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하 회장, 기업 생존? 스마트워크 문화 도입만이 살길이다
고영하 회장, 기업 생존? 스마트워크 문화 도입만이 살길이다
◇ 회장님은 스마트폰을 활용해 업무를 보실 때 주로 어떤 앱을 사용하시나요?
고영하: 외부 커뮤니케이션은 페이스북, 카카카오톡으로 하고 있고, 잔디도 내부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 사용하고 있어요. 에버노트(Evernote)는 좋은 글이나 기사 스크랩 목적으로 이용하고 있고, 일정 관리는 구글 캘린더(Google Calendar)를 쓰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외부 일정이 많다 보니 구글 캘린더를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어요.
◇ 약 4-5년 전부터 스마트워크가 기업에게 큰 화두가 되었는데요. 현대카드 사례를 보면 PPT로 보고하던 프로세스가 워드로 바뀌는 등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고영하: 상당히 긍정적인 변화라고 봅니다.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불필요한 혹은 비효율적인 관습을 철폐하는 건 꼭 필요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우리나라의 기업의 의사결정은 임원급 이상의 관리자 레벨에게만 주어진다는 겁니다. 이러다 보니 대다수의 기업들이 스마트하게 일하기 위한 문화를 조성하거나 다양한 스마트워크 툴을 도입하는 데 인색합니다. 잔디와 같은 툴은 결국 CEO가 쓰지 않으면 못 쓰게 되는 거예요. 실무자급 인원들끼리 사용하자고 해서 도입되는 경우는 극히 소수일 겁니다. 그러니 결국 CEO가 효율적인 업무 문화를 만드는 데 적극적이지 않으면 좋은 툴이 있어도 무용지물이죠.
◇ 최근 잔디, 에버노트, 구글 드라이브 등의 스마트워크 툴이 다양한 영역에서 사용되고 있는데요. 이들의 지속적인 성장 가능성에 대해 어떻게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고영하: 스마트워크 관련 서비스 시장은 당연히 커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시공간을 떠나서 살아가는 세상이잖아요? 꼭 같은 공간에서 일을 하지 않아도 되고 할 필요도 없어요. 그러다 보니 원격 근무 혹은 재택근무도 늘어나고 있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잔디를 비롯한 다양한 스마트워크 툴이 필요한 건 당연합니다. 그래서 에버노트, 구글 드라이브 등 다양한 형태의 서비스가 계속 등장하고 있는 거라고 봅니다.
◇ 잔디 이전 야머(Yammer)를 비롯해 다양한 협업툴이 국내 시장에 출시했었습니다. 하지만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툴은 없다고 보는데요. 이들 툴이 성공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고영하: 협업은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지만 매력적인 소재에요. 2007년 미국에서 출시한 야머도 그중의 하나였어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서비스는 없었어요. 보통 이런 협업 툴은 보통 도입하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한데 이 시간을 견디지 못한 게 가장 큰 이유라고 봅니다. 마케팅 능력 또한 중요합니다. 이전 툴들의 패착 요인은 인지도 부족으로 사용조차 못 해본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기도 했어요. 이런 사람들을 위해 마케팅이 꼭 필요합니다.
◇ 국내 유명 커머스 업체인 A 사의 경우, 과거 야머(Yammer)를 도입했었는데요. CEO가 생각하는 것만큼 실무진이 사용하지 않아 도입이 실패한 사례가 있습니다. 이와 같은 실패 사례를 봤을 때 스마트워크 툴을 도입할 경우,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고영하: 그래서 실무진 대상 지속적인 교육이 필요한 겁니다. A사의 CEO가 의지가 있었다면 직원들이 왜 스마트워크 툴을 써야 하는지에 대해 납득할 수 있도록 꾸준한 교육을 시켰어야 한다고 봐요. 쉽게 말해 사장이 쓰라고 하니 밑에 사람은 쓰긴 하지만 왜 써야 하는지, 어떻게 써야 효과가 있는지 알 길이 없어요. 표면적으로는 잘 사용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그 수준은 페인킬러(Pain Killer)로써의 스마트워크 툴이 아닌 비타민 수준의 툴에 한정되는 겁니다. 그래서 이런 툴이 처음 도입되었을 때 끊임없는 교육과 동기 부여가 필요합니다.
◇ 잔디, 슬랙 같은 협업툴이 3세대 커뮤니케이션 툴로 불리며 각광 받고 있는데요. 이에 대해 회장님은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신가요?
고영하: 필요성이 있으니 당연히 각광을 받지 않을까요? 다만 한가지 짚고 넘어가고 싶은 건 슬랙이 나온 미국의 기업문화와 한국의 기업문화는 차이로 온도 차가 있다는 점이에요 야머가 처음 한국 시장에 진출했을 때 고전을 면치 못했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미국은 IT 중심 기업도 많을 뿐만 아니라 얼리어답터 인구도 많기에 슬랙과 같은 협업툴이 성공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사실 잔디, 슬랙 같은 툴은 수평적 커뮤니케이션, 개방적 문화가 잘 형성되었을 때 성장할 수 있어요. 이런 걸 고려했을 때 잔디가 현재의 한국 기업문화에서 뿌리내리기 쉽지 않을 수도 있다고 봅니다.
