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디자인] 휴가와 일의 기묘한 공존, 워케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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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디는 메신저 기반의 협업툴이다. 특징은 쉬운 사용성과 유연성 그리고 확장성. 넓은 그라운드처럼 수평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네트워크 공간을 지향한다. 한국 조직 문화에 적합한 서비스 디자인을 구현했다는 점에서 외산 솔루션과 차별화되고 현재 롯데백화점, 코스맥스, 한샘 등 국내 기업 30만 팀이 이 안에서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다양한 광고 콘텐츠로 잔디의 잠재 수요를 끌어들이는 마케팅팀은 지난해 9월 여가 액티비티 플랫폼 프립Frip과 연계해 제주도에서 워케이션을 체험했다.
최근 잔디의 업무 방식과 서비스 수요에 어떤 변화가 있었나?
최근 3년간 업무 환경의 가장 혁신적인 변화를 이끈 주역은 코로나19다. 사무실에 모여 일하는 것이 당연했던 우리의 업무 방식이 단기간 내에 리모트 워크로 뒤바뀌었다. 디지털 노매드를 위한 협업툴 또한 빠른 전환에 큰 역할을 했다. 실제로 2020년부터 고객 문의가 폭발적으로 늘었고 다양한 경쟁자들이 시장에 합류하기도 했다. 국내 대기업은 물론 외산 솔루션도 한국 시장에서의 가능성을 예측하고 적극적으로 마케팅에 뛰어드는 상황이다. 경쟁은 치열해졌지만 그만큼 고객의 업무에 협업툴이 없어서는 안 될 도구로 자리 잡고 있다. 코로나19가 사그라든 이후에도 여러 기업이 지속해서 잔디를 사용하는데 하이브리드 워크가 익숙해진 만큼 협업툴의 필요성이 강조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잔디는 코로나19 이전부터 지금까지 유연 근무제를 실시하고 있다. 아침 8시부터 11시까지 자신이 원하는 시각에 출근해 8시간 일하면 된다. 이는 워케이션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되었다.
워케이션을 하기 전 프립과 함께 잔디 고객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고.
코로나19로 인해 팀원 대다수가 휴가를 가지 못했고 팀 단합 시간도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늘 아쉬움이 있었는데 프립과 협업해 워케이션 이벤트를 기획하며 이에 대한 시너지를 도출하고자 했다. 국내 워케이션은 아직 도입 단계이고 직무 특성에 따라 워케이션 형태도 다르며 시행착오도 있을 것이다. 우리가 모르는 이야기를 유저들에게 전달하면 설득력도 떨어지고 참여율도 저조할 듯해서 마케팅팀이 파일럿으로 4박 5일 체험하고 왔다. 가기 전 기업 고객 대상자에게 설문을 실시해 인지도 및 선호도, 도입 시 고려할 사항, 하고 싶은 활동 등에 대해 조사했는데 워케이션을 알고 있는 사람이 50% 미만임에도 관심도와 참여 의향이 50% 이상으로 높게 나타나서 앞으로 이 니즈가 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였다. 실제로 우리가 다녀온 이후 이벤트를 진행해 고객 기업에서 동일한 방식으로 워케이션을 다녀왔고 만족도도 굉장히 높았다.
제주도에서 한 일은 무엇인가? 해당 업무는 리모트 워크에 적합한 일이었나?
워케이션을 위해 떠나기 전부터 업무의 30% 정도는 창의성이 필요한 작업을 하자고 약속하고 떠났다. 낯선 환경에서 새로운 자극을 얻고 싶었고, 같은 장소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는 만큼 영감을 극대화하고자 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시간은 한림공원에서의 아이디에이션 회의다. 라디오 CM송 캠페인과 선물하기 서비스를 준비하던 때였는데 수목원을 한 바퀴 걸으면서 기획안을 구체화하고 근처 카페로 이동해 회의록을 한 시간 정도 정리했다. 사무실에서는 바쁘다는 이유로 좀 더 논의할 수 있는 부분도 미진하게 매듭짓는 경우가 많은데 워케이션 기간에는 팀원들과 좀 더 활발하게 이야기할 수 있었고 서비스 또한 성공적으로 론칭했다.
잔디의 워케이션은 ‘혼자’보다 ‘함께’에 의의를 둔다는 점에서 다른 기업과 차별화된다. 개별적으로 다녀오는 게 사실 가장 쉬운 방법이다. 하지만 잔디는 협업툴을 만드는 회사인 만큼 새로운 협력 문화로서의 워케이션을 도입하고자 한다. 실제로 체험한 결과 업무 효율과 팀원들의 사기를 높이는 것뿐 아니라 팀워크를 고취하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물론 근무 시간 이외의 개인 시간과 주말, 휴가는 철저히 존중한다는 것이 전제다.
워케이션에 관한 10가지 규칙을 세웠는데 체험한 결과 가장 중요한 룰은 무엇인가?
무엇보다 안전이 제일 중요하다. 우리도 워케이션 기간 중 가벼운 접촉 사고가 있었는데 이런 돌발 상황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있어야 지속적인 워케이션이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업무 공간에 제약을 두지 않은 만큼 이동 시간도 업무 시간에 포함한다는 룰이 필요했는데, 사전에 이런 약속을 하고 다녀오니 큰 제약 없이 자유롭게 워케이션을 즐길 수 있었다.
아직 워케이션을 경험하지 않은 이들에게 팁을 준다면?
업무 환경을 사전에 꼼꼼히 파악하고 업무 목표를 명확하게 설정할 것. 그리고 누구나 워케이션 운영 방향성을 제시하고 실행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질 것. 이를 염두에 둔다면 기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즐거운 워케이션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월간 디자인(mdesign.designhouse.co.kr )
글 정인호 기자
인물 사진 박순애(스튜디오 수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