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잘하는 팀의 실전 ‘재피어(Zapier)’ 활용법
‘효율적인 업무’나 ‘스마트워크’를 생각하면 어떤 단어가 떠오르시나요? 한 사람이 여러 가지 일을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은 현대 사회 업무의 특성상, 스마트하고 효율적으로 업무를 하는 데에 ‘업무 자동화’가 중요한 키워드로 부상했습니다. 업무 자동화는 1980년대 이후 컴퓨터가 확산된 이후로 계속 있어왔던 말이지만, 최근 ‘코딩 열풍’과 함께 파이썬(Python)과 같은 프로그래밍 언어를 활용해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거나 반복된 업무를 자동화하는 방법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졌습니다.
간단하게 생각해도 단순하게 반복되는 업무를 수작업 없이 자동으로 처리할 수 있다면 우리는 한정된 노동 시간 중 많은 부분을 아낄 수 있고 그 시간에 더욱 중요한 일에 몰두할 수 있습니다. 이는 업무에 있어 특성화된 여러 툴과 서비스를 활용하는 요즘 더더욱 필요하지만 모두가 코딩을 배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그렇다고 매번 개발자의 도움을 받는 것도 현실적으로 제약이 많습니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개발자의 도움이 없이도 업무를 자동화하고 조금 더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을까요?
업무 자동화 필수 툴, 재피어
재피어(Zapier)는 업무에 사용하는 다양한 업무 툴과 서비스를 연결하고 반복적인 업무를 대신해 주는 대표적인 노코드 자동화 툴입니다. 약 5,000개 이상의 툴과 서비스의 연동을 지원하는 재피어는 마케터뿐만 아니라 영업 담당자나 개발자까지 다양한 직무의 직장인들이 업무 자동화를 통해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일하는 것을 도와줍니다. 그것도 특별한 개발 지식 없이 클릭 몇 번만 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재피어를 이해하는 데는 ‘트리거(Trigger)’와 ‘액션(Action)’ 두 가지만 필요합니다. 업무 자동화를 하기 위해서는 재피어가 어떻게 툴과 서비스를 연동하고 정보를 전달할지 규칙(Rule)을 직접 정해야 하는데, 이는 업무 자동화의 시작점인 트리거와 결과인 액션 두 단계로 구성됩니다.
트리거와 액션의 관계는 ‘A 하면 (자동으로) B 한다’라고 설명할 수 있는데, 조금 더 상세히 설명하자면 트리거는 업무 자동화를 촉발시키는 행위를 뜻합니다. 예를 들어서 이메일이 온다거나, 페이스북에 새 게시물을 작성한다거나, 고객의 새로운 리드가 들어오는 것이 트리거가 될 수 있습니다. 액션은 위와 같이 트리거가 발생했을 때 앱이나 서비스 간 연동을 통해 일어나길 바라는 결과를 뜻합니다. (A) 이메일이 왔을 때, (B) 메시지를 받는다거나 (A) 페이스북에 새 게시물을 작성했을 때, (B) 자동으로 트위터에도 작성되는 것이나 (A) 새로운 고객 리드가 들어왔을 때, (B) 우리 팀이 사용하는 고객 관리 프로그램(CRM)에 기록되는 행위가 바로 액션인 것이죠.
그리고 재피어에서는 ‘A 하면 B 하는 것’을 잽(Zap)이라는 기본 단위로 부르고 있습니다. 요금제에 따라 다른 Zap의 개수를 제공하는데, 무료 요금제에서도 5개의 잽을 제공하고 이 잽은 15분 단위로 업데이트가 됩니다. 1분 1초의 실시간성이 중요한 업무를 진행해야 하거나 한 달에 100건 이상의 연동이 필요한 경우에는 유료 요금제를 사용해야 하지만, 일반적인 업무에서는 무료 요금제로도 충분히 업무 자동화를 실현할 수 있습니다.
업무 자동화를 위한 상상력
재피어의 기본적인 원리는 이해했는데, 내 어떤 업무를 어떻게 자동화하면 좋을까요? 재피어에 가입한 뒤 [잽 만들기(Create Zap)] 버튼을 눌러보면 어떤 트리거로 어떤 액션을 만들지를 물어봅니다. 잽을 만드는 과정 자체는 그렇게 어렵지 않으나, 중요한 것은 내 어떤 업무를 어떻게 자동화하면 좋을지를 규칙을 정하는 것입니다.
