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 라이프] 성공하는 스타트업의 비결
기존 기업들이 기획서를 작성하고, 승인과 반려 등 내부 설득을 거쳐,
최종 승인자에게 대면 보고를 하는 복잡하고 형식적인 절차가 이뤄지는 동안
스타트업은 이미 수차례 실행과 테스트를 거쳐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이를 위해 실시간 업무 도구를 전면 활용하며 대면 ‘보고’가 아닌 의견 ‘공유’에 주안점을 둔다.
최근 패션 대형사에 다니는 지인으로부터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다. 발매한 신제품이 온라인에서 바이럴 되어 예상보다 빠르게 소진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추가 마케팅 예산을 집행하고 생산 오더를 즉시 넣었다면 최소 몇 십 억원의 추가 이익이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관련 담당자들은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추가 매출을 일으킬 기회가 눈에 뻔히 보이는데도, 절차와 보고 과정이 부담스러워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다는 얘기였다.
상반기 삼성물산, 코오롱, LF, 한섬과 같은 패션/유통 대형사들의 적자가 두드러졌다. 이에 반해 코로나 이후 가파른 성장을 이어가는 스타트업 기업들이 눈에 띈다. 무신사는 작년 대비 거래액이 60% 상승했고, 지그재그, 에이블리, 브랜디 모두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물론 오프라인과 온라인 매출 의존도 차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근본적인 차이는 다른 곳에 있다. 성장하는 스타트업에게는 어떤 성공 요인이 있는 것일까.
첫째, 디지털 친화적인 젊은 리더가 이끄는 조직이다. 꼭 개발자 출신의 리더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전공과 무관하게 디지털과 모바일 기술에 관심을 갖고 꾸준히 자기 계발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이러한 성향의 리더들은 혁신에 두려움이 없기 때문에 사업을 변화시키고 신사업을 추진하기에 적합하다. 위에 언급된 스타트업을 살펴보면 초기에는 10~20대를 겨냥한 편집숍 형태로 빠르게 사용자를 모았지만 이후 연령대를 넓혀가며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급변하는 패션 소비 트렌드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그만한 혁신 플랫폼이 필요하기 때문에 정보기술 활용이 가능한 디지털 리더들의 역량이 곧 기업의 핵심 역량이다. 매장 위치와 수를 강조하는 리더가 아닌 자사 앱의 사용성(UI/UX), 타 앱과의 연동성, 개인의 쇼핑 로그 등 빅데이터를 분석한 개인화 추천 기술 등 차별화를 제안할 수 있는 리더가 온라인 채널 주요 소비층인 MZ세대들의 마음을 살 수 있다.
디지털 역량 강화는 단순히 기술 기반의 외주 업체를 선정하는 것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다수의 대기업 프로젝트가 실패로 돌아가는 근본적인 이유는 모바일 앱 사용에 대한 이해도나 기술 지식이 부족한 리더들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 오너는 젊은 디지털 리더의 과감한 내부 승진 또는 외부 인재 영입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한다. 디지털 리더를 선택했다면 주요 권한을 위임해서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하도록 과감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한다.
둘째, 수평적이고 실용적인 업무 방식이다. 디지털 리더가 존재하더라도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를 파악하고 다양한 정보를 획득하려면 여러 구성원의 의견이 반드시 필요하다.
MZ세대 구성원들은 ‘말이 통하는’ 리더와 일하기를 선호한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공했을 때 반응과 피드백이 함께 있기 때문에 대화가 수월하게 이뤄지고 인정받기 위해 더 많은 정보와 의견을 제시한다. 이러한 업무 문화를 위해서는 보고서와 회의를 없애는 과감한 변화가 필요하다. 보고서를 만들고 결재를 수차례 받는 그 순간에도 패션 트렌드와 구매자의 성향은 바뀌고 있다.
기존 기업들이 기획서를 작성하고, 승인과 반려 등 내부 설득을 거쳐, 최종 승인자에게 대면 보고를 하는 복잡하고 형식적인 절차가 이뤄지는 동안 스타트업은 이미 수차례 실행과 테스트를 거쳐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이를 위해 실시간 업무 도구를 전면 활용하며 대면 ‘보고’가 아닌 의견 ‘공유’에 주안점을 둔다.
온라인으로의 유통 채널 전환만 고려할 것이 아니라 빠르게 성장하는 스타트업의 일하는 방식을 벤치마킹해야 한다.
본 글은 양진호 토스랩(잔디) 이사의 기고로 어패럴뉴스에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