공원을 퇴근 후 함께 걷는 것이 가장 일반적인 팀 행사 중 하나다. 보통 직원들이 모두 참석하는 컨퍼런스가 있는 날, 컨퍼런스가 끝난 뒤 공원을 한 바퀴 걷는 (또는 뛰는) 행사를 진행할 예정인데 참석할 사람은 문의하라는 내용의 공고가 게시판에 종종 붙는다. 해가 늦게 지는 여름에는 저녁시간, 회사 이름이 쓰인 셔츠를 맞춰 입고 공원에서 마라톤을 즐기는 Walking /Running group도 쉽게 볼 수 있다.

 

Walking group은 국민들의 건강을 위해 각 지역단체 및 정부에서도 권고하는 사항이라, 회사들도 팀워크 활동의 일환으로 이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공원에서 가볍게 축구, 크리켓 경기를 하거나, 중요한 경기가 있는 날엔 함께 경기를 관람하며 동료들과 친밀도를 높이는 것도 한국의 경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스포츠 경기를 즐길 땐, 되도록 평소 친하지 않은 동료들과 팀을 구성하는 것은 전세계 불문율인 것으로 보인다. 외부 활동이 끝나면 펍으로 향하는 것은 영국도 마찬가지. 취향에 따라 맥주나 칵테일, 사이다(Cider)를 즐기지만 알코올 섭취가 힘든 사람은 레모네이드를 마셔도 상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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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 source: Pixabay)

 

앞서 언급한 대로 대부분의 행사들이 근무시간 외에 진행되는 만큼 가족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파티를 주최하는 것도 리더들이 선호하는 팀워크 향상을 위한 아이디어 중 하나. 동료들의 개인사를 속속들이 알 필요는 없지만, 직원과 그의 가족에 대해 이해하고 있다는 것은 팀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영국 코번트리 대학교에서 lecturer로 근무했던 남편을 따라 남편의 연구소 직원들과 함께 종종 식사를 했던 조은영(32)씨는 “다문화 가정은 물론, 한국인에겐 낯선 다양한 형태의 가족 및 사람들이 있어서 그들과 친분을 쌓고 나니, 적어도 남편이 회사에서 겪는 인간관계를 이해하고 공감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가족들이 회사에서 벌어지는 동료와의 관계나 트러블을 이해하고 공감해주는 데서 오는 안정감은 결과적으로 직원의 업무 향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리더들은 간파하고 있는 것.

 

 

팀워크의 목적은 ‘단결’이 아닌 ‘서로의 생각을 이해하고 공유’하기 위한 것

팀워크 활동에 강제성도 없고 가볍게 즐기는 형태지만, 구성원들의 건강과 취미 생활을 고려하고, 동료들과 진심 어린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하는 것, 그것이 외국인들의 업무 외 팀워크 활동을 주최하는 이유이고 방식이다. 미국의 한 신문인 Houston Chronicle의 기사에 따르면, Pepperdine University의 Leslie Palich 교수는 연구를 통해 ‘팀 체제는 일반적으로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가치 있는 것을 창조해 내는데 효과적’이라고 결론 내린 바 있다. 하지만 아무리 능력 있는 팀일지라도 모호한 목표와 분쟁에 직면할 수 밖에 없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팀워크 향상을 위한 노력은 필요하다고 보도했다. 다섯 가지로 요약한 팀워크 향상 방안 중, 팀원들의 social activities는 팀워크를 강화시킬 수 있다는 메시지에서 글쓴이는 ‘이러한 활동은 ‘informal’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즉 부담 없이 업무 외적인 것을 동료들과 즐기는 가운데, 팀원간의 친밀감과 서로에 대한 이해/배려심이 향상된다고 믿는 것이다.

 

팀워크 향상을 목적으로 진행되는 워크샵, 체육대회, 단합대회 행사가 매우 ‘공식적(formal)’인 업무의 연장선에 있는 일부 한국 기업들과는 ‘팀워크’에 대한 접근방식이 다름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한국의 뿌리깊은 집단문화에서 비롯된 각종 사내 행사들은 경우에 따라 참석해야 하는 직원들에게 장소만 바뀌었을 뿐, 또 다른 업무에 임하러 간다는 불편함을 주기도 한다. 최근 방영된 드라마 ‘프로듀사’에서는 부서 체육대회에서 영혼 없이 응원하는 여직원들을 보여줌으로써 폭소를 자아냈다. 재미를 위해 과장된 내용이긴 하지만, 상사에게 공을 몰아주고 접대식 스포츠를 즐기는 부서원들의 모습이 많은 직장인들로 하여금 공감을 불러일으켰음은 부인할 수 없다.

 

물론 회사 로고가 크게 쓰인 옷을 맞춰 입고, 폭탄주와 노래방으로 이어지는 단합대회가 직원들의 소속감을 향상시키고 회사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게 해주는 데 긍정적인 요인일 수 있다. 팀원들과 함께 장기자랑을 준비하면서 업무 중에는 발견하지 못했던 팀 내의 좋은 궁합을 이끌어내는 예상외의 수확을 얻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활동들의 목적은 외국계 기업들이 진정으로 팀원의 의견에 귀 기울이기 위해 외부 팀워크 활동을 중시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영국에서 첫 직장생활을 하다 지난해부터 뉴질랜드 더니든의 University of Otago에서 근무하는 이성용(38)씨는 “영국과 뉴질랜드 모두 마찬가지로 부서에서는 팀워크의 하나로 술 없는 진실게임과 같은 ‘retreat’ 시간을 정기적으로 갖는데, 이는 ‘단결’이 아닌 서로의 생각을 듣기 위해 마련되는 자리”라며 “100% 진실을 얘기할 수는 없지만 이런 대화의 시간을 통해 어느 정도는 의견을 개진하고 수용한다”고 설명했다.

 

 

회사로부터 존중 받고 있다는 느낌, 회사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팀워크 향상 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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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팀원 간이 아니더라도, 영국 기업이 갖는 직원에 대한 인식이 일반적으로 한국 기업과는 차이가 있음은 이들의 생활 패턴에서도 나타난다.

 

아마도 한국인들이 영국을 여행하면서 가장 당혹스러운 것 중 하나가 일요일 오후 4시 이후면 상점은 물론 도로까지도 고요해진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한국의 상점들에겐 주말, 크리스마스 등은 놓칠 수 없는 특수다. 하지만 남들 다 노는 휴일에 누가 일하고 싶으랴. 보통 평일 6시까지 문을 여는 상점은 토요일은 5시까지 일요일은 아예 문을 닫거나 오후 3시까지만 운영한다. 24시간 운영하는 시스템이 최대 장점인 대형마트 Tesco Extra 역시, 한국이라면 가장 손님이 많은 것 같은 토요일에는 밤 10시까지, 일요일에는 오후 4시까지만 운영한다. 크리스마스에는 고속도로 휴게소와 주유소도 문을 닫으며 기차, 버스는 증편이 아닌 최소한만 운행된다. 이는 저녁시간, 휴일, 명절에 가족과 함께 보내야 하는 직원들의 생활을 존중하고, 고객이 중요한 만큼 직원들의 삶과 인격도 소중하다고 여기는 영국이란 나라의 역사적 배경이 뒷받침된 문화가 아닐까?

 

영국 기업들이 운영하는 고객센터는 소비자 (특히 한국인) 입장에서는 사과를 받아야 할 때, 불만족스런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인상을 받을 때가 많이 있다. 이는 필자 역시, ‘손님은 왕’ 이라는 인식하에 기업 콜센터에 전화를 걸어 정작 본인이 어떤 진상을 부리고 있는지 조차 인지하지 못했던 경험이 있는지라, 상대적으로 영국의 서비스가 더 마음에 안 들었는지도 모른다. ‘Sorry’ 나 ‘apologize’ 라는 표현을 사용하는데 인색한 대신, 현재 상황이 어떤지, 앞으로 어떻게 해결할 예정인지를 설명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보통 영국 기업이 고객을 대하는 방식인데, 콜센터 직원이 고객을 응대하는 최전방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진상고객에게 사과하거나 사정할 필요가 없음을 회사 역시 공감하고, 이를 고려한 고객 응대 매뉴얼을 만들었을 가능성이 있다.

 

직장상사의 갑질, VIP고객들의 갑질에도 고객 편만 드는 회사의 행태는 씁쓸한 에피소드로 드라마 소재는 물론 인터넷 상에서 사람들의 푸념으로도 한국에선 자주 등장한다. 하지만 굳이 팀워크를 위한 특별한 활동을 고민하지 않더라도, 일상적인 회사 생활에서 직원의 인격, 의견, 그가 처한 환경을 존중해주는 상사와 팀원들의 태도는 구성원의 소속감 및 팀에 대한 자부심을 자연스럽게 형성해 진정한 팀워크를 향상시키는 최소한의 조치일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우리회사, 우리 팀의 발전을 위해 기꺼이 희생하고 노력하고픈 직원들의 진심을 이끌어 내는 것, 어쩌면 가장 심플하지만 가장 효과적인 팀워크 처방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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