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구성원의 대화 내용만큼은 지켜줘야 하는 이유
멤버들과 나눈 대화가 감시될 수 있다고요?
업무 목적이 아닌 사생활을 감시하기 위한 대화 열람은 위법의 소지
최근 협업툴의 프라이버시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데요. 이에 대해 ‘회사에서 일어난 일이고, 심지어 사내 메신저를 사용했으므로 열람해도 무방하다’는 주장과 ‘아무리 사내 메신저라고 하더라도 동의없이 사적인 정보를 보는 것은 문제다’라는 주장으로 갈리고 있습니다. 양측 모두 일리가 있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바로 ‘동의 여부와 열람 범위’입니다.
법무법인 율촌의 송연창 변호사는 “사내 메신저가 업무 수단으로서 회사의 자산에 속한다 하더라도, 이를 함부로 열람하는 경우에는 개인정보보호법, 통신비밀보호법, 정보통신망법 등 다양한 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1]고 밝혔으며, 김경식 노무사는 “사적 대화가 아닌 업무적인 얘기를 열람한다고 해도 구성원들의 동의가 없다면 불법이다”[2]라고 말했습니다. 게다가 동의를 하더라도 ‘시설 안전 및 영업비밀 보호’ 등 기업의 이익 달성을 위해 필요한 경우만 제한적으로 개인정보를 열람할 수 있습니다. 즉 아무리 기업용 메신저라고 하더라도 구성원의 사생활이 담긴 모든 정보를 열람하는 것은 엄연한 위법의 소지가 있다라는 것이죠.
과연 감사 기능이 우리 조직에 도움이 될까?
현재 N사, D사, M사의 협업툴 메신저는 대화 내역 열람 기능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기능을 사용 중인 이용자라면 한 번쯤 ‘과연 이 기능이 우리 조직의 생산성에 정말로 도움이 되는 기능인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물론 영업 기밀을 보호하는 측면에서는 아주 제한적으로 필요할 수 있지만, 구성원의 모든 대화 내용을 알게 되는 것은 경영자와 구성원 누구에게도 득이 될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프라이버시가 업무 의욕에 미치는 영향
사실 논란이 된 감사 기능은 많은 고객이 요청한 기능도 아니며, 협업툴에서 꼭 필요한 기능도 아닙니다. 하지만 이 기능 때문에 조직에서는 추후 잠재적인 갈등의 소지가 될 수 있습니다. 우리 조직에 꼭 필요한 기능이 아닌 ‘대화 내역 열람 기능’, 우리 회사 구성원의 업무 의욕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자율성 저하]
자율성이란 ‘자기 스스로의 원칙에 따라 어떤 일을 하거나 자기 스스로 자신을 통제하여 절제하는 성질이나 특성’으로 일을 잘하는 인재일수록 자율성의 원칙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대화 열람 기능’이 있는 협업툴을 사용하면 나의 모든 업무 활동이나 사적인 대화가 감시될 수 있다는 생각에 구성원들은 자율성을 발휘하기가 어려워집니다. 자율적으로 일할 수 없게 되면, 그들은 조직에 대한 신뢰를 잃게 되며 이는 결국 높은 이직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자율성이 보장되지 않는 환경에서는 직원들이 스스로 동기부여를 하며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태도를 갖기 어렵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조직의 경쟁력도 함께 악화될 수 있습니다.
[생산성 저하]
잔디의 고객사 휴테크는 ‘휴식을 넘어 영감으로’라는 비전을 가진 헬스케어 전문 기업인데요. 휴테크는 업무 환경에서도 ‘편안한 소통에서 영감이 나온다’는 철학을 가지고 구성원들에게 활발한 소통을 권장합니다. 실제로 서로 신뢰하고 유대관계가 있는 직원끼리는 업무에 대해 더 솔직하게 나눌 수 있기 때문에 편안하게 소통을 하면서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하지만 ‘누군가가 내 대화를 보고있다’는 불안감이 있다면 캐주얼한 소통은 당연히 어렵겠죠. 경직된 커뮤니케이션 환경에서는 유연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조직의 생산성을 높이기 어렵습니다.
기업의 구성원 감시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이슈
네이버 클라우드 관계자는 “최초 열람 시, 구성원의 사전 동의에 대한 의무사항을 기술하고 열람자의 동의를 받는 팝업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지만 본인이 감시 동의를 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구성원들이 많습니다. 이용약관의 고지가 명목 상 이뤄지거나 당사자가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미미하게 고지된 것이죠. 구성원이 거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회사가 동의를 요구하거나 구성원이 동의했지만 이를 인지하지 못한 경우에는 개인정보보호법 시행령 제17조 위반 가능성이 있습니다. 사실 이러한 법적 문제 말고도 다양한 문제가 잠재되어 있는데요. 바로 인력에 관한 이슈입니다.
