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3년간의 잔디 정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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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52시간 근무제 그리고 코로나19의 여파로 ‘스마트워크’를 향한 변화의 바람이 거세게 불어오고 있습니다. 이를 마주한 비영리단체에서는 어떻게 협업툴을 도입할 수 있을까요? 비슷한 상황에 있는 비영리/공공기관의 담당자 혹은 더욱 효율적인 업무환경을 희망하는 재직자분들께 미약하나마 도움이 되고자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지난 3년간 협업툴 잔디(JANDI) 도입 및 정착기를 소개합니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

약칭 BIFAN으로도 불리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1997년 첫 회를 시작으로, 지난 7월 2020년 제24회 영화제를 치렀습니다. 올해는 더욱이 코로나19로 많은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해야 했는데, 다양한 정보를 ‘일원화된 채널’에서 상시로 공유하고 소통하며 큰 무리 없이 변화된 환경에 적응할 수 있었습니다. ‘일원화된 채널’, 즉 업무를 위한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하나로 가져가는 것은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일로 여겨지겠지만, 모두가 사용하는 일원화된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정립하기까지 쉬운 길은 아니었습니다.

 

2016년 12월: 창대한 시작

저는 2014년부터 영화제에서 일하며 주로 네이트온과 카카오톡을 소통 창구로 활용해왔습니다. 그러나 점차 일이 많아지고 복잡해지면서 이 두 소통 창구가 가진 문제점들로 인해 본연의 업무를 제대로 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이를테면, 여기저기서 소통은 많이 하는데 업무 기록이 남지 않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단체채팅방은 수도 없이 만들어지는데 어떤 주제에 대해 어디서 이야기를 했는지를 찾는 데 시간을 허비해야 했습니다. 간신히 자료를 찾아도 다운로드 유효기간은 이미 만료된 경우가 많았고 그러면 또다시 자료를 요청하느라 정작 일할 시간은 줄어들기 마련이었습니다.

‘이건 문제다’라는 문제의식은 있었지만 마땅한 해결책은 찾지 못하고 저는 잠시 영화제를 떠났습니다. 스타트업에서 일해볼 기회가 생겼던 것입니다. 그렇게 약 1년간 영화제를 떠나있던 동안 저는 새로운 형태의 업무환경과 협업툴을 통한 업무 프로세스에 익숙해졌습니다. 그리고 다시금 돌아온 영화제에서 업무용 커뮤니케이션 채널로 마주한 네이트온과 카카오톡은 도무지 납득할 수 없었습니다. 때마침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전체 차원의 업무 프로세스 리노베이션 시기가 있었고, 이를 기회 삼아 저는 TF에서 업무를 위한 별도의 협업툴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었습니다.

다시 돌아온 영화제에서 협업툴 도입을 주창하며 당시 강조했던 ‘기능’은 다음과 같이 크게 네 가지였습니다.

  1. 업무 기록 상존

  2. 파일 상존

  3. 주제별 ‘토픽’ 설정으로 무분별한 채팅방 생성 방지

  4. 공과 사의 분리

당시 나와 있던 슬랙(Slack), 콜라비, 네이트온 팀룸, 카카오 아지트 등 여러 협업툴을 경험해 본 결과, 비영리단체/영화제에서 도입할만한 업무용 협업툴로는 위의 기능을 모두 갖춘 잔디가 제격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테스트 사용에 돌입할 수 있었습니다.

 

2017년 4월: 예상 밖의 복병에 무너지다

입사 첫 달에 업무 프로세스 리노베이션 TF에 합류해 호기롭게 추진한 협업툴 도입 계획은 순항하는 듯했습니다. 그러나 잔디 사용을 시작한 지 약 석 달이 지난 즈음, 잘 사용하고 있는 와중에 생각지도 못한 복병이 찾아왔습니다. 이는 ‘예산’과 ‘변화에 대한 온도 차’였습니다.

