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변화의 시대, 일잘러의 성장 비법
코로나19 유행 후 업무 환경은 급속하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스마트워크 바이블’의 저자 최두옥 스마트워크 디렉터를 만나
‘변화의 시대, 일잘러의 성장 비법’을 물어봤습니다.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스마트워크 디렉터 최두옥입니다. 카카오의 전신인 ‘다음커뮤니케이션’과 공간비즈니스그룹 ‘토즈’에서 팀장으로 일했고, 스마트오피스 리서치를 위해 머물렀던 유럽과 미국에서 스마트워크를 경험한 뒤 한국에 돌아와 스마트워크 R&D 그룹 ‘베타랩(BetaLab)’을 만들었습니다. 현재는 ‘베타랩’에서 국내외 스마트워크 전문가들과 협업하면서 중견/대기업의 스마트워크 프로젝트에 디렉터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월간 일잘러’라는 주제로 일 잘하는 사람들을 만난다고 하니 많은 분이 대표님을 말씀해주셨습니다. 최근에는 어떤 일을 하며 지내시나요?
작년 말 지난 10년간의 스마트워크 프로젝트 경험과 그 안에서의 통찰을 담은 첫 저서 <스마트워크 바이블>을 출간했습니다. 최근에는 프랑스에 거주하며 현지의 스마트워크 관련 일하는 방식의 변화와 현 상황을 살펴보고 파트너들도 만나기도 했습니다.
더불어 기존에 오프라인에서 진행하던 워크숍이나 스마트워크 관련 트레이닝을 온라인 학습 프로그램으로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SNS 플랫폼 ‘클럽하우스’에서 <스마트워크 바이블>을 읽어주는 세션을 갖거나, 2020년부터 진행한 온라인 영어 모임 패러데이(Paraday)도 꾸준히 주최하는 등 온라인 기반의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요즘 시기에 파리에 가는 것, 쉽지 않은 선택이셨을텐데 어떻게 파리 방문을 결정하셨는지 궁금합니다.
2020년, 코로나19 유행으로 해외 방문이 어려워졌고 파리 방문 전 지인들이 많이 만류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단순한 여행이라면 몇 년 미룰 수 있었지만, 유럽에서 스마트워크의 인사이트를 많이 받고 있기 때문에 직접 파리에 방문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1년에 두 번 정도는 실제로 이렇게 리모트워크를 해보는 것도 ‘스마트워크 디렉터’로서 필요한 일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지난 12월 파리에 와서 글로벌 코워킹스페이스 ‘SPACES’에서 2개월간 리모트로 일했습니다.
실제로 언택트 시대에 해외에서 리모트로 일을 하면서 업무가 어떻게 바뀌셨을까요?
사실 ‘베타랩’은 지난 2010년대 중반부터 계속 업무를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업무의 큰 흐름이 온라인을 향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온라인으로 완전히 업무를 전환하려면 클라이언트분들도 함께 온라인에서 일을 해주셔야 했기에 쉽지 않은 부분이 있었습니다. 이런 것이 코로나19 이후 조금은 쉽게 가능해져서 많은 업무를 온라인으로 전환했고, 이제는 스마트워크 컨설팅은 물론 워크숍과 여타 교육 프로그램들도 온라인에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리모트워크를 하면서 재미있는 점은 많은 사람이 ‘온라인’이 활성화되면 다른 사람들을 못 만나게 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오히려 협업의 범위는 확장된다는 사실입니다. 출퇴근하지 않기 때문에 지방에 계신 분들을 만나기가 쉽고, 온라인이라 해외에 거주하는 분들과도 협업이 가능하거든요. 실제로 저희는 현재 한국 프로젝트를 프랑스와 네덜란드의 컨설턴트들과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최두옥 대표님만큼 스마트워크를 실천하시고 언제 어디서나 일을 하시는 분은 정말 손에 꼽히는 것 같습니다. 자신을 ‘일잘러(일 잘하는 사람)’이라고 생각을 하시는지 그리고 본인이 생각하는 일잘러의 조건이 무엇인지 알려주세요.
