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적인 ‘업무 미팅’을 위한 3R 법칙
성공적인 ‘업무 미팅’을 위한 3R 법칙
입사 후 처음으로 잡힌 미팅. 전날 긴장했는지 잠을 좀 설쳤는데…, 일어나니 놀라울 정도로 몸이 개운했다. 불안한 마음으로 시계를 봤다. 이런, 예정된 기상 시간이 한참 지나 있었다. 물만 묻혀 머리를 정리하고 널브러진 옷을 대충 챙겨 입고 5분 만에 집을 나섰다.
막내 주제에 지각은 가당치도 않기에, 비공인 세계 신기록을 세울 기세로 달리고 또 달렸다. 사무실에 도착해 땀 식히며 급한 메일 처리를 하다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그렇게 또다시 허겁지겁 미팅 장소로 런 런 런.
멀리서 봐도 프로의 느낌이 물씬 나는 매니지먼트 관계자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늦어서 죄송하다는 말로 역사적인 내 첫 미팅이 시작했다. ‘어버버, 어버버. 아마추어란 이런 것이다’를 몸소 실천하며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미팅이 끝났다. 사무실로 올라와 미팅 내용을 정리하려 하니 말해야 했던 내용은 하나도 하지 못하고, 시종일관 끌려만 다니다 와 소득이 하나도 없었다. 휴… 회사 돈으로 쓴 커피값 8900원에게 죄송하다.
위 사건은 내가 꼬꼬마 시절 겪은 실화를 바탕으로 약간의 허구를 가미해 쓴 ‘미팅폭망기’. 지금은 매 주 한 번씩 외부 사람과 미팅을 하고, 폭풍 회의를 하며 사람 상대하는 일은 고수가 됐다고 자부한다. 미팅에서 30분 만에 최고의 목적을 이룰 수 있는 꿀 팁. 미팅 전·중·후로 시점을 나눠 순차적으로 공개한다.
미팅 전
성공적인 미팅을 위해선 철저한 사전 준비가 필수. 미팅 시간이 쓸데없이 길어지고, 원치 않는 만남 횟수가 늘어나는 이유는 명확하다. 미팅 전 ‘명확한 의제’가 설정이 안 됐기 때문. 업무상 미팅은 금요일 밤 술자리처럼 천년만년 속 깊은 얘기를 나눌 수 있는 만남이 아니다. 미팅의 명확한 목적과 만남을 통해 도출할 의제들이 뚜.렷.하.게 존재해야 한다.
나 같은 경우 미팅을 하기 전 만남의 성격과 목적을 문서로 정리하고, 미팅에 나올 상대방(인물)에 대해 스토킹에 가까운 분석을 한다. 예를 들어 ‘잡지 커버 모델’을 선정하기 위한 미팅이라고 가정해보자. 우선 내가 핵심적으로 챙겨야 할 것들을 키워드로 정리해 준비한다. 체형, 피부, 표정의 다양함, 머리 스타일, 성격, 모델 개인이 선호하는 스타일 등 내용을 적어놓고 이것을 ‘To do List’ 화 시켜 미팅 현장에서 하나씩 찍찍 그어가며 체크해 나간다.
내가 요구하고 싶은 게 있다면 ’음… 청순하면서도 뭔가 묘하게 섹시하면서 지적인 느낌 있잖아요‘ 따위와 같은 엉터리 소리 대신, 상대방이 이해할 수 있는 명확한 이미지를 제시한다. 구현하고 싶은 영상 이미지가 있다면 샘플 영상을, 사진이 있다면 이미지가 비슷한 사진 시안을 구체적으로 챙기자. 백문이 불여일견이다.
이렇게 사무적인 준비가 됐다면 다음으로 필요한 건 앞에서 말한 인물에 대한 연구이다. 모든 일을 결정하는 건 사람이다. 아무리 훌륭한 업무적 퍼포먼스를 보였다 한들 사람의 마음을 사지 못하면 ‘+ 점수’를 얻기 힘들다. 구글링을 통해서든, 프로필 사진으로 나이를 유추하든, 인맥을 동원해 그 사람의 정보를 캐내든 인물에 대한 기본적인 사전 정보를 알면 무조건 유리하다.
이제 미팅 테이블 앞에 앉을 페이퍼와 두뇌는 장착됐다. 그렇다면 결전의 그 날, 평소보다 10분 이른 기상 시간이 현장에서의 자신감을 좌우한다. 소개팅이나 선 자리 나가는 것만큼 때 빼고 광낼 필요까진 없지만, 깔끔한 외모 단장은 상대방에 대한 예의이자 자신감을 업 시키기 위해 꼭 필요하다. 남자라면 깔끔한 면도와 헤어 스타일링, 조금 덥더라도 셔츠에 긴 바지 정도는 입어주자. 여자라면 화사한 메이크업은 기본이고, 여기에 구두 같은 조금 불편한 신발을 신어주면 더 좋을 테고.
