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직장인들도 ‘행복한 삶’을 살고 싶어한다
뉴욕 직장인들도 ‘행복한 삶’을 살고 싶어한다
살인적인 물가, 기본 100만 원이 넘는 월세, 빈부 격차, 하늘에 별 따기인 정규직 입사, 그리고 야근까지. 콘크리트 정글로 불리는 뉴욕의 직장인들 역시 하루하루가 생존 경쟁이다.
한국의 잡플래닛과 비슷한 기업 평가 사이트, 글래스도어(Glassdoor)에서 추산한 뉴욕 직장의 신입 연봉은 평균 $42,963이라고 한다. 여기에 미국 연방 정부와 뉴욕 시 세금, 보험료 및 노후 대비 자금을 제하고 나면 한화로 약 260만 원 정도의 월급을 손에 쥔다. 한국 기준에서는 괜찮은 월급일 수 있으나, 뉴욕 물가를 고려하면 결코 만족스러운 금액은 아니다. 월세 및 식비, 기타 잡비를 제외하고 나면 한 달 100만원 저금하기도 벅차다는 뉴요커 지인들의 증언이 있었다.
그렇다면 뉴욕 직장인들의 업무 생활은 어떨까?
고급 가방 브랜드로 유명한 C사에 근무 중인 신입사원 S양은 “지난주 내내 야근. 오전 8:30분 출근 후 저녁 11시 퇴근. 다음 주도 그럴 예정. 야근이 너무 많지만 별도 수당이 나오지 않는다. 다들 바쁘다 보니 휴가 내기도 눈치 보인다.” 라는 증언이 있었다.
인테리어 회사인 V사에 근무하는 M 군은 “매일 야근도 모자라 토요일도 나오라고 한다. 대기업 들어가 일하는 건 결코 좋은 게 아니다. 가끔 나 자신이 회사의 노예가 아닐까 생각되기도 한다.”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이곳 역시 대기업을 다니는 직장인들은 결코 행복하지 않다.
잘 나가는 뉴욕의 인재들은 왜 ‘퇴사’하고 있는가?
창업이 붐이라지만 유명 대기업을 목표로 하는 인재들이 미국 뉴욕에는 많다. 이직할 때도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며, 한국처럼 이름이 있어 주변 사람들에게 자랑할 수 있는 기업을 선호한다. 하지만 유명한 곳은 유명한 만큼 할 일 또한 산더미다. 높은 연봉, 회사 네임 밸류 등에 끌려 대기업에 들어간 인재들도 스트레스와 우울증, 육체적 피로 때문에 ‘돈 좀 적게 받더라도 편한 곳으로’ 가고자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런 생각을 ‘퇴사’로 실행에 옮기는 이들은 콜롬비아, 뉴욕대, 아이비리그와 같은 학교를 졸업한 ‘엘리트’가 많다. 또한, 대기업 문화에 염증을 느껴 직접 스타트업 회사를 차린 청년 사업가들도 적지 않다.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창업한 것보다는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일하는 풍토를 만들고자 노력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현상은 기존 기업 대비 스타트업 종사자들의 업무 만족도가 높게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모 그래픽 회사에서 근무 중인 C 씨는 “현재 근무 중인 스타트업 회사의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만족스러운 회사 생활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9시부터 5시까지 책상에 앉아 주구장창 업무만 보는 게 아니라, 여름 오후 ‘디저트 대회’를 열어 옥수수 맛탕을 선보이고 동료의 마카롱을 맛보며 임원, 타 부서 직원, 프리랜서들과 교류를 통해 회사 생활에 대한 만족도뿐만 아니라 업무 만족도 또한 높다. 이 외에도 연말 파티와 각종 보너스 등 크고 작은 프로그램 또한 직원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요인 중 하나라고 한다.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한 스타트업의 노력은 자연스레 좋은 인재들을 스타트업으로 데려오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도 미국과 비슷한 경향을 보이고 있는 것 같다.
인재가 찾는 기업은 높은 연봉을 주는 곳이 아니다?
이곳 직장인들도 그동안 높은 연봉과 네임 벨류, 안정적인 커리어 계발의 장점 때문에 대기업을 선호한다. 물론, 그만큼 야근, 사내 경쟁, 업무 성과, 자기 계발 등에 대한 스트레스가 높지만 말이다. 하지만 대기업에서 찾아보기 힘든 직원 중심의 문화와 혜택을 갖춘 중소 기업이 늘어나며 이런 생각들도 조금씩 바뀌고 있다. 이에 따라 직원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개개인의 고민을 이해해주는 회사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I will take the job! (제가 그 일을 할게요!)”라고 대답할 것이라는 지인들의 의견이 많아지고 있다.
최근 연봉 $50,000에서 $45,000으로 매년 약 500만원을 덜 받고 중소 규모의 회사로 이직한 R군이 있다. 그가 이직한 이유는 이직한 직장인 LGBT(성소수자)를 존중하고, LGBT 직원들을 위한 무료 콘퍼런스 및 봉사를 꾸준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돈은 덜 벌지만 내 개인적인 취향과 삶을 존중해 주는 회사라 과감히 옮겼다. 또한, 예전과 달리 내가 회사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사람이라는 걸 느낄 수 있어 야근과 가끔 있는 주말 근무에 대해 부담을 갖지 않는다. 만족스럽다.” 라고 대답했다.
대기업과 달리 유연한 문화와 다양한 혜택으로 인재를 영입하고 있는 미국의 중소기업들. 글 서두에서 밝혔듯, 뉴욕의 빡빡한 물가에도 불구하고 돈보다는 자신과 맞는 기업 문화와 프로그램을 갖춘 회사를 찾는 인재들이 하나, 둘 늘어나고 있다. 현재는 작은 움직임일 수 있으나, 일상에서 행복을 추구하는 삶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늘어나고 있는 흐름 상 회사라는 공간에 대한 관념과 생각에 많은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한국 또한 미국의 흐름과 유사한 패턴으로 진행되는 경향을 보이기에 눈여겨 보아야 할 내용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