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과 Remote 환경에서 협업하기
잔디가 소개하는 스마트워크 트렌드
협업툴 잔디는 툴을 넘어, 함께 일을 잘하는 방법과 협업 문화를 고민합니다.
잔디가 소개하는 다양한 스마트워크 트렌드를 통해 당신의 생산성과 업무 효율성을 높이세요.
일반적으로 Remote Work이라 하면, 업무 스타일에 맞춰 다양한 장소와 공간에서 자유롭게 원격으로 근무하는 것이라 알려져 있다. 하지만 ‘자유롭게’라는 단어는 조금 제쳐두고, 물리적+시간적으로 떨어져 있는 사람들과 Remote Work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한다.
최근 인도 사람들과 협업하게 되면서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처음에는 이렇게까지 다른 사람들과 왜, 굳이, 같이 일해야 할까 의문을 가졌다가, 직접 인도 출장을 다녀오며 조금씩 그들을 이해하기 시작했고, 어떻게 하면 잘 협업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되었다.
5,000km 떨어진 사람들과
3시간 30분의 시차를 극복하고
‘잘’ 협업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1. 우리에게 Fit한 사람 찾기
처음 같이 일할 인도인을 찾을 때, 한국에서 통용되는 일반적인 기준을 제시하며 그에 부합하는 인력을 요청하고 간단한 면접을 봤다. 결과적으로 단 며칠 만에 완벽하게 잘못 구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는 함께 일할 디자이너를 찾고 싶었는데, 사실 ‘디자이너’가 cover하는 업무 범위는 나라마다 달랐다. 어떤 디자이너는 비주얼 디자인+소소한 개발까지를 다루고, 어떤 곳에선 전략과 기획 중심의 디자인을 주로 한다. 이때 우리는 어떤 디자이너를 필요로 하는지, ‘실제 업무’를 중심으로 분명히 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또한 조금 시간을 투자해서라도 인력을 검증해볼걸 후회했다. 간단한 화면 플로우를 설계한 후 디자인가이드를 만들어보라고 했을 때의 아웃풋만 봐도 사실 충분히 판단할 수 있었다. 제플린을 다룰 줄 안다는 말만 믿었지, 제플린에 업데이트된 가이드를 처음 봤을 때의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워낙 긴박하게 인력이 투입되어야 했어서 아무것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우왕좌왕 구했던 것 같다. 하지만 필요로 하는 역량에 대해 구체적인 업무를 중심으로 분명히 요청할 필요가 있었고, 소소한 테스트를 통해 필요한 실력을 검증했어야 했다. (그러지 못했기에 디자인 업무 A to Z 밀착 과외를 한 것은 안 비밀)
또 하나 고려할 점은, 인도인은 한국인과는 너무나 다른 환경에서 다른 방식으로 살아온 사람들이었다. 그런 그들과 일하기 위해 어느 정도 그들의 문화를 이해할 필요는 있지만, 그렇다고 무조건적으로 다름을 받아들이고 감수할 필요는 없다. 그런 다른 사람들 중에서도 우리와 조금 더 Fit 한 사람을 찾아 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가령 요구사항에 대해 1번, 2번, 3번으로 간단히 정리하여 메일을 보내면, 하루가 지난 뒤 ‘Sure’라는 한 마디 답변 메일이 오고, 그 요구사항들은 일주일이 지나도 해결되지 않았다. ‘인도인은 원래 그래’라고 이해하기엔 말도 안 되는 상황이었다.
이때 이 나라의 특성이니 존중해야지 하고 끙끙 앓으며 스트레스받지 말고, 한국인과 함께 일하는 거니까 서로가 이해할 수 있는 범위 내에 있는 사람을 찾아야 한다. 그 다른 사람들 중에서도 분명히 우리와 비슷한 성향의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문제 상황에 대해 이슈를 제기하며 수차례 인력 교체를 요청했고, 그 결과 정말 정말 괜찮은 디자인 리더 한 분을 만나게 되었다. 앞선 시간이 결코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 분이 아니었다면 진심으로 모든 인도인이 그럴 것이라는 편견을 가질 뻔했다.
2. 현지와 지속적으로 소통하기
우리는 인도인과 바로 옆에 앉아 일하는 게 아니다. 서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심지어 시차마저 다른 곳에서 일을 한다. 말이 3시간 30분 시차지, 서로 다른 출퇴근 시간 및 점심시간까지 고려한다면 사실상 동시간대에 일하는 건 3시간밖에 되지 않는다.
이처럼 단절된 상황에선,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상대방에게 공유하지 않으면 서로 무엇을 하고 있는지 결코 알 수가 없다. 현지에 가보면 그들대로 열심히 일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상황이 한국에 공유되지 않는다면, 한국인들은 ‘일을 제대로 하고 있는 건가?’ 의심하게 된다.
처음에는 신뢰를 기반으로 그들에게 맡기고 최종 아웃풋만 잘 나오면 되는 것 아닌가 생각했었다. 하지만 같은 말을 하더라도 background가 다르면 다르게 해석되기 마련인데, 다른 문화에서 자라온 사람들이 다르게 이해할 확률은 더 높다. 그런 방식보다는 수시로 상황을 공유하고 점검하며 컨센서스를 맞출 필요가 있다.
그렇게 도입한 방식은, 매일 고정된 시간에 컨퍼런스콜을 통해 어제 했던 일은 무엇이고 별다른 문제 상황이나 요청사항은 없는지 수시로 공유하는 것이다. 그리고 Slack 메신저를 사용하여 자잘한 소통도 부담 없이 물어볼 수 있게 하고, JIRA라는 툴을 활용해 업무 진척 사항을 수시로 체크하게 했다. 특히 가시적으로 진척 사항이 표현되니 서로가 더욱 똥줄(?)이 타고, 할 일에 대해 분명히 인지할 수 있어 효과적이었다.