한국 경제는 금융 위기 때보다 더 어려운 상황에 처할 겁니다.
이에 따라 빠른 의사 결정을 위한 기업의 민첩한 대처가 필요할 겁니다.
그렇다고 잔디가 한국의 수직 전직 문화에 맞춰 툴을 바꿀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기업들에게 수평적 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던지는 게 더욱 중요합니다. 최근 기사를 통해 보면 한국 경제는 계속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금융 위기 때보다 더한 상황이 벌어질 거라 봅니다. 이런 험난한 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해선 기업은 체질 개선을 해야 합니다. 가장 쉬운 건 빠른 의사 결정을 통한 민첩한 대처인데요. 이를 위해선 잔디와 같은 협업툴이 필요할 겁니다.
◇ 아까 말씀 주셨지만 잔디와 같은 협업툴이 국내에서 대중화되기 위해선 많은 장벽을 넘어야 합니다. 이 장벽을 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고영하: 제 생각엔 물론 기능적인 면도 업데이트가 되어야 하겠지만, 그보다 잔디를 도입해 혁신을 이뤄낸 기업의 성공 사례가 많아져야 할 것 같아요. 잔디를 통해 업무 커뮤니케이션을 개선하고 업무 생산성이 높아졌다는 케이스를 발굴해 잘 알려야 합니다. 문제는 협업툴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입니다. 그들이 하고 있는 일이 카카오톡으로 충분히 해결 가능한 일인지, 아니면 잔디와 같은 전문적인 협업 툴이 필요한 것인지 제대로 구분하지 못한다는 점이에요. 잔디를 사용하면 카톡을 사용하는 것보다 할 수 있는 영역이 넓고, 소통 또한 잘된다는 점을 사람들이 잘 모릅니다. 결국 잔디를 사용하지 않는 혹은 못하는 상황이 초래하는 거죠. 그래서 말씀드린 것처럼, 이들을 위한 교육이 필요한 겁니다. 업무 효율성에 대한 세미나, 워크샵을 지속적으로 열어야겠죠.
에버노트(Evernote)만 봐도 에반젤리스트가 많잖아요? 잔디도 잔디의 에반젤리스트를 양성해야 합니다. 아무리 좋은 기능을 갖고 있더라도 모르면 못 쓰는 겁니다. 개인적으로 잔디와 같은 툴은 경영진이 알아야 하는 툴입니다. 사람들이 잔디의 효용성에 대해 인지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이 필요해요. 또한 각종 비즈니스 인텔리전스 전시나 행사 등에 자주 참여해 기업 관계자들을 설득해야 합니다. 한국의 40-50대는 아직도 스마트폰을 이용하지 않거나, 제대로 활용하는 사람은 극히 드뭅니다. 이런 사람들이 스마트폰과 잔디와 같은 툴의 효용성을 알아야 하는데 그럴 기회가 없어요. 따라서, 이들을 대상으로 한 자리가 많이 마련되어야 할 것입니다.
◇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임정욱 센터장님에게도 이 질문을 드렸었는데요. 잔디, 슬랙 등의 협업툴이 이메일을 대체할 것이다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고영하: 이메일은 없어지지 않을 거에요. 커뮤니케이션 하는 데 있어서 이메일만큼 좋은 도구는 없어요. 특히 외부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이메일보다 좋은 툴은 없기 때문에 사라지진 않을 겁니다. 구글 같은 기업에서 제공하는 지메일은 무료로 무기한 제공되고 있고, 더군다나 사람들은 구글이 망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니 이메일은 신뢰, 편리성, 안정성을 모두 갖춘 툴이라 생각할 겁니다. 정리하면 잔디와 같은 협업툴은 이메일의 보조 수단으로 그 지위를 인정받을 겁니다. 사내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보조재 말이죠.
물론, 협업툴도 외부 소통이 가능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메일로 소통하다가 이 채널로 안 되는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다른 툴을 찾습니다. 저의 경우, 이메일을 하루에 한 번 꼭 확인합니다. ‘고영하’라는 사람은 오랜 시간 이메일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해 왔어요. 그렇게 10년간 형성된 ‘고영하’의 아이덴티티를 하루아침에 대체할 수 있는 무언가가 없는 겁니다. ‘고영하’와 10년을 연락하지 않아도 ‘고영하’에게 연락할 수 있는 건 전화번호와 이메일인 거니까요. 그러다 보니 이메일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 최근 페이스북이 그런 부분을 대체하고 있지 않나요?
고영하: 맞아요. 그래서 페이스북, 이메일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저는 이직을 해도 꼭 개인 메일 주소를 고집합니다. 카카오톡도 그 연장선에 있다고 봅니다. 이 세 가지는 당분간 절대 불변이라고 생각해요.
◇ 마지막 질문입니다. 한국 스타트업계를 대표하는 분으로서, 그리고 선배 창업자로서 스타트업이 자생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할지 조언 부탁드리며 인터뷰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고영하: 당연히 사용자를 늘려야겠죠? 이를 통해 투자를 받던가 아니면 캐시카우가 될 수 있는 매출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결국 스타트업은 얼마나 오래 버티느냐의 싸움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