[기업 이미지 손상]
기업을 운영하려면 무엇보다 인력이 중요합니다. 우수한 인재들이 모여야 훌륭한 프로덕트를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뛰어난 인재들은 단순히 업무 능력뿐만 아니라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문제 해결 능력을 통해 기업의 성장을 촉진하는데요. 이러한 인재들은 자신의 실력을 바탕으로 원하는 기업에 갈 수 있기 때문에, 대부분 평판이 좋고 훌륭한 기업 문화를 가진 곳에서 일하고자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따라서 기본을 지키는 윤리 경영을 통해 기업의 평판을 긍정적으로 관리하면 좋은 인재를 만날 수 있지만, 비윤리적인 감시로 인해 기업 이미지가 손상된다면 우수한 인재를 채용하는 것이 매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우수 인력 이탈]
자율성과 높은 책임감을 가지고 일하는 멤버들이 회사 메신저에서 감시당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어떨까요? 높은 성과를 내기 위해 업무에 집중해야 하는데 업무 외적인 것들로 방해받기 시작하니, 사소한 스트레스들이 축적되고 점차 회사에 대한 신뢰도 감소로 이어져 인재들의 이탈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소통 채널 분산]
회사메신저 내의 대화 내역이 감시된다는 불안감이 커지면, 감시에서 자유로운 ‘카카오톡’이나 ‘텔레그램’과 같은 개인메신저를 동시에 사용하는 구성원이 늘어납니다. 개인메신저를 사용하면 오히려 기업의 주요한 정보가 유출될 수 있는 위험이 있는 것은 물론, 대화 내역이나 문서가 체계적으로 관리되지 않습니다. 더불어 개인메신저를 업무에 활용하면 공과사 구분이 어렵고, 업무 집중도가 떨어져 구성원의 업무 생산성을 저하시킬 수 있습니다.
주요 협업툴 플레이어들의 프라이버시 정책 비교
네이버웍스와 두레이, 팀즈는 관리자에게 대화 내역을 바로 열람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합니다. 플로우, 슬랙, 스윗 등은 특정 조건에 해당하면 대화 내역 조회 기능을 제공하는데요. 반면 단 1곳, 잔디 협업툴만이 유저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어떤 상황에서도 대화 내역 열람 기능을 제공하지 않고 있습니다.
[관리자라면 누구나 열람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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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웍스: 관리자 권한을 가지고 있다면 어드민에서 대화 내역 열람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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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N두레이: 감사 관리자 권한을 가지고 있으면 대화 데이터 열람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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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즈: 소수 관리자를 대상으로 ‘이-디스커버리’ 기능을 통해 대화 내역 열람 가능
[특정 조건을 충족하면 열람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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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우: 구성원 동의 시 관리자가 대화 내역 열람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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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랙: 영업기밀 탈취 등 법적 이슈 발생 시 별도 요청하여 다이렉트 메시지 열람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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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윗, 카카오워크: 영업기밀 탈취 등 법적 이슈 발생 시 별도 요청하여 대화 내역 열람 가능
[프라이버시 청정지대, 단 1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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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디: 강력한 보안 유지를 위해 법적 요청에도 대화 데이터 미제공
협업툴의 본질은 소통
협업툴은 메시지 기반 서비스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소통이 가장 중요합니다. 소통이 곧 본질인 협업툴에 ‘구성원 대화 열람 기능’이 생기면 전사 구성원들의 활발한 소통을 저해할 수 있습니다. 협업은 활발한 소통의 기반 위에서 잘 이뤄지고, 소통은 탄탄한 신뢰 기반 위에서 활성화됩니다. 혼란스러운 협업툴 시장 속, 개개인의 프라이버시를 강력하게 지켜줌으로써 조직의 신뢰 기반을 만들어주고 건강한 소통을 촉진해주는 메신저를 선택해야 합니다.
프라이버시를 지키며 효율적인 협업을 하기 위한 팁
이번 논란을 계기로 협업툴의 사생활 침해 위험성이 부각 돼 회사메신저와 함께 ‘카카오톡’과 ‘텔레그램’ 등을 이중으로 사용하는 구성원들이 생기고 있습니다. 이중 메신저를 사용할 경우 정보가 분산되어 중요한 커뮤니케이션의 히스토리 파악이 어렵고, 기업의 기밀 유지에도 어려움이 생길 수 있습니다. 필수 기능이 아닌 ‘대화 내역 열람 기능’을 이용하다가 오히려 구성원의 신뢰를 잃고 조직의 업무 효율이 하락될 수 있는 것이죠. 구성원의 프라이버시가 존중되고, 꼭 필요한 기능을 모두 갖춘 ‘기본을 지키는’ 협업툴을 선택해보세요.
[1] “강형욱 논란에…사내 메신저 대화 열람 “된다” vs “안된다””, <ZDNET Korea>, 2024. 05. 27, <https://zdnet.co.kr/view/?no=20240527162241>(2024.06.03).
[2] “강형욱처럼 내 메신저 봤을까? 이 앱은 영장 있어도 못 본다”, <The JoongAng Plus>, 2024. 05. 31,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53009>(2024.06.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