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한 조직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2 애자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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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디가 소개하는 스마트워크 트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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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한된 시간에 제한된 자원을 이용해 탑을 쌓는 ‘마시멜로우 챌린지’라는 게임이 있습니다. 20 개의 스파게티면과 한 개의 마시멜로우, 그리고 실과 테이프를 사용해서 마시멜로우가 가장 높이 위치한 탑을 쌓는 팀이 이기는 게임이죠. 간단해 보이지만 이 게임을 진행하면 생각보다 성공율이 높지 않습니다. 저희가 국내 다양한 기업에서 이 게임을 해봤는데요, 약 절반 정도가 제한된 시간에 탑을 쌓는데 실패합니다. 단 1cm 의 탑도 쌓지 못한다는 겁니다. 제한시간이 끝난 후, 무너진 탑을 향한 변명은 제각각이지만, 그 과정은 대개 비슷합니다.

 

실패한 팀들은 전체 18 분 중, 약 10 분을 어떻게 쌓을지 논의하는 데 사용합니다. 어떤 팀은 탑의 구조를 그림으로 그리기도 하고, 어떤 팀은 숫자를 적어가며 효율적인 자원배분을 고민하죠. 10 분이 지나면 계획에 따라 탑을 만들어 봅니다. 기초까지 대략 만들고 나면 13-14 분 정도가 지납니다. 대부분은 계획했던 것과는 차이가 있지만 계획을 변경할 시간이 없기 때문에 그대로 밀고 나갑니다. 그리고 마지막 1 분 ~ 30 초를 남겨두고 ‘짜잔’ 하고 마시멜로우를 올립니다. 구석에 있던 마시멜로우가 처음으로 움직이는 순간입니다.

 

그런데 마시멜로우를 올리자마자 탑은 무너집니다. 생각보다 마시멜로우가 무거워서 계획했던 구조로는 마시멜로우를 떠받치는 게 무리였던 겁니다. 다시 탑을 쌓고 싶지만 주어진 시간은 이미 끝났습니다. 실패한 그룹 대부분은 “시간이 조금만 더 있었으면 우리가 1 등이 됐을 거예요”라고 말하지만 그 말은 믿기가 어렵습니다. 18 분이 아니라 30 분이 주어졌더라도 마시멜로우는 1 분을 남겨두고 올렸을테니까요.

 

만약 1 분을 남겨둔 시점이 아니라, 시작하고 1 분이 지난 시점에 빨리 마시멜로우를 올려봤다면 결과는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두세 개의 스파게티를 테이프로 대충 붙여본 후에 마시멜로우를 먼저 올려봤다면, 마시멜로우가 생각보다 무게가 나간다는 사실을 빨리 깨닫고 전략을 달리하지 않았을까요? 10 분 내내 머리로 탁상공론만 하는 대신 중간중간 마시멜로우를 올려가며 현실적인 피드백을 받았다면, 몇 개의 스파게티면을 버렸을지는 몰라도 마시멜로우라는 ‘목표’를 마지막에 처참하게 떨어뜨리는 일은 없지 않았을까요?

 

마시멜로우 탑을 쌓는데 성공한 다른 그룹들은 바로 이렇게 했습니다. 이들은 토론 대신 스파게티면과 마시멜로우를 직접 손으로 만져보고 올려보면서 초기에 현실감을 익혔습니다. 이후 최소 높이의 탑을 한번 쌓아보고, 거기에서 피드백을 받아 더 높이 쌓아보고, 그러면서 점점 현실적으로 유지되는 탑을 쌓아갔죠. 마시멜로우라는 ‘목표’를 현실 속에서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실시간으로 피드백을 받으면서 목표를 올려 나간 겁니다. 그 결과, 탑을 쌓는다는 최소한의 목표는 디폴트로 달성했고, 이후 어떤 시도를 얼마나 했느냐에 따라 탑의 높이가 결정되었습니다.