스스로를 일잘러라고 칭하기엔 조금 민망하지만 저는 ‘어떻게 하면 일을 더 효율적으로 잘 할 수 있을까’를 계속 생각하는 사람은 맞는 것 같습니다. 제가 스마트워크 디렉터가 된 지 이제 10년이 됐는데, 스마트워크 디렉터가 된 것도 ‘유명해지고 싶다’와 같은 거창한 사명이 있었던 게 아니라, 본업을 하면서 내가 지금 하는 일을 효율적으로 잘 하고 있는 것이 맞는지 끊임없이 고찰한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일잘러가 되기 위한 기본 조건 중 하나로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어떻게 더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지 지속적으로 고민하는가’를 꼽고 싶습니다.
그리고 제가 생각할 때 정말 일을 잘하시는 분들은 공통점이 있는데 바로 ‘문제를 분석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탁월한 ‘분석력’이 있는 사람들은 단순히 문제를 발견하고 풀려고 하는 것을 넘어 문제 자체를 단순화하기 때문에 일의 전체 프로세스를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만듭니다. 분석력을 바탕으로 문제의 본질을 이해한 뒤 문제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요소를 뽑아내어 자신의 리소스와 시간을 집중적으로 투입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문제를 분석하는 능력이 탁월한 사람은 시작점이 다릅니다.
문제 분석력 다음으로는 ‘주도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현대 사회에서 우리가 마주하는 대부분의 문제는 복잡합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먼저 분석을 한 다음, 스스로 하나의 큰 그림을 만들고 또 다듬어가야 하는데 이럴 때 중요한 것은 노력보다 주도성이기 때문입니다. 누가 일을 시킬 때까지 가만히 있으면서 뭘 하면 되는지 묻지 않고 스스로 ‘이걸 해야겠다’, ‘저걸 한번 알아봐야겠다’ 생각하며 앞으로의 액션 플랜을 주도적으로 만들어가는 사람, 그 사람이 진정한 일잘러인 것 같습니다.
다른 구성원들과 함께 커뮤니케이션하고 일하는 것도 회사에서는 중요할 것 같은데요, 협업은 어떻게 해야 잘하는 걸까요?
협업을 잘하는 것도 일잘러가 되기 위해 필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이 배경이 다른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경향이 있는 만큼, 타인과 원활하게 커뮤니케이션하고 협업을 잘 하는 것도 중요한 것이죠. 목적을 중심에 두고 서로 다른 배경지식을 가진 사람들과 오픈마인드로 협업하고 그 과정에서 필요한 정보를 빠르게 나누며 화학적인 결합을 일어나게 해주는 사람들이 일잘러인 것 같습니다.
이때 디지털 활용력 또한 중요합니다. 어떤 분들은 하나의 몸으로 똑같은 24시간을 사는데도 다른 사람보다 몇 배로 빠르게 일 처리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는 바쁘게 움직여서가 아니라 기본적으로 디지털을 잘 활용하는 능력을 평소에 잘 쌓아 놓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렇게 디지털 툴을 잘 활용하면 협업의 속도가 빨라지고 효과가 좋아지는 만큼 일잘러가 되고 싶다면 디지털 활용력을 평소에 잘 키워놓아야겠습니다.
대표님은 스마트워크 디렉터 활동을 하시면서 다양한 역할로 많은 일을 하고 계시는데, 일과 일정을 어떻게 관리하시나요?
