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일하는 방식 업그레이드 #1,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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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주 52시간 근무제, 시간의 가치를 깨닫게 하다.

주 52시간, 여러분은 어떠한 변화를 경험하셨나요?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후 두 달.

비트코인만큼이나 직장인들을 떠들썩하게 했던 주 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된 지 두 달이 되어갑니다. 새로운 근무제는 근로시간의 변화와 더불어 라이프스타일과 일에 대한 가치관까지 변화시키며 우리 삶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정부가 이러한 주 52시간 근무제를 강하게 추진한 배경에는 우리나라의 높은 노동강도가 있습니다. 2017년 OECD는 우리나라의 노동시간을 세계 2위로 집계했는데요, 독일보다 4개월을 더 일하고 임금은 79%수준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미국(1.6개월)과 일본(2개월)보다도 높은 수준이었죠. 이렇게 임금 대비 높은 노동강도로 인해  근로 제도 개선에 대한 요구가 정권마다 강하게 제기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정부는 이번 정책을 추진하면서 크게 두 가지를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줄어든 근로시간만큼 근로자들의 여가시간을 확보하여 삶의 질을 향상하는 것, 그리고 기업의 추가 인력 고용을 통한 고용시장 활성화였습니다. 주 52시간 근무제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매력적인 선택이었는데요, 그렇다면 두 달이 지난 지금 과연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요?

1. 삶의 질: 워라밸 열풍

분명 삶의 질이 올라간다는 면에서 주 52시간 근무제는 확실히 제 몫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퇴근 후 저녁시간을 활용하여 자신의 여가를 적극적으로 챙기기 시작했으니까요. 특히 ‘문센족’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백화점 문화센터의 수강생이 증가한다는 점이 흥미로운데요, 국내 한 백화점 문화센터의 경우 직장인 수강생이 지난해보다 40%가까이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2. 추가 인력 고용: 대기업 안착, 중소/중견기업 울상.

하지만 추가 인력 고용은 기업의 규모에 따라 다양한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고용노동부가 근무제 도입 후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인력충원’으로 새로운 제도에 대응하겠다고 한 사업체의 비율은 42.8%였습니다.

<이미지 출처: 조선일보>

 

첫 출발 치고 나쁘지 않은 반응이었지만 주목해야 하는 점은 설문조사의 대상이 300인 이상의 대기업이었다는 것입니다. 즉 중소/중견기업의 반응은 빠진 것이죠. 그렇다면 스타트업을 포함한 중소/중견 기업의 경우 어떠한 반응을 내보이고 있을까요? 그래도 준비를 꾸준히 할 수 있었던 대기업에 비해 여력이 부족한 중소/중견 기업은 아래처럼 기업별로 ‘혼란’을 겪는 중입니다.

 

사례1. 반도체 장비사

반도체 장비를 생산하는 국내 중소 반도체 장비사의 경우 기술력은 일본에 뒤쳐져도 납기 면에서 장점을 가지고 있어 애플, 퀄컴 등의 해외 고객사들이 찾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근무 제도의 도입으로 인해 납기라는 강점을 잃게 되면서 베트남 등으로의 공장 해외 이전을 추진하는 곳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출처: “반도체 장비업계 “주52시간에 일본에 일감 뺏길판…차라리 해외 간다” 2018.07.17 아시아 경제

 

사례.2자동차 부품 제조업체

지방의 한 자동차 제조 업체의 경우 주 52시간을 맞추기 위해 교대제를 개편했는데요, 이를 위해 27명의 추가 인력을 고용하면서 매년 8억원이 넘는 인건비를 추가로 부담하게 되었습니다.

출처: [주 52시간 근무 시대 기업들 대응 백태] ‘더 많이 고용’ 빼고 각양각색 준비 / 중앙일보

 

사례3. 중소 게임 개발사

중소 게임 개발사의 경우 대형 게임 개발사와의 근로 환경 차이가 더 커지면서 핵심인력을 잡기 어려운 상황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또한 업무 특성상 채용을 한다고 해도 일정기간의 적응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인력충원보다는 아웃소싱으로 위기를 극복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출처: 중소게임사는 한숨…“부작용 우려” / ZD Net Korea

 

추가 인력 고용은 새로운 근무제도에서 중요한 요소임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스타트업을 포함한 중소/중견 기업의 경우 위에서 언급한 사례들처럼 여력이 되지 않아 매우 갑갑한 상황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시간을 정말 금으로 만들다.

