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하면 성과를 높일 수 있다고 믿는 순진한 생각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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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근’하면 성과를 높일 수 있다고 믿는 순진한 생각에게

 

My night shifts went wrong

6시가 넘어가자 사무실 분위기가 다시 한번 전환된다. 하루의 일과를 ‘끊어내고’ 퇴근길에 오른 동료들 뒤로 성실하고 야망 있고 준비성 철저한 몇몇 멤버들이 남아있다. 쾌적한 공간감,  집중력을 높이는 고요함, ‘야근’ 멤버 사이에 흐르는 따뜻한 동지애까지. 나는 그때까지만 해도 팀장님이 왜 ‘쉬어가며 하라’고 하는지, 그저 이걸 인사말 정도로만 들어 넘겼던 게 화근이 됐다.

 

육진아

 

신입은 그럴 수 있다, 그러나 3년 차인 당신은 절대 아니다

신입은 ‘야근’할 수 있다. 너무나 폭력적인 말인가? 다만, 나는 내 친동생이 신입사원이라면 나는 1년 동안은 ‘야근’을 불사(?)하라고 종용(!)할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하고 있다. 업계 파악, 회사 파악, 업무 파악, 주제 파악까지 신입은 파악할 것이 너무 많은데, 이 초반 파악 속도가 곧 적응 속도요, 성과의 높고 낮음이 되며, 장기적으로는 지금 몸담고 있는 회사에서 장기 비전을 가질 수 있나, 그 동기부여와 긴밀한 연결관계가 있다. 한 번 늦어지면 힘들어지고, 힘들어지면 정을 떼고 싶기 마련이다. 회사나 사람이나 똑같다.

 

그러다 당신이 사랑받는 2~3년 차가 됐다고 하자. 당신은 여전히 건강한 표정으로 신입과 같이 ‘야근’을 하고 있다. 흐뭇한 풍경인가? 아니다, 첫째. 당신은 멘탈 혹은 육체가 건강할 리 없고, 둘째. 만약 당신이 내 동생이 3년 차가 되어서도 제때 퇴근을 못 하고 있다면 친히 당신의 사무실에 방문하사 귀를 잡아 끌어내 함께 집으로 가는 길을 동행할 것이다. 큰 실패 사례 없는 신입으로 만족스럽게 ‘야근’하던 나는 3년을 채우고 회사에 사표를 냈다. 이게 바로 이유다.

 

 

인간은 지치고 재미는 소진되기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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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근’의 본질은 외로움

 

그것이 업무량에 따른 타의적 ‘야근’이건, 내 성과 욕심에 따른 자의적 ‘야근’이건, 일단 하루 24시간 중 15시간 동안 같은 자리에 앉아 높은 집중력을 유지한다는 건 상당한 육체적 무리다. 가끔 ‘정신력으로 버틴다’는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나는 강건한 태도로 “인간의 육체는 정신을 지배하며, ‘야근’으로 피폐해진 당신의 육체로 인해 우울감에 빠지거나 예민한 상태, 잦은 좌절감을 경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설령 그것이 굉장한 야망이며, 엄청나게 달콤한 보상이 따르는 ‘야근’일지라도, 결코 긴 수명을 갖진 못한다.

 

내가 10년 가까이 보아 듣고 경험한 ‘야근’이라는 것의 본질은, 동기가 무엇이 보상이 무엇이든 결국 영원히 지속되지 못하고 인간을 피폐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리고 외로움. 어쩌면 자기 스스로 선택한, 내 개인 생활로부터 나를 소외시키고 다른 경험과 사람들로부터도 소외시키는 자발적 외로움의 일종인 이 ‘야근’은 정신건강에 상당한 위협을 가하며 그 끝에 회사를 가해자로, 나를 피해자로 포지셔닝하는 데 이르기까지 한다. “재미는 모두 사라지고 책임감만 남았구나.” 3년 차인 내가 제출한 장문에 사직서에 팀장님이 내린 진단이었다. 그는 “초반에 너무 달리다가 소진하고 말았다고. 다시 채우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도 함께 해주었다.

 

 

조기 출근, 바이오리듬, 스마트워크에 익숙해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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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시간에 카페에 가보라

 

그리하여 나는 사직한 지 1년 만에 같은 회사에 재입사하는 나름 독특한 커리어를 갖게 됐다. 다시 일을 시작하며 ‘야근’ 대신 선택한 몇 가지 대안을 공유하고 싶다. 일에 몰입하고 그 흐름을 타고 어떤 통찰에 도달하는 것을 계속 즐기면서 ‘야근’을 피하는 방법은, 첫째. 조기 출근. 조기 출근은 ‘야근’의 외로움보다는 부지런하게 하루를 시작했다는 자부심을 불러일으킨다. 업무가 아니더라도 아침 시간을 명상 및 계획 세우기 시간으로 마련해두어도 좋다. 아직 한 번도 아침 7시 오픈 시간의 프렌차이즈 카페에 가보지 못한 사람은 꼭 한 번 방문해보길 바란다. 눈을 감고 한 시간 동안 명상을 하다 8시 이른 출근을 하는 커리어우먼, 모닝 세트 메뉴와 함께 하루 일과를 재빨리 스크린하는 부장님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테니까.

 

둘째, 업무 바이오 리듬을 파악해라. 개인마다 시간대별로 집중도의 차이가 다르다. 기획서를 써야 할 시간에 이메일 응대를 한다거나, 회의를 해야 할 시간에 엑셀 파일과 씨름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이를 위한 교과서로는 생화학 박사인 베레나 슈타이너가 지은 책 <프라임타임>을 추천한다.

 

셋째. 유동적 업무 환경에 적응할 것. 언제 어디서나 집중할 수 있는 상태로 머물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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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책상에 집착하지 말 것

 

그러려면 우리의 워크플로우는 회사 책상, 회사 노트북이 아니라 머리 속에 존재해야 한다. 유동적인 업무 형태 속에서 나를 단련하다 보면,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업무의 목적과 방향이 훨씬 더 명쾌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PS ‘야근’하지 않는 당신의 성과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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