연간 예산을 미리 세워서 운영하는 조직의 특성상 추가 예산이 들어간다는 점 때문에 잔디 사용은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구성원 대다수가 익숙한 네이트온을 떠나 새로이 뭔가를 ‘배워야 한다’는 부담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기존에 사용하던 채널들의 형태와 가장 유사한 협업툴임에도 불구하고 잔디에 ‘진입장벽’을 느낀다는 점은 미처 예상치 못했고 도입 담당자로서 쉽사리 인정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2017년 4월 11일, 잔디 도입 테스트 기간 4개월여 만에 우리는 다시 네이트온으로 회귀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2017년 4월~2018년 4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다시 네이트온으로 돌아가는 와중, 제가 속한 담당팀의 업무 특성이 복잡하고 정보의 변화가 많은 만큼 우리 팀 내에서는 우선 잔디를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전체가 아니라 팀 단위부터 차차 도입을 시작한 것입니다. 그렇게 1년간 잔디 무료 버전을 사용하면서 팀원들이 협업툴의 효용성에 대해 크게 체감하며 유료버전 사용을 위한 운영 예산(20명 남짓)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2018년 4월 20일, 조직 내 잔디 유료화 사용을 시작했습니다.

한편, 해가 갈수록 조직의 업무환경은 점차 고도화되어갔고 사람마다 속도 차는 있지만 조금씩 변화에 적응하면서 조직 내에서 다양한 협업 도구를 사용하는 빈도가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특히, 구글 드라이브와 같은 클라우드 서비스와 사내망에 구축한 NAS 활용이 점차 늘면서, 조금씩 ‘변화’와 ‘협업’에 대한 우리 조직만의 정의가 만들어졌습니다. 그리고 2018년 4월, 일부 인원에 대한 유료화를 시작한 지 약 일 년이 더 지났을 즈음 잔디의 활용 가치를 구성원 모두가 체감하고 있었기에, 전체 팀 단위로 계약 갱신을 하며 잔디를 사내 커뮤니케이션 툴로 전격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2019년 10월 15일: 변화는 순방향으로

2019년, 도입을 위한 고군분투 3년 차에 다음 해 예산을 세우는 시기가 찾아왔습니다. 앞선 2017년에 잔디 전사 도입에 실패했던 경험을 반추하며 내부의 목소리만으로는 설득하는 데 힘이 부족하겠다는 생각으로 잔디 세일즈팀에 도움을 청했습니다. 주요 행사 일정과 겹쳤음에도 불구하고 흔쾌히 다른 일정을 조정하면서까지 사무실에 방문해 진행해주신 교육에서는 잔디의 주요 기능과 조직 내 적용된 활용 사례를 소개해주어 설득에 더욱 힘을 실어주었습니다.

잔디를 사용한 팀에서 직접 겪은 잔디의 업무 효용성과 잔디 세일즈팀이 소개해주신 다양한 사례를 토대로 결국 영화제 내 결정권자들로부터 전사 대상 테스트 사용 허가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전사 테스트 사용 기간 전후로 이루어진 업데이트들(파일 업로드 용량 증가 및 서비스 안정화 등) 또한 사내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습니다. 그 결과, 잔디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내 소통에 있어 없어서는 안 될 필수도구로 자리매김했습니다.

현재 잔디는 조직 내 소통에 있어 없어서는 안 될 필수도구로 자리매김했습니다.

 

돌아보며

업무용 협업툴 ‘잔디’ 도입 검토부터 실제 사용에 이르기까지 3년이라는 여정은 우리 조직에 참으로 가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구성원들에게 ‘협업’의 효과를 직접 체감하게 해 잔디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성공에 이바지한 협업툴로 자리 잡았기 때문입니다.

3년 만에 전사 협업툴로 뿌리 내린 잔디는 올해 코로나19 대유행 시기에 개최된 제24회 영화제를 치르며 더욱 진가가 드러났습니다. 잔디를 통해 언제 어디서나 정보를 공유하며 불필요한 행정력을 최소화할 수 있었고, 더욱 정돈된 형태의 토픽을 운영하며 여러 채널의 정보를 한데 모아보는 컨트롤 타워의 역할 또한 잔디가 맡아서 했습니다. 이렇게 오늘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성공적인 운영에 잔디가 든든한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본 글은 JCC 3기 김우람 님의 기고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