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시 퇴근, 꿈 같은 얘긴가요?
정시 퇴근, 꿈 같은 얘긴가요?
내꺼인 듯, 내꺼 아닌 내꺼 같은 너, 저녁이 있는 삶
한때 이런 대화가 SNS에서 회자된 바 있다.
한국의 야경을 보고 외국인들이 물었다.
“오 뷰티풀~ 이렇게 야경이 아름다운 이유가 무엇입니까?” 한국인이 답했다. “야근입니다.” |
필자는 평일 저녁에 약속을 잡아본 적이 없다. 퇴근 시간은 늘 기약이 없으니까, 온라인 마케팅이라는 업의 특성상 갑작스러운 이슈가 발생할 수 있고, 겨우 약속을 잡았다고 해도 취소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그래서 늘 주말로 넘어가는 금요일 저녁만을 기다렸다.
‘칼퇴’, ‘불금’이라는 단어에서도 느낄 수 있듯이, 직장인에게 평일 저녁은 가용할 수 있는 시간이 아니다. ‘내 꺼인듯 내꺼아닌, 내꺼같은 너’인 셈인데, 한 기업에서는 시간 내에 업무를 마치고 곧바로 퇴근해 재충전하는 ‘칼퇴데이’를 사내 제도의 좋은 케이스로 홍보했다가, 정시 퇴근은 당연한 일인데, 특별한 복지제도인 것처럼 홍보한다며, 역으로 부정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킨 적도 있다.
왜 칼퇴데이는 사내 캠페인이 되어야만 했을까, 왜 우리는 ‘저녁이 있는 삶’을 영위하지 못하고 있을까? ‘저녁이 있는 삶’에 대해 다양한 직종에 근무하고 있는 분들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가져봤다.
Q1. 급여를 적게 받아도 저녁이 있는 삶을 찾아 이직할 생각이 있는가?
A. (대학교 교직원) 이직할 생각이 있다. 과거에도, 지금에도 나에게 있어서 개인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회사가 우선이었다. 돈을 아무리 많이 벌어도 저녁의 삶이 없다면 하루하루가 너무 힘들고 금방 지쳐서 롱런 할 수 없을 것이다. B. (카드사 직원) 현실적으로 급여가 얼마나 적은지에 따라 달라질 것 같다. 개인적으로 급여도 직장생활에 중요한 동기부여 요소라고 생각한다. 본인이 가용할 수 있는 시간이 전혀 없는 경우(매일 10시 이후 퇴근 수준)가 아니라면, 급여를 줄여가며 이직할 것 같진 않다. C. (애플리케이션 개발자) 있다. D. (공무원) 대체로 야근을 하지 않는 걸 선호하지만 8시까지라면 나쁘지 않은 것 같다. E. (치위생사) 이직할 생각이 있다.
Q2. ‘저녁이 있는 삶’이란 뭐라고 생각하는지? A. (대학교 교직원)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시간, 하루하루를 버틸 힘을 기르는 시간 같다. B. (카드사 직원) 퇴근 이후, 마음대로 계획하고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이 있는 삶이 아닐까? 현실적인 표현은 야근하지 않는 삶, 정도일 것 같다. C. (애플리케이션 개발자) 평일 저녁을 가족, 연인과 함께하거나 개인 여가를 즐길 여유가 있는 삶! D. (공무원) 퇴근 후에 자신이 어울리고 싶은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는 여유가 있는 삶이리라. E. (치위생사) 퇴근 후 나의 개인적인 시간을 보내는 삶
Q3. 저녁에 야근하지 않고 퇴근한다면, 무엇을 하고 싶은지? A. (대학교 교직원) 지극히 사적인 시간을 가지고 싶다. 그동안 배우고 싶었던 것을 배우거나 분위기 좋은 카페에 가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면서 하루를 마무리하고 싶다. B. (카드사 직원) 책을 읽거나 악기를 배우는 등의 취미 생활, 어학 공부를 하는 등의 자기 계발을 하고 싶다. 물론 친구들도 만나고, 집에 와서 잠도 자구. C. (애플리케이션 개발자) 집에서 할 수 있는 취미 생활, 와이프와 저녁 식사 D. (공무원) 퇴근 후에는 운동하거나, 미드, 영화, 책을 보면서 시간을 보내고 싶다. E. (치위생사) 운동하고 책도 읽고 싶다. 피곤한 날은 일찍 자고 싶기도 하다.