<이미지 출처: Pexels>

 

새로운 근무제도에서 근무 가능한 시간은 최대 52시간 입니다. 자발적인 업무 및 야근이라도 그 이상 일하면 불법이죠. 52시간의 탄력적인 운영은 가능하나 근무시간이 남는다고 해도 그 다음 주로 넘겨서 사용할 순 없습니다. 한마디로 기업은 매주 주어지는 금 같은 52시간 안에서 최대한의 생산성을 발휘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습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인력 고용은 생산성을 높이는 가장 확실한 요소입니다. 하지만 이는 앞서 언급했듯이 스타트업을 비롯한 중소/중견기업에게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요소이기도 합니다. 갑자기 땅에서 돈이 솟지 않는 이상 일은 일대로 쌓여있고 사람은 부족한 상황이 지속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스타트업을 비롯한 중소/중견기업에게 현실적인 선택은 점진적인 개선을 목표로 현재 인원들의 생산성을 높이는 것입니다. 주어진 ‘금’ 같은 52시간을 밀도있게 사용하여 떨어진 생산성을 개선하고, 이를 통해 사정이 괜찮아지면 점진적으로 필요한 인원들을 채용해야 합니다.

 

일하는 방식을 개선한다는 것

그렇다면 업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어떤 점을 먼저 개선해야 할까요? 기업에 따라 각자 처한 상황이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제일 먼저 점검해봐야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업무 커뮤니케이션입니다.

모든 일은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이루어진다 <이미지 출처: pixabay>

 

업무 커뮤니케이션은 보고, 발표, 결재, 진행상황 공유 등 협업을 위한 소통을 의미합니다. 팀으로 일하는 특성상 업무는 반드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진행되기 때문에 모든 기업이 평소에 신경 써야 하는 중요한 요소인데요,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기업들이 업무 커뮤니케이션 관리의 중요도와 우선순위를 낮게 잡습니다.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개선하기보다 문제가 발생하면 해결하는 정도로 생각하기 때문이죠.

이러한 인식으로 인해 커뮤니케이션은 점점 복잡해지고 비효율성이 증대되면서 아래 미국의 피니쉬 라인의 경우처럼 일보다 커뮤니케이션에 더 많은 시간을 사용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됩니다.

 

문제 사례: 피니쉬 라인

협업 프로세스 역시 대단히 복잡하고 비효율적이었다. 문서 하나를 가지고 협업하는 직원들 간에 이메일이 6~70통씩 오가기도 했다. 그 결과 레너드가 “버전 룰렛(version roulette)”이라 일컫는 현상까지 발생하였다. 한 문서에 대한 카피본이 여러가지 인데 이들 중 어떤 것이 정식 버전인지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잘못하면 수 시간, 혹은 수 일씩 시간을 낭비하게 만드는 비효율성 문제도 있었다. 그는 “얼마 아닌 것 같아도, 이런 사소한 것들이 기업 전체에 걸쳐 발생한다면 대단히 심각한 문제를 초래한다”고 말했다.

<출처: “본사와 현장의 협업 증진 공신” 한 유통업체의 G 스위트 도입 사례, IT World Korea>

피니쉬 라인 매장 전경 <이미지 출처: 피니쉬 라인 홈페이지>

 

현대카드의 경우 이러한 비효율성을 목격하고 전사적인 차원에서 커뮤니케이션 방식의 개선을 시도하기도 했습니다.

 

개선 사례: 현대 카드

지난 3월 사내 PPT(파워포인트) 금지령을 내린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두 달만에 PPT금지령 이후 느낀 소회를 밝혔다. 당시 정 부회장은 PPT 대신 모든 보고서를 손으로 적거나 간단한 엑셀로 만들라고 지시했다. 정 부회장은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PPT 금지 효과를 6가지로 요약했다.

  1. 보고서들이 대부분 한두 장으로 짧아지고 다 흑백이다
  2. 회의 시간이 짧아졌다
  3. 논의가 핵심에 집중한다
  4. ‘다섯 가지 원칙’, ‘세 가지 구성요소’ 등 PPT 그림을 위해 억지로 만드는 말들이 없어졌다
  5. 연간 5000만장에 달하던 인쇄용지와 잉크 소모가 대폭 줄기 시작했다
  6. 사람들이 더 지적으로 보인다.

현재 현대카드 사내 모든 PC에서 PPT 제작프로그램을 지우고 파일 읽기만 가능한 뷰어만 설치해 사용하고 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뷰어만 설치해서 쓰다 보니 PPT 제작을 사내에서 할 수 없는 환경이 됐다”며 “PPT를 만들 때 내용과 관계 없는 줄간격, 자간 같은 것에 신경 쓰느라 떨어진 업무효율성이 확실히 높아졌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출처: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PPT 없애니 달라진 것들”, 머니투데이>

 

즉, 앞선 두 가지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일하는 방식을 개선한다는 것은 업무를 진행하면서 비효율성을 일으키는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개선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구성원들이 일의 본질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함으로써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다 주죠.