3. 서로 다른 시차를 활용해 생산적인 24시간 만들기
특히 디자인이란 게 시간을 투자할수록 조금 더 나아지는 결과물이 보이기에, 일을 하다 보면 점점 더 애정을 갖고 다듬고 싶어 진다. 그럼 인도인과 동시에 온라인에 접속하는 시간대를 최대한 활용하고 싶은 욕심이 생기는데, 시차가 다르다 보니 나의 저녁 시간을 희생하고 조금 더 야근을 해서라도 그들과 실시간 소통의 기회를 만들어 하나라도 더 챙기고자 했다. 결국 24시간 내내 일하는 기분이 들었고, 이로 인해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지치게 되었다.
효율적으로 일하기 위해선 실시간 – 비실시간 소통을 적절하게 사용하여 서로 다른 시차를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실시간 소통이 가능한 동시간 접속 시간대엔 컨퍼런스콜과 같은 효율적인 구두 소통을 적극 활용하고, 서로 어긋나는 시간대엔 비실시간 소통 툴인 메신저나 메일을 활용하여 문서 및 기록 중심으로 업무 내용을 전달하고 확인한다. 사실 이게 가능하려면 사전에 서로 간 업무 시간에 대한 합의가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조금 더 익숙해지면 각자의 영역에서 맡은 부분만 하더라도 마치 24시간 일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물론 지금 이렇게 이상적으로 일하고 있진 않지만, 이 효과를 내기 위해 계속해서 체계를 잡아가는 중이다.
4. 영어로 소통하기
개인적인 성향이지만, 어릴 때부터 나와 전혀 다른 파란 눈의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게 너무 신기해서 영어회화에 관심이 많았다. 그 이후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아침에는 영어 뉴스를 듣고 저녁에는 전화 영어를 할 정도로 영어실력을 향상..은 아니고 유지하려 노력 중이다.
해외여행 갈 때를 제외하고 실생활에서 언제 이 영어를 써보려나 했는데, 드디어 쓰고 있다. 물론 통역사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지만, 통역을 거치는 순간 거의 두 배 이상의 커뮤니케이션 시간 발생한다. 빠르고 효율적으로 소통하려면 직접 소통하는 것만큼 좋은 게 없다.
인도인과 협업하며 오히려 자신감이 생겼던 부분은, 둘 다 모국어가 영어가 아니기에 영어로 소통할 땐 네이티브들이 자주 쓸 법한 숙어나 문법보다는 오히려 간단명료하고 필요한 단어와 문법을 조합하여 소통한다는 점이었다. 내가 지금까지 공부해온 것들만으로도 어느 정도 커버가 되는 것 같아 신기했다. 문득 이 정도면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외국계 기업에서 일할 수 있겠는데란 자신감이 드는 것 같기도 하다.
+) 현지 출장 업무 시 주의할 점
추가로 인도 출장 가서 개인적으로 느꼈던 부분에 대해서도 공유하고 싶어서 덧붙여 보았다.
현지에서 일하다 보면, 인도인 입장에서 아무래도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보다는 바로 옆에 있는 사람과 소통하는 게 훨씬 수월하다. 그렇게 되면 나를 중심으로 커뮤니케이션이 발생하고, 점차 모두가 나에게 기대며 일이 점점 몰려드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이때 나 혼자 전부 하려 하지 말고, 각자의 커뮤니케이션 영역을 명확하게 분담하여 일할 필요가 있다. 내 영역이 아니라면 떠넘길 줄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전통적인 Ownership의 개념에 조금 반하는 것일 수 있지만, 간혹 나 같은 사람들은 과하다 싶을 정도로 모든 것을 챙기려는 성향이 있어 정신 건강을 위해 적당히 컨트롤할 필요가 있다.)
또한 현지에서는 주로 구두로 소통이 이루어진다. 하지만 긴박하게 구두로 이루어진 소통은 쉽게 휘발되기 때문에 수시로 기록을 남겨 문서화하여 국내와 수시로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이어지는 얘기지만, 현지에서 인도인에게 직접 요청하는 부분과 한국에서 요청하는 부분이 서로 합의가 되지 않았다면, 엇갈린 내용이 발생해 오히려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즉, 커뮤니케이션할 영역에 대해 출장자와 본사(한국) 간 어느 정도 구분이 될 필요가 있다.
그렇기에 현지에서 커뮤니케이션 미스가 없도록 구두와 메신저, 메일 전부에 온 신경을 써야 해서 더욱 피곤했던 것 같기도 하다.
사실 이렇게까지 인도와 협업하게 된 이유 중 하나는, 다른 외주 업체에게 아웃 소싱함으로써 본사의 일을 조금이라도 덜고자 하는 목적에서였다. 하지만 그건 그 사람에게 온전히 맡길 수 있는 상태에 도달했을 때, 그 사람이 진정으로 Ownership을 가지고 일하게 되었을 때에만 가능한 것 같다.
‘마이크로 매니징(수시로 일의 진척사항을 관리하는 등)’과 ‘그들에게 Ownership을 갖게 하는 것’은 굉장히 모순적인 관계라고 생각하는데, Remote 환경에서 일할 땐 이 둘을 적절히 활용할 수 있어야 되는 것 같다. 물론 이렇게 일한 지 어느덧 3개월이 지났지만, 아직도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예상치 못한 변수들에 대응하며 일하는 방식을 수정하고 있긴 하다.
어쨌든 Remote 한 환경에서 일하며 꽤 많은 부분들을 배우고 있는 것 같다. 아마 올해 10월 이 프로젝트가 끝났을 때쯤엔 누구와도 협업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생길 것 같기도,, 그때쯤 다시 한번 이 글을 읽어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