 

이 마시멜로우 게임에서, 마지막에 마시멜로우를 올리는 팀처럼 일하는 것을 워터폴(Waterfall) 방식, 처음부터 마시멜로우를 올려가면서 높이를 올려나가는 팀처럼 일하는 것을 애자일(Agile) 방식이라고 합니다. 한마디로 워터폴 방식은 사전에 정해진 계획과 따라 엄격하게 순서대로 진행하는 방식이고, 애자일은 실행을 하면서 계획을 수정할 수 있도록 점진적으로 진행하는 방식입니다. 사실 제조업을 중심으로 성장한 우리나라의 기업 대부분은 이 워터폴 방식으로 일을 해 왔고, 지금도 그렇게 일합니다. 완벽한 계획과 빠른 실행이 중요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위계가 생겼고, 계획을 하는 사람은 상위로 실행을 하는 사람은 아래로 분리가 됐습니다. 괜찮은 퀄러티의 제품을 빠른 시간 안에 만들어 내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었던 겁니다.

 

그런데 2000 년 이후, 인터넷과 ICT 기술의 발달로 사회가 복잡해지고 변수가 늘어나면서 이 워터풀 방식이 먹히지 않기 시작했습니다. 워터풀 방식의 전제인 ‘완벽한 계획’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입니다. 변화가 빠르고 방향을 예상하는 것 조차 힘든 지금의 시장에서 과거의 완벽한 계획은 불가능한 일일 뿐 아니라 너무 느렸습니다. 양(Quantity)의 시대가 끝나고 맞이한 질(Quality)의 시대에 중요한 창의는, 특히나 그런 계획 속에서는 나오기가 힘들어졌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등장한 것이 바로 ‘애자일 방식’입니다. 한마디로 완벽한 계획보다는 유연한 대응을 더 중요시하는 방식이죠. 워터폴에서는 수 개월 혹은 수 년이 걸리던 계획-실행-피드백의 순환이 애자일에서는 1-2 주에 한 번씩 반복되고, 그래서 언제든지 환경의 변화를 반영하고 고객의 피드백을 개입시킬 수 있습니다. 완벽한 한방을 꿈꾸는 ‘워터폴러’들에게는 애자일 방식으로 불완전한 첫 버전을 내놓는 것이 다소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최종 결과물의 완성도나 만족도는 애자일 방식으로 일할 때가 워터풀 방식으로 일할 때보다 만족도가 높습니다.

 

사실 아직도 많은 분들이 애자일은 IT 분야에서나 작동하는 방식이라고 일축합니다. 여기엔 두 가지 측면에서 반론의 여지가 있습니다. 우선, 애자일은 방법론 이전에 일하는 방식에 대한 마인드셋이기 때문에 어느 산업의 어느 분야든 응용이 가능합니다. 두 번째로, 이제는 어떤 산업이든 IT 가 개입되지 않는 일이 없기 때문에 IT 분야에서 애자일을 적용할 수 있다는 말은 대부분의 비즈니스에 애자일을 적용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네덜란드의 ING 은행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오렌지 라이프’를 포함해 국내의 다양한 비 IT 분야에서는 애자일 방식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기 시작했습니다. 도입 방식과 형태는 모두 다르지만 시장에 대한 적응력을 극대화한다는 목표를 우선순위에 놓고 조직의 여러 측면 – 조직구조, 프로세스, 평가, 인사 등 – 을 리뉴얼하고 있다는 점에서 같습니다.

 

애자일을 처음 접한 사람들은, 완벽하지 않은 계획으로 일을 하는 애자일은 결국 주먹구구식으로 일하는 게 아니냐고 반문합니다. 그러나 애자일은 비현실적인 워터폴 프로세스를 버리고 ‘현실적’으로 일하자는 것이지 주먹구구식으로 일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결정적으로 애자일 방식에서는 구성원 모두가 비전과 목표라는 큰 그림을 알고 일하기 때문에 수많은 시행착오와 수정이 있을지언정 결국은 목표를 향해 조직 전체가 나아갑니다. ‘워터폴 방식’과는 전혀 다른 전제와 원칙을 가진 ‘애자일 방식’. 빠르게 변하는 이 시대에는 과연 어떤 방식이 진짜 현실적인 방법인지를 조직의 리더들이 깊게 고민해 보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참고자료

  • The Age of Agile: How Smart Companies Are Transforming the Way Work Gets Done (Stephen Denning, 2018 년 2 월, Amacom)

  • 애자일 조직 도입했더니 보험사 신상품 개발 빨라졌다 (중앙일보, 2018.07.17) https://news.joins.com/article/228097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