Q4. 회사의 퇴근 문화는 어떤지? A. (대학교 교직원) 9시에 출근해서 5시 30분 정도에 퇴근을 한다. 대체로 정시에 퇴근할 수 있고, 근무하면서 야근한 경우는 일 년에 한 두 번 뿐인 것 같다. B. (카드사 직원) 업무를 마치면, 제시간에 퇴근할 수 있다. C. (애플리케이션 개발자) 칼퇴근에 대해 다른 팀에서 눈치를 주는 편이었다. 야근 수당이 따로 없었음에도, 눈치 때문에 식사하고 회사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집에 가는 사람들도 부지기수였다. D. (공무원) 현재는 8시 반에 출근 후, 6시 반 정도면 퇴근한다. E. (치위생사) 9시 출근 6시 퇴근이 보통, 일에 따라 가변적이다. 대개 마무리 정리를 하고 나면 6시 반 정도가 된다.
Q5. 정시퇴근이 눈치 보이는 기업문화가 대부분인 것 같은데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A. (대학교 교직원) 업무를 마치더라도 정시퇴근을 하는 사람을 안 좋게 보는 시선이 많다. 퇴근 시간이 늦는다고 해서 무조건 일을 잘하는 것도 아니고, 능률이 오르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자기가 맡은 바에 한해서 다 하고 정시에 퇴근하는 사람이 있다면 오히려 칭찬을 해주는 게 옳지 않을까? B. (카드사 직원) 일이 늦어서 야근하는 것이 아니라, 눈치가 보여 야근을 하는 건 잘못되었다고 본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패기롭게 ‘저 가보겠습니다’ 하고 책임을 개인에게 떠넘겨도 안 되는 것 같다. 회사 차원에서의 문제 인식과 조치가 필요한 부분 아닐까? C. (애플리케이션 개발자) 정시퇴근에 눈치를 주는 회사가 많다. 두 가지 선택지가 있는 것 같다. 자신도 야근 문화에 물들거나 프리랜서로 빠르게 전향하는 것. D. (공무원) 말 그대로 퇴근도 기업문화 일부인데, 개인이 할당된 업무를 다 했음에도 퇴근을 하지 못하는 건 안타깝다고 생각한다. 동시에 관리자의 입장에서는 여러 업무를 종합, 검토하는데 미비한 부분이나 이유를 알 수 없을 때, 담당자를 찾아야 해서 그런 것인데, 업무보고 마감 시간을 4시로 정하거나 Rule을 정하면 더 원활하게 일이 진행될 수 있을 것 같다. E. (치위생사) 정해놓은 업무만 다 했다면 퇴근해도 좋다고 생각한다. 늦게까지 잡고 있다고 능률이 오르는 것 같지는 않다.
* 인터뷰에는 다양한 직종의 이야기를 담아보고자 했다. |
짧은 인터뷰를 통해 알게 된 것이 하나 있다. ‘저녁이 있는 삶’은 무언가 혁신적이고 거대한 것이 아니라는 걸, 저녁이 있는 삶에 많은 걸 바라고 있지 않다는 것.
우리가 원하는 건 특별한 게 아니다. 오히려 소소한 일상에 가깝다. 친구와 함께 저녁 식사를 하거나, 커피 한잔하면서 근황을 이야기하거나, 드라마를 보거나, 그런 여유로움-
다양한 직종에서 근무하는 분들의 인터뷰를 통해, ‘저녁이 있는 삶’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보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야근하는 직장인들을 위해 이 곡을 바친다. 함께 듣고, 얼른 집에 가자. 신청곡은 자이언티의 <꺼내먹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