다양하고 많은 일을 처리할 시간을 확보하는 것은 제게도 언제나 어려운 문제였습니다. 그래도 저만의 노하우가 있다면 관리의 대상 자체를 최소화하는 것입니다. 일의 양 자체를 줄인다기보다는, 인식적인 차원에서 일의 분류를 최소화한다는 의미인데, 저는 보통 일이 많이 있으면 그 일들을 통합하거나 잘 버리려고 합니다. 신경 써야 하는 일의 종류가 몇 개 이상 넘어가면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관리도 안 되기 때문입니다. 여러 업무 사이의 연결성을 파악해 상위 개념으로 정리하고, 통합되지 않는 일은 아쉽더라도 버리면서 내가 관리해야 하는 업무의 종류를 최소화하는 것이 제가 한정된 시간에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진행하는 방법입니다.
두 번째 노하우는 프로젝트나 업무에 있어 ‘마일스톤(결과물)’을 기반으로 전체 일정을 관리하는 것입니다. 앞에서 말한 관리의 대상을 최소화하는 것의 일환일 수도 있는데, 저는 일자·시간별로 스케줄을 관리하지 않고 업무별로 꼭 해야 할 결과를 철저하게 관리합니다. 만약 3개월에 걸쳐서 어떤 성과를 내야 한다면, 매주 혹은 매월의 할 일을 스케줄링하기보다는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한 핵심 마일스톤을 선정하고, 그것을 언제까지 해야 하는지만 세팅합니다. 마일스톤 중간중간의 일정은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하되, 마일스톤은 꼭 지키는 것이죠. 이렇게 하면 마일스톤 기한 직전에 과도하게 일을 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지만, 전체적 흐름을 놓치지 않으면서 일정 관리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습니다.
마지막 노하우는 손을 쓰기 전에 머리를 쓰는 것입니다. 제가 일을 하면서 깨달은 것 중 하나는 머릿속으로만 구상하는 것이 손으로 그리거나 적으면서 구상을 할 때 보다 최소 5배 이상 시간을 아낄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의식적으로 구상을 해 놓으면 기획의 속도도 빨라질 뿐 아니라, 잠을 자거나 다른 일을 할 때 무의식이 고민한 것들을 리뷰하고 평가하기 때문에 일의 퀄리티를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이런 방법으로 저는 5~6일 정도 걸려서 만들 홈페이지를 두세 시간에 끝낸 적도 있고 기획서를 한 시간 만에 쓰기도 합니다.
기획서를 한 시간 만에 쓰신다고요?
기획서를 받는 입장에서 한번 생각해보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다른 사람의 기획서를 읽을 때 ‘이게 무슨 얘기야, 빨리 하고 싶은 말을 해’와 같은 생각이 들 때가 있으실 겁니다. 기획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나에게 오는 이익’이고 그다음으로는 ‘이 이익을 얻기 위해서 내가 제공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가’ 정도가 중요합니다. 그 내용을 담으면서 이 기획이 성공하기 위한 핵심 요건과 가능 여부만 명확하게 밝혀준다면 기획서는 한 페이지로 작성해도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기획서의 핵심은 기획서의 장수가 아닙니다. 기획서를 쓸 때는 내용으로 장수만 채우기보다는 ‘이 기획이 기획서를 받는 사람에게 어떤 이익을 주는지’를 계속 실리적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또, 프로젝트를 통해 만들어내려는 결과 그리고 필요한 리소스가 ‘돈’인지 ‘시간’인지 아니면 ‘네트워크’인지를 솔직하고 명확하게 말하는 것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이런 것들에 대해 머릿속으로 미리 고민을 많이 해 놓으면 기획서를 쓰는 것은 그야말로 생각을 글로 옮기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작성하는 데 한 시간 정도밖에 걸리지 않습니다.
기획서뿐만 아니라 다른 업무를 하는 데도 도움이 되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렇게 효율적으로 일을 할 때 어떤 툴들을 사용하실까요? ‘고수는 도구를 탓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는 반면 ‘장비빨’이라는 말도 있는데 어떤 도구들이 생산성을 높이는 데 도움을 주는지 궁금합니다.