다양한 공식 SNS 계정을 운영하는 마케터라면 하나의 콘텐츠를 다양한 플랫폼에 게시하는 업무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럴 때 재피어를 쓰면 페이스북 페이지에 작성한 새 게시물을 링크드인 페이지에 같은 내용으로 게시할 수 있습니다. 고객 응대 업무를 여러 명이 진행하는 팀에서는 공식 이메일로 환불 요청 메일을 받았을 때, 담당자에게 자동으로 알람을 보낸 뒤 해당 메일 내용을 스프레드시트에 저장할 수도 있겠죠. 재피어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려면 이러한 규칙을 정하기 위해 상상력이 필요한데, 재피어 홈페이지에서는 직무에 따라 활용하기 좋은 연동 템플릿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또, 내가 자주 사용하는 툴이나 서비스 이름으로 검색하면 활용할 수 있는 템플릿도 제공해 줍니다. 예를 들어 업무용 협업툴 잔디(JANDI)를 재피어 서비스에서 검색하면, 구글 스프레드시트에 새로운 행이 작성됐을 때 내가 원하는 잔디 토픽에 해당 정보를 메시지로 받는 템플릿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 이 템플릿을 사용해 클릭 몇 번으로 나만의 잽을 구성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재피어는 공식 블로그에서 꾸준하게 재피어를 활용해 업무를 효율적으로 만드는 법을 알려주고 해당 포스트에서 설명한 잽을 바로 사용해 보고 경험할 수 있도록 템플릿을 제공합니다. 블로그 내용들을 큐레이션 해서 일주일에 두 번씩 뉴스레터를 보내주니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뉴스레터를 구독하는 것도 나의 업무 자동화를 위한 상상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일 잘하는 팀의 재피어 활용법
여전히 업무 자동화가 무겁고 어렵게 느껴지시나요? 우리는 각 직무와 업종별로 다양한 툴을 이미 사용하고 있습니다. 프로젝트 관리를 위해 트렐로를 쓰는 경우도 있고, UI/UX 디자이너나 기획자는 피그마를 사용하죠. 이러한 업무용 툴 위에서 내가 일한 내용을 동료에게 공유하는 단계라도 한 번 줄여 보는 것을 업무 자동화의 첫걸음으로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우리 팀에서 만약 잔디를 쓴다면 잔디의 특정 토픽에 다른 툴의 코멘트나 업데이트 내역이 자동으로 발송되도록 재피어로 세팅해 공유하는 시간만 줄여도 중요한 업무에 더욱 몰입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재피어에서는 아직 한국어를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공식 홈페이지에서 그 내용을 찾아보는 것이 조금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분들을 위해 일 잘하는 팀의 재피어 활용법 몇 가지를 소개하려 합니다. 이 예시를 참고해서 잔디가 아니더라도 우리 팀에서 사용하고 있는 이메일, 디스코드와 같은 소통 도구에 꼭 한 번 연동해 보세요.
기록 업데이트 확인(노션, 컨플루언스 등)
한 팀으로 협업을 잘 하기 위해서는 업무 기록을 잘 남겨야 합니다. 기록은 서로 쌓일 수 있는 오해나 착각을 방지할 수 있게 도와주고 새로 합류한 동료도 빠르게 같은 선 위에서 소통할 수 있게 해주죠. 저희 팀에서는 업무 가이드라인이나 회고, 회의록처럼 꾸준히 작성해 쌓아두면 자산이 되는 업무 자료들을 노션이나 컨플루언스와 같은 문서 기록 서비스에 보통 정리해두곤 합니다. 이런 우리 팀 만의 위키가 업데이트되거나 새로운 항목이 추가됐을 때 메시지로 받아볼 수 있게 연동해 두면 보물 같은 사내 정보 자산의 최신화 상태를 항상 파악할 수 있습니다.
반복적인 알림(리마인더, 날씨 등)
업무를 하다보면 동료에게 단순하게 반복되는 메시지를 보내는 경우도 종종 생기곤 합니다. 이런 부분도 재피어를 통해 자동화해 두면 소통 시간을 줄일 수 있습니다. 재피어에서는 이런 경우를 위해 자체 트리거도 제공하는데요, ‘Weather by Zapier’를 연동해두면 매일 아침 오늘의 날씨 브리핑을 받을 수 있고, ‘Schedule by Zapier’를 연동해두면 원하는 일정에 원하는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발송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매주 금요일 저녁, 사무실 소등 확인을 요청하는 메시지가 발송되도록 설정해두면 누군가가 매번 기다렸다가 메일을 보낼 필요가 없어지겠죠?
설문과 피드백 확인(구글 스프레드시트, 타입폼 등)
업무 중에 설문지를 많이 활용하시나요?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설문지로 신청을 받을 수도 있고, HR 담당자가 내부 인원들의 의견을 받기 위해 설문지를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이럴 때 매번 설문지 결과 페이지에 들어가 새로고침을 누르며 어떤 응답이 들어왔는지 확인하는 것은 매우 비효율적입니다. 타입폼이나 구글 스프레드시트와 같이 우리 팀에서 주로 사용하는 설문지 서비스를 재피어로 연동하면 응답이 올 때마다 메시지로 그때그때 응답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업무 내용 공유(이메일, 트렐로 등)
이메일은 업무에서 여전히 중요한 툴입니다. 내부 소통은 잔디와 같은 협업툴을 통하지만 외부 인원과 처음 연락할 때는 주로 이메일을 소통채널로 이용합니다. 이메일도 재피어를 활용하면 제목에 특정 키워드가 들어간 이메일, 특정인이 보낸 이메일 등 원하는 이메일을 메시지로 받아볼 수 있습니다. 요즘에는 뉴스레터로 다양한 정보를 받아보는 경우가 많은데 뉴스레터가 왔을 때도 빠르게 전달받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나의 워크플로우 파악하기
업무 자동화는 내 업무의 시작과 끝을 생각하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재피어를 활용해 업무를 자동화하는 것, 이것도 결국은 조금 더 효율적으로 업무를 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에 불과합니다. 내 업무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워크플로우를 고민하지 않고 단순히 재피어라는 툴을 활용하는 데만 시간을 쓴다면 오히려 업무 비효율은 커지고 다른 업무에 몰두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수단이 목적을 집어삼키면 안 되겠죠.
업무 자동화는 내 업무의 시작과 끝을 생각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이번 기회에 한 번 내 일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생각하고 시각화해보세요. 그다음, 내 워크플로우 안에서 재피어가 연동으로 대신해 줄 수 있는 역할이 뭔지 창의적으로 생각해 봐야 합니다. 그렇게 시작하면 A 하면 B 하는 간단한 업무 자동화에서 A 하면 B, C, D 하는 자동화를 거쳐 더욱 복잡한 자동화까지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때, 아마 우리 팀에서 나를 부르는 호칭은 어쩌면 ‘찐(진정한) 일잘러’가 되어 있을지도 모릅니다.