 

커뮤니케이션, 성공하는 기업 문화의 씨앗

< 이미지 출처: Pexels>

 

하지만 업무 커뮤니케이션의 개선은 단기적인 생산성 향상 효과만 가져다 주는 것이 아닙니다. 제대로만 이루어진다면 아래 오토매틱의 사례처럼 장기적으로 기업의 성공을 이끄는 핵심요소로 자리잡게 됩니다.

  

성공 사례: 오토매틱

오토매틱은 워드프레스라는 컨텐츠 관리 시스템(이하 CMS)로 유명합니다. 전 세계 웹사이트의 30%, CMS의 6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선 삼성, LG, 서울시 등 국내의 대기업과 주요 정부기관들이 워드프레스를 사용하여 자신들의 홈페이지를 구축하고 있죠.

오토매틱사의 워드프레스 <이미지 출처: 워드프레스 홈페이지>

 

오토매틱사의 직원은 총 775명(2018년 기준)입니다. 전세계 50개국에 걸쳐 일하고 있는데요, 모두 ‘원격근무’입니다. 모든 업무 커뮤니케이션은 온라인으로 이루어지며 채용조차 채팅 및 과제로만 수행됩니다. 심지어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본사의 경우 아무도 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2017년 폐쇄되었습니다.

50개의 국가에서 근무중인 오토매틱 직원들 <이미지 출처: 오토매틱 홈페이지>

 

우리가 주목할 점은 이러한 오토매틱의 생산성입니다. 오토매틱의 홈페이지에 따르면 워드프레스의 월간 순 방문자수(미국기준)는 137M인데요, 104M의 eBay보다 높습니다. 그런데 근무자 수를 비교해보면 eBay(14,100)명의 약 18분의 1 수준입니다. 고작 775명의 사람들이, 그것도 원격 근무를 통해 14,100명의 사람들보다 압도적인 생산성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죠.

인원수 대비 높은 생산성 <이미지 출처: 오토매틱 홈페이지>

 

이것을 가능하게 한 이유로 창업자 매트 뮬렌웨그는 일에만 집중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문화를 이야기합니다. 모든 커뮤니케이션은 온라인을 기반으로 일과 성과에만 집중되어 있어 조직 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내정치, 서로 다른 업무 스타일로 발생할 수 있는 피로감 등을 예방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즉, 원격근무라는 환경 속에서 사적인 것들을 배제한 ‘일에만 집중하는 커뮤니케이션 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고, 이를 통해 ‘미래의 노동’이라고 불리는 기업문화를 만들어 창업 10년 만에 기업가치가 약 1조 9000억원의 가치를 지닌 기업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커뮤니케이션의 개선은 단순히 기업의 생산성 향상이라는 효과뿐 아니라 기업의 성공을 이끄는 기업문화의 씨앗이 된다는 점에서도 매우 중요합니다.

*커뮤니케이션과 기업문화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파워풀 by 패티 맥코드

  

그래서 우리가 하려는 것

<이미지 출처: Pexels>

 

우리는 시간이 금이 된 이 시점이야기로 스타트업을 비롯한 중소/중견기업이 커뮤니케이션의 개선을 통해 한 단계 더 도약할 시기라고 생각했습니다. 주 52시간은 분명 기업에게 힘든 시기를 가져다 주었지만 동시에 기업이 성장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주었고, 분명 어딘가에 위기를 기회로 바꾸어 성장하고자 하는 기업들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지난 한 달 반의 시간 동안 기업 커뮤니케이션의 전문가 잔디(JANDI)와 함께 스타트업을 비롯한 중소/중견기업들이 어떻게 업무 커뮤니케이션을 개선할 수 있을지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잔디(JANDI)가 업무용 협업 메신저 사업을 진행하면서 쌓은 수많은 컨설팅 경험과 데이터를 통해 각 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커뮤니케이션 문제를 정확히 짚어보고 함께 대안을 제시하고자 준비했습니다.

 

다음 주, 여러분이 받아보실 글은 스타트업의 일하는 방식 업그레이드를 위한 커뮤니케이션 방식 리서치입니다. 스타트업의 본질은 무엇인지, 어떻게 본질에 집중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환경을 만들 수 있는지 잔디(JANDI)와 함께 리서치 한 것을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분명 우리의 대안이 모든 기업들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될 순 없을 것입니다. 누군가에게는 만족스럽지 않을 수도 있구요. 하지만 우리의 글이 누군가에게 영감을 주고 또 변화의 시작이 될 수 있다면 우리는 그것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9월 11일 화요일, 스타트업을 위한 리서치로 찾아 뵙겠습니다.

즐거운 한 주 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진심을 담아 인사이터와 잔디(JANDI)가 드림.

포스팅 라인업

1화. 프롤로그

2화. 스타트업을 위한 리서치

3화. 중소,중견기업을 위한 리서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