도구라고 하면 혼자 일할 때의 생산성을 높여주는 도구와 다른 사람과 함께 일할 때 꼭 필요한 도구, 이렇게 두 종류로 나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선 다른 사람과 일할 때는 잔디와 같은 업무용 협업툴을 사용합니다. 회사에서 일할 때 사내 구성원뿐 아니라 파트너나 클라이언트와 일하는 경우가 많은데 카카오톡이나 이메일을 사용해서 소통하면 정보나 자료를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고 그 정보를 또다시 찾는 과정에서 시간도 많이 소모됩니다. 업무용 협업툴을 활용하면 이런 문제를 손쉽게 해결할 수 있습니다. 한가지 팁을 드리면 업무용 툴을 선택할 때, 모든 기능을 검토해서 단순히 총점이 높은 하나의 툴을 선택하기보다는 각 툴의 특정 기능을 살핀 후 필요에 따라 여러 툴을 같이 이용해보세요. 예를 들어 공동작업의 편리함을 위해 구글 드라이브를 쓰면서, 화상회의는 구글 행아웃이 아니라 줌을 쓰는 식으로요. 그리고 그 도구들을 하나의 업무용 협업툴에 연동하면 더욱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을 것입니다.
스스로의 생산성을 위해서 저는 드롭박스를 무료 버전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리모트워크로 일을 하려면 시공간은 물론이고 디바이스의 제약 없이 필요한 문서와 자료에 접근을 할 수 있어야 하거든요. 그러기 위해서 활발히 사용하는 문서는 무조건 클라우드에서 생성하고 편집해야 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습니다. 더불어 클라우드에 많은 자료를 올려놓으려면 자료의 용량이 가벼워야 하는데, 이미지의 경우 용량을 줄여주는 사이트를 이용하고 동영상은 유튜브에 올려 비밀링크로 접속합니다. 문서를 쓸 때도 구글독스에 온라인으로 바로 작성해 링크를 공유하고요. 이렇게 최근에 쓰는 자료들을 잘 정리해놓으면 업무 효율을 높이고 온라인으로 일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도구 얘기가 나와서 그런데 언택트 시대가 오면서 일하는 방식과 도구가 많이 바뀌었음에도 일반 구성원과 경영진의 생각 차이가 상당히 큰 것 같습니다. 구성원들은 여러 최신 툴을 쓰며 비대면으로 일하는 것을 선호하는 반면, 경영진의 입장에서는 구성원들이 리모트로 일을 잘하는지 우려하는 경우도 있고요. 한 사람만 일을 잘한다고 스마트워크가 되는 것이 아닌데, 이런 간극을 어떻게 하면 좁힐 수 있을까요?
아주 중요한 질문입니다. 제가 실제로 스마트워크 디렉터로 일을 하면서 어려웠던 부분은 ‘스마트워크 솔루션’이 아닙니다. 솔루션은 해외의 성공 사례와 시행착오를 보면서 미리 준비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이해관계자들 사이의 입장차이는 사례를 많이 안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었습니다. 조직만의 특성, 구성원들만의 특성이 있거든요. 처음에는 그런 간극을 좁히려고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실무진에는 경영진의 우려를 전달하고, 경영진에는 온라인에서 일할 때의 장점을 설명해 드리는 방식으로요. 그런데 이런 방법은 실질적이고 근본적인 변화를 만들어내지는 못했습니다. 머리로는 이해해도 각자의 경험에서 누적된 ‘믿음’은 설득의 차원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지금은 새로운 방식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일 하면서 제가 알고 있는 방식을 실제로 적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보고서를 드릴 때도 마감 날 A4 용지에 보고서를 인쇄해서 올리는 대신, 보고서 공유문서 링크를 미리 공유해 경영진이 업무의 진행 상황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게 합니다. 이런 경험이 쌓이다 보면 처음에 갖고 있던 여러 걱정이 실제로 새로운 방식으로 일 하면서 느끼는 장점들 때문에 사라지고, 스스로 설득이 됩니다. 그리고는 어느 시점에 ‘만약 우리가 이런 제도를 도입하면 어떤 단점이 있는지’, ‘가장 큰 리스크는 무엇인지’ 물어보게 되는데, 이때가 바로 변화에 대해 마음이 열린 시점입니다. 마지막으로 최종 확인을 해 보고 싶은 거죠. 이 때 실제로 다른 회사에서 경험한 시행착오와 우려점들을 솔직하게 말해드리면 대부분의 경우 긍정적인 답변을 받습니다. 물론 코로나19 상황이 어느 정도 강제적인 변화를 이끌기도 했지만, 회사에서 새로운 일하는 방식을 설득해야 한다면 실질적으로 우리가 하는 일에 그 방식을 적용한 뒤 좋은 사례를 회사에서 만들어 보세요. 그러다 보면 가랑비에 옷 젖듯 작지만 큰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입니다.