자 이제, 모든 준비는 끝났다. 본 게임으로 들어가자.
* 이것만은 꼭 챙기자: To do List, 시안을 보여줄 노트북, 대화 내용을 받아 적을 수첩, 명함, 매체(or매체소개서), 회사 로고가 박힌 증정용 기념품
미팅 현장 – Reach
상대방과 만나기로 한 시간 10분 전에 장소에 도착하자. “늦어서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건네며 쭈뼛쭈뼛 자리에 앉는 순간 당신은 이미 반은 지고 들어가는 거다. 미리 도착해 여유롭게 주위를 둘러보며 준비한 To do List를 다시금 살펴보며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갖자.
미팅이 시작되면 가장 먼저 명함을 교환하자. 이때 명함을 바로 가방이나 지갑에 넣는 행동은 피해야 한다. 명함을 찬찬히 살펴보고 테이블 위에 올려두는 에티켓을 꼭 잊지 말자.
급한 마음에 만나자마자 본론으로 들어가면 대화의 온도는 얼어붙기 마련. 편한 분위기 조성을 위해 앞 서 조사한 인물의 성향에 따라 농담을 던지거나 가벼운 칭찬으로 미팅을 시작하면 좋다. “프로필 사진보다 훨씬 인물이 좋으시네요”, “전화 통화 목소리가 참 훌륭하시더라고요.” 등 뻔한 얘기라도 좋다. 생각보다 이런 칭찬을 던지는 사람이 많이 없기도 하거니와, 1차원적인 얘기일수록 쉽게 받아들일 수 있다.
대화가 시작되면 군대식 말투 ‘다나까’를 쓰는 게 좋다. 조금 딱딱해 보일 수 있지만 이런 말투가 신뢰를 심어주기에 훨씬 용이하기 때문. 편한 분위기를 만드는 건 중요하지만, 중요한 전달 내용은 최대한 드라이하면서도 여러 번 강조해 말해야 한다.
여기서 꼭 알아둬야 할 게 ‘뭘 좀 아는 사람의 소개팅 식 화법’이다. “어떤 거 좋아해요? 뭐 먹고 싶어요?”처럼 선택의 폭을 광범위하게 넓히면 상대방은 고민하게 되고, 질문과 마찬가지로 답변 또한 추상적이게 될 수밖에 없다. “오겹살, 봉골레, 일본식 가정집, 이렇게 세 군데가 근처 유명한 맛집입니다. 어디 가실래요?” 식의 화법을 사용해야 상대방도 구체적으로 말할 수 있다. 미리 준비해 온 어젠다를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것이 아닌, 구체적인 선택 항을 제시해 쌍방향으로 소통하는 것이 미팅의 핵심이다.
얘기하며 중간중간 메모를 하고, 노트북에 관련 내용을 기재하는 건 상대방에게 열정적이라는 신호를 보낼 수 있을뿐더러 미팅을 마치고 난 후 내용을 정리할 때도 편리하다. 가만히 앉아 머리로만 모든 걸 하려 하지 말고 꼭 도구를 사용하시는 편을 추천한다. 이렇게 나눠야 할 중요한 얘기를 모두 나눴다면, 대화를 마치며 사적인 이야기나 농담으로 마무리하자. 상대방에게 ‘재밌는 미팅이었다’라는 인상을 남길 수 있다.
미팅 후 – Reorganize
미팅을 마치고 사무실로 복귀하면 긴장을 풀고 퍼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때가 가장 긴장이 필요한 순간. 인간의 뇌는 생각보다 똑똑하지 않다. 미팅에서 나눈 내용을 바로 문서화시켜 정리해야 한다.
키워드로 거칠게 정리된 To do List를 완성된 문장으로 다듬어 페이퍼로 만들고, 미팅에서 협의된 사항들은 ‘구글 독스’ 같은 업무 툴을 사용해 팀원들에게 공유하거나, 기억하기 쉽게 기록해 두자. 미처 미팅에서 논의하지 못한 내용은 잘 정리해 서면으로 소통하는 센스도 잊지 말자.
그리고 잊지 말아야 할 작은 습관 하나. 받은 명함을 멋대로 굴러다니게 하지 말고 명함 뒤편에 ‘특이사항, 스타일, 성향, 협업 가능 채널’ 등 중요한 사항들을 펜으로 기록해 명함 보관함에 고이 모셔두자. 사람 일은 돌고 도는 법. 이번 건이 끝나도 다시 연락해 부탁할 일이 생길 수가 있다. 글쓴이는 이런 정리 습관을 통해 많은 덕을 본 기억이 있다. 인터뷰 섭외나, 협력사 연결 같은.
성공적으로 마친 30분짜리 미팅은, 혼자서 끙끙 고민한 3일짜리 업무보다 훨씬 효율적이다. 반복되는 미팅으로 지칠지언정, 타성에 젖지 말고 위에 언급한 필수 준비 사항들을 늘 떠올리며 언제나 성공적인 미팅을 하는 직장인이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