말씀해주신 경험담을 듣다 보면 정말 스마트하게 일을 잘해오시는 진정한 일잘러신 것 같습니다. 혹시 대표님만의 일잘러로서의 성장 비법을 알려주실 수 있으실까요?
일잘러의 성장 비법
1) 다양한 일 경험하기
2) 다른 일잘러들과 같이 협업하기
첫 번째로 다양한 일을 경험하는 것이 아주 중요합니다. ‘다양한 일’이라는 걸 오해하시면 안 되는데요, 지금 내가 하는 일과 다른 분야의 일을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같은 분야의 일을 다른 사람들과 다른 곳에서 다른 방식으로 해보는 걸 의미합니다. 보통 직장인들을 똑같은 일을 똑같은 사람들과 약간의 다른 방식으로 하게 마련이죠. 그러면 ‘안정’은 있지만 ‘성장’은 어렵습니다. 근육도 자극을 줘야 커지는 것처럼, 일에 있어서도 새로운 자극이 들어와야 성장이 가능합니다.
이런 경험을 회사에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회사업무와 별개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새로운 경험을 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같은 일이라도 직장동료가 아닌 다른 프로젝트팀을 만들어서 해 볼 수도 있고, 이때 외국인들을 팀원으로 엮어서 시도해 볼 수도 있죠. 요즘은 온라인만으로 진행되는 일도 많아서 이런 시도가 더 쉬워졌습니다. 만약 인디펜던트 워커이거나 개인사업을 하신다면 저처럼 해외 리모트워크를 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출발 전 두려움이 큰 만큼 성장의 속도와 크기도 큽니다. 낯선 곳에서 내가 적응하는 만큼 내 역량의 범위도 늘어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저의 또 다른 성장 비법 중 하나는 다른 일잘러들과 같이 협업하는 경험을 갖는 것입니다. 한 분야에서 확실한 노하우와 성과를 가진 사람들과 함께 일하다 보면, 학교나 기존 조직에서 배울 수 없는 것들도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습니다. 또, 경쟁 상대와도 협업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마인드셋도 도움이 됩니다. 제가 유럽에서 스마트워크를 배우며 경험한 것인데, 다른 사람이 보기엔 경쟁의 위치에 있는 상대에게도 ‘내가 도움을 줄 수 있는 게 뭔지’, ‘내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게 뭔지’ 솔직하게 물어보고 다가가면 그 사람과 협업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더라고요. 그러면 그 사람이 일하는 것을 보면서 큰 학습의 기회를 가질 수 있습니다.
혹시 스스로 일잘러인지 체크할 수 있는 항목이 있을까요?
조금 냉정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일잘러인지 판단할 수 있는 객관적인 지표는 바로 ‘나는 지금 내 일을 통해 충분히 많은 수입을 얻고 있는가’하는 질문 같습니다. 스스로 아무리 일잘러라고 이야기해도 사실은 소용이 없고, 온라인상의 인기도나 SNS의 ‘좋아요’는 얼마든지 부풀려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수입은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경우에 따라 물론 다르겠지만 일을 잘하는 사람에겐 일을 의뢰하는 사람이 많고 자연히 일도 많을 것입니다. 그러니 스스로 생각할 때 본인이 하고 있는 일로 돈을 충분히 벌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 실제로 일잘러일 가능성이 높은 것 같습니다.
다음으로 나와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이 주변에 많은지 여부도 내가 일잘러인지 확인할 수 있는 좋은 지표인 것 같습니다. 이는 사람이 재미있거나 좋은 것과는 다른 것입니다. 친구로 지내면서 시간을 보낼 때는 사람이 좋은 것만으로 괜찮겠지만, 일할 때는 같은 목표를 두고 효율적으로 성과를 내야 하므로 누구나 일 잘하는 사람과 일하고 싶어 합니다. 어떤 경기에 나간다고 할 때 이기기 위해서는 실력만 있다면 내가 싫어하는 사람이라도 함께 할 수 있듯이요. 그러니 내게 일을 같이하자고 하는 사람이 많다면 본인을 일잘러라고 생각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 질문입니다. 코로나19 유행 상황이 안정되면 앞으로 어떤 일을 하려고 생각하고 계신가요? 앞으로의 계획을 알려주세요.
누구나 새로운 삶과 일하는 방식을 ‘경험’할 수 있도록 도움 드리고 싶어요.
저에게 일이란 ‘삶을 의미있게 살 수 있는 놀이’이자 ‘좋은 사람들과 계속해서 만날 수 있는 이유’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1년 내내 일에만 몰두하기 보다는, 일년에 몇 개월은 해외로 나와 함께 일했던 사람들과 1년을 리뷰하는 시간을 가지며 살고 싶습니다. 한마디로 매년 세계 각국에서 리모트워크를 경험하면서 살겠다는 것이죠.
그런 측면에서, 앞으로 단순한 교육을 넘어서는 ‘실전 리모트워크 프로그램’을 기획해 보려고 합니다. 매년 제가 유럽에서 한국의 일을 하며 저의 삶을 사는 것처럼, 다른 분들에게도 해외에서 한국의 일을 하고 자신의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이 될 것입니다. 단지 숙소를 마련해 주고, 코워킹스페이스를 연결해주는 것을 넘어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며 온라인 중심으로 일하는 방법까지도 알려주고 싶습니다.
온라인으로 일을 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는 것은, 이전과 다르게 내가 어디든 갈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앞으로는 한국에서만 일해야 한다는 생각이 사라질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코로나 유행 상황이 좋아지면, 올가을이나 내년 초에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업무 파트너 4~5명과 함께 유럽에 가볼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파리 외곽에 집을 빌리고, 코워킹스페이스를 계약해 현지인들과 함께 운동도 하고 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일할 예정입니다.
저의 이런 생각들을 블로그나 SNS에 올리면 많은 분들이 “나도 그렇게 일해보고 싶다”고 하시는데요, 저는 현재의 기술과 조건이면 누구나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니 충분하다고 확신합니다. 그래서 앞으로도 저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조직이나 개인에게 새로운 삶과 일하는 방식을 ‘경험’할 수 있게 도움을 드리고 싶습니다. 우리가 숲에 들어갔을 때 앞에 발자국만 있어도 ‘누군가 갔었구나’하고 생각하며 위로를 받듯, 제가 10년간 스마트워크라는 새로운 길을 걸으면서 좋았던 점과 어려웠던 점을 공유해 나가면 이 길을 처음 가시는 분들에게 분명 힘과 위로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결국 우리가 하는 일은 다 행복해지자고 하는 일이니까, 어떻게 하면 더 즐겁고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지 우리 함께 고민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콘텐츠는 지난 2월 토스랩 잔디에서 주최한 ‘월간 일잘러 2월’ 웨비나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위 인터뷰 내용을 토스랩 양진호 이사와 최두옥 스마트워크 디렉터님의 생생한 목소리로 듣고 싶으시다면 지난 2월 17일 진행된 ‘변화의 시대, ‘일잘러’의 성장 비법!’ 웨비나